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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
탁장한 지음 / 필요한책 / 2021년 6월
평점 :
말을 꺼내기가 참 조심스러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 주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그 중심에는 쪽방촌이 있다. 저자는 쪽방촌과 영구임대아파트 등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빈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예전에 비해 많은 쪽방촌들이 사라졌지만 동자동에 위치한 쪽방촌은 철거 위협을 받게 된다. 해당 부지의 주인이 용도 변경을 통해 쪽방이 아닌 게스트 하우스를 통해 이익을 내려고 하는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용도 변경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달 생활비에서 절반 가량을 떼어 월세로 지불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얼마 되지 않을 금액이지 모르지만 그곳의 사람들에게는 1, 2만원 이상의 월세 인상은 큰 타격을 가져다 준다. 그런데 인상도 아닌 철거라고 하면 말할 수 없는 충격이다. 쪽방촌이 가진 의미는 단순한 빈곤의 삶이 쉬어 갈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그곳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생성되어 있고 그들만의 이해가 있다.
쪽방촌 철거로 인해 몇몇은 임대아파트로 떠나고, 몇몇은 다른 쪽방촌으로 이주했다고 하지만 결국 4년 거주에 대한 보장을 받게 되자 다들 되돌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돌아오지 않은 사람도 있다. 쪽방촌이 가진 단순한 (또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의미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형성된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 다음은 영구 임대아파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구 임대아파트는 도시 빈곤의 해결을 위해 원해서 생긴 공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종종 뉴스에서도 기사가 실리듯, 사람들은 그곳을 일반 아파트와 구분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꽤 많았고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빈곤이라는 것에 대한 해결보다는 더욱 고립시키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그로 인해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각 주제의 뒷 부분에는 다양한 자료들의 이론이나 의견들을 취합해, 어떤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부분 역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 생각한다.
빈곤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쪽방촌에서 나갈 수 없는 이유는 노숙의 삶을 택하게 되었을 때 유지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차별적인 철거를 반대하면서 그 안에서 삶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기회가 되었다. 소설에서 등장하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회복지로 해소할 수 없는 것들도 있으며, 도리어 어느 쪽의 의견을 들어주는지 모르겠는 상황들은 되려 놀랍기도 했다. 화려한 모습만 가진 도시가 아닌 빈곤의 도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끊임없는 문제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사회 문제 중에서도 빈곤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은 공부가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