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바랑 속의 동화 - 법정 스님에서 수불 스님까지 고승 14분의 뭇 생명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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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바랑 속의 동화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 이상의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가 잔뜩 실려있다. 작가가 잘 풀어내서인지 모르겠지만 동화가 가진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있어, 읽는 내내 동화 속 등장인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스님이시다. 우리가 들으면 딱 아는 법정 스님, 성철 스님도 계시고, 그 분과 함께 수행을 하던 분들도 계신다. 물론, 처음 뵙는 스님도 계셨지만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그 분이 누구신지 보다, 스토리에 대한 감동이 더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자비, 사랑, 지혜라는 각 3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는데, 책의 내용을 읽는 재미도 재미지만 스님이 등장하는 삽화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큰 여백에 작은 등장인물이더라도 의미하는 바가 많고,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이 여러 갈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삽화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하나하나가 다 남는 것이 많고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했지만 그 중에서도 밥을 한 끼만 드시고 수행하는 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스님의 밑에서 함께 수행하려고 온 젊은 스님들이 있었는데, 한 끼만 드신다는 이야기와 달리 곳간의 열쇠를 내어주고 삼시세끼를 다 먹게 해주는 것을 보고 들은 것과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세 끼가 두 끼로, 두 끼가 한 끼로 줄어드는데 참다못한 스님은 몰래 주먹밥을 만들어 먹기로 한다. 이 이야기는 밥을 줄여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한다는 것보다 작은 동물들을 위한 헌식에 대한 것이 남았다. 주춧돌 위에 자신의 음식 한 숟가락씩을 두면, 작은 동물들이 와서 조금씩 먹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람쥐도 오고 쥐도 오고 작은 동물들은 그렇게 스님께 와서 음식을 먹고 사라진다고 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이와 벼룩이 있어도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어주며 절대 옷을 갈아입지 않던 스님의 이야기였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 때 역시 이와 벼룩을 새 가사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을 보고, 역시 수행자의 삶은 많이 다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조금만 상처가 나도 크게 아파하는데, 살아있는 모든 것이 나와 같다 생각하여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특히 인상깊었다. 스님이 등장인물이다보니 불교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면 이 책을 읽을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불교의 철학보다는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이야기가 더 많고, 진짜 동화같이 꾸려져 있어 거부감 하나 없이 슥슥 읽어나갈 수 있었다.


덜 먹고 더 나눠주며 수행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등장하는 스님들의 이야기와 동물들이 하는 행동들에 감명 받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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