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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ㅣ 현북스 소설 2
위기철 지음 / 현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위기철 작가님의 책은 믿고 보는 글 중의 하나이다. 이번 <고슴도치> 역시 어떤 글로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할까 싶어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했다. 고슴도치는 한 권의 장편 소설이다. 중간 중간 등장인물과 시간 별로 주제가 나누어 지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재미도 감동도 가득한 소설이었다. 고슴도치라고 하면 등에 가시를 잔뜩 올린 채 웅크린 채로 살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글 내용 중간중간에 등장인물 중 주인공의 역할을 하는 사람의 고슴도치 삽화가 등장하는데, 귀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어떤 의미의 표현인지 알 것 같아 마음이 먹먹해 지기도 했다.
주인공은 유진이라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남자이다. 화가라고 간혹 말이 헛나오기는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그림책 삽화를 그리고 있다. 물론 개인 화실도 갖고 있지만 번듯한 화가이기보다는 생업에 가까워 보이는 모습들이 더 보였다. 초반에 갑작스러운 친구의 방문으로 냉장고에서 썩은 음식을 발견한다던가 하는 부분에서, 쉽지 않은 삶이 보여지는 듯 했다. 물론 여기서도 빠져버린 냉장고 코드를 다시 꼽으려고 했다가, 큰일 날 뻔 한 모습의 묘사는 작가님만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주인공은 건강 상의 문제로 수영을 다니고 있는데 거기서 만난 수영 강사 아가씨와의 인연이 이 책의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친구가 자신의 공간을 방문하거나 낯선 수영장 강사와 길을 걸을 때에 작가님의 표현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이 느끼고 있을 감정의 세세한 느낌, 그리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고슴도치와 같은 모습 등이 어쩌면 나와 같다, 어쩌면 누군가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너무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고 많은 공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결국 주인공의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다음에는 어떤 인물과 새로운 인연을 이어가게 되는지, 과거의 인연은 어떻게 지나가게 되는지를 궁금해서 한 장 한 장 계속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약간 두꺼운 책이라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어느 새 읽다보면 절반을 훌쩍 넘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삭막해서 삶이 재미없다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