[서평] 뒷전의 주인공 - 황루시

뒷전의 주인공 - 굿의 마지막 거리에서 만난 사회적 약자들
황루시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7월

일반 사람이 굿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전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무당의 삶, 만신의 이야기에 대해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가 별로 없었거니와 그렇게나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무척 신비로웠던 생각이 난다. 뒷전이라는 것은 굿을 하는 마지막에 진행되는 의식이다. 보통 뒷전을 전담하는 무당이 따로 있다고 한다. 저자는 연극학을 연구하다가 뒷전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고 하는데, 이 뒷전이라는 것이 연극과 같은 형태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뒷전은 신내림을 받지 않은 무당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공들인 굿이 잘 되었는지 아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마지막 의식 같은 것인데, 이때 칼을 던져 칼 끝의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굿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하나의 문화이자 무형 문화재로 삼을만큼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민속학으로 받아들이고 하나의 문화로 생각한다면 이 가치가 어떤 것인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뒷전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귀신들이다. 그야 말로 좋지 않은 죽음을 당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평생의 삶이 불우했던 사람들이 죽었을 때 이승을 떠돌게 된다고 한다. 이들을 말로 먹이고 달래서 보내주는 것이 이 뒷전이라고 한다. 뒷전으로 두면 안 된다는 말을 우리는 종종하는데, 이 뒷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어떤 의미인지 더욱 확실해 진다. 이 뒷전은 한 편의 연극과 같이 진행된다고 한다. 어떻게 죽은 영혼인지에 대해 무당이 읊는 과정이 있는데 일부를 살펴봤을 뿐인데 충분히 불운한 삶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연극으로서 생각되어지는지도 알 것 같았다. 실제 굿에서 뒷전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봤다면 텍스트 속의 뒷전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생동감 있는 굿판에서 책 속에 있는 뒷전의 주인공들을 살펴보며 조금 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무속 신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기가 조금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꺼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하나의 학문으로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시각으로 이 책의 내용을 읽을 수 있다. 행여 조금 무서우면 어떡하나라는 작은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가 친근하게 설명해 주는 것도 있고 학문적인 접근으로 인해 공포 영화 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민속학, 우리 조상들로부터 행해져온 이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 바로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