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잠시 멈춤 - 가장 소중한 것에 커넥트하기 위한 20년 디지털 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 2021 세종도서 문학나눔 교양부문 선정
고용석 지음 / 이지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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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지하철에서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는 것 때문에 몸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거북목의 원인이 이 때문인가 싶어, 슬쩍 핸드폰을 눈에서 떼어 가방에 쏙 집어 넣고는 한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핸드폰을 들고 이것저것 할 일을 하거나 보고 싶은 것들을 검색하는 내 모습을 보며, 오늘도 목이 좀 더 굽어지겠구나 싶을 때가 참 많았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디지털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그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아마 한 두번쯤은 핸드폰에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이 책이 디지털 디톡스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력을 모르고 읽었는데, 그에 대한 반전의 재미가 꽤 있었다. 우리는 평상시에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밥 먹을 때도 화장실 갈 때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말한 화장실 갈 때도 들고 가는 이 핸드폰은 우리의 건강을 해롭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한다. 처음에는 핸드폰 때문에 오래 앉아 있어 생기는 질병 때문에 그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물론 그 질병도 결과에 있지만)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핸드폰이 가장 더럽다는 결론 때문에 건강을 해롭게 한다고 한다. 여기서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변기 뚜껑은 꼭 덮고 물을 내리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우리는 핸드폰을 꼭 쥐고 놓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의 좋은 날, 아이들의 발표회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부모의 얼굴 대신 카메라 렌즈를 보여준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좋은 걸 함께 하거나 누려야 할 시간에 카메라 렌즈만을 보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는 아이들과 부모와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행에서 이는 더욱 증폭되는데, 저자는 시험을 하기로 한다. 딱 하루에 3장의 사진만을 찍기로 한 것이다. 출발할 때부터 비행기 티켓을 찍고 싶은 마음(뇌와의 싸움)을 억누르며, 사진을 찍는 대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찰나의 순간 사진을 찍는 것과는 달리 더 오래 걸리지만 기억은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에 의존하다보니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핸드폰을 내려놓는 괴로움의 일대기는 많은 울림을 주었다.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꼭 있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중반쯤 읽었을 때 그림(이자 스케치)을 너무 잘 그리는 저자의 이력에 대해 궁금해 앞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저자는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꼭 미술 전공자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만 핸드폰을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그리면 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빠짐없이 주고 있다. 처음이 어렵지, 여러번 시도하다보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이 서평을 쓰는 순간도 연필과 종이가 아닌 키보드와 모니터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잠시 멈춤 그 순간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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