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샘 J. 밀러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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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최대치로 담겨 있는 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식법이라는 말에 이끌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단식법은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주인공인 맷과 그가 표현해 내는 주변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한 것들이 집중하고 또 집중하게 만든다.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이 어떻다라고 말을 하면서 나름의 단식법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가 단식을 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해, 그 단식의 이유를 알게 되는데 오묘하게도 이 단식에 공감이 생긴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하거나 무엇인가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하는 듯 하면서도, 사실은 별 것 아니게 쉽게 이해되는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쯤 그만 보고 다른 일을 해볼까 싶다가도 일단 한 페이지만 더 볼까 하면서 계속 보게 되는 묘한 매력이다. 주인공인 맷은 단식을 하면서 자신의 상황에 대한 묘사를 해 나간다.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고등학교의 모습에 대해 이렇게 묘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영상을 본 것도 아닌데 마치 눈 앞에 등장인물의 얼굴을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의 묘사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인공 맷은 굶주림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극대화시키고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거나 지키지 못하거나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통해 굶주림이 가진(단식으로 인해 얻게 된) 힘이 그를 슈퍼히어로로 만들게 된다. 초반에는 단지 자신을 위협하는 또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도망 또는 싸움의 기술로 사용되었지만, 이는 다르게 활용되기 시작한다. 그는 냄새를 맡기만 해도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표현해내는 묘사 역시 예술이라고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 번역을 이렇게 할 정도였다면 원문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맷은 집을 나가고 싶었지만 먼저 집나간 누나 때문에 집도 못나가고, 누나를 기다린다. 그 누나와 연관된 인물인 학교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학생과의 연결점, 그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마치 친구가 된 것 같고, 결코 거식증에 걸리지 않을 자신만만함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마지막만큼은 여운을 남기며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제목이 강렬하게 느껴지겠지만 단식법을 알려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어떤 이야기가 실려있다고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것, 그리고 이러한 묘사는 다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가만의 특징이라면 다른 책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재미있으면서도 때로는 유쾌하고, 인간의 삶에 대해서 진진하게 느끼기도 하는, 다양함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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