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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이야기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효게쓰 아사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은하 옮김 / 담푸스 / 2021년 7월
평점 :
이 책은 제목보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이라는 것을 보고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보다 그림 작가를 더 선호하게 된 시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저자의 유쾌한 입담에 슬쩍 녹아내리고 말았다. 물론 중간에 무서운 이야기도 등장한다. 화장실 이야기, 제목만 봐서는 대체 이게 무슨 책이야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화장실이 어떻다는 건가, 무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것은 아닌가란 상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화장실 이야기는 재미있고 유쾌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우리는 하루 중의 몇 번 이상은 화장실에 들락거리게 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유일 때도 있고, 정말 급한 상황으로 인할 때도 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화장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이 가장 적격이란 생각이 든다.
시작은 우리가 아는 그 화장실의 이야기이다. 화자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의 전환이 새로울 정도로 '오래된 변기'가 화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지만 이내 반전을 일으키며 그는 결국 오래된 화장실의 변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참신한 아이디어에 놀라고는 만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야기에 감탄하고 있으면 더욱 반전을 느끼기에 좋으니, 미리 궁금해 하지 않으면 더 좋을 듯 하다. 이 외에도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등장한다. 한 편의 에세이 같기도 하고 한 편의 꽁트같기도 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무서운 화장실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누군가와 제대로 된 헤어짐을 하지 못하는 정도인가 싶었는데, 결국 그 사람을 피하는 장소가 화장실이 되고 만다. 물론 그 와중에 누구 하나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 같다. 화장실의 용도가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순간이었다.
화장실 이야기라고 하니 왠지 더러운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더러운 이야기란 생각은 살포시 접어두어도 된다. 우리가 한 번쯤은 겪어보았던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의 발생 장소가 화장실일 뿐이다. 더럽기 전에 엄청난 공감을 얻게 될 테니, 믿어 의심치 않아도 될 것이다. 길고 어려운 책을 보기보다는 가끔은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귀여운 그림이 있는 책을 읽는 것도 나름 힐링이 된다는 생각이다.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두껍지도 않은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