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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의 온기 -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인 당신에게 ㅣ 작가의 숨
윤고은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출근길이 유일한 산책로라는 문장 때문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궁금함으로 시작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빈틈 속에서 온기를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저자는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소재들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나름의 반전을 주며 그의 빈틈을 우리가 볼 수 있게 하니 말이다. 물론 누군가의 빈틈을 보는 것이 뭐 대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빈틈 속에서 우리는 어느 새 따뜻함을 찾게 된다. 한 편 한 편 읽어나갈 때마다 나도 한 번 겪어본 일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빈틈이 있듯, 내게도 삶 속에 빈틈이 있어 온기가 느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그 빈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무엇인지 깨닫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때로는 친구와 열정적으로, 가끔은 허당처럼 흘러간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 하나가 지각에 대한 것이었다. 지각을 하려고 늦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마 그 누구도 지각을 의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3단계로 나누어가며 판단 실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마치 나의 이야기와 같았다. 지금 선택한 것이 지각을 면하게 해줄 것이라 굳게 믿고 선택할 때마다 봐주는 것 없이 지각을 향해 급하게 달려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슬아슬하게 지하철 시간을 맞춰 버스에서 내리기는 했는데, 그때부터 앞만보고 달려야 하는 것까지. 결국 지하철을 놓쳐버린 상황이 되었다 생각했지만 조금 늦게, 아니면 조금 빨리 도착한 지하철 때문에 지각을 면했다는 것을 보며 나까지 함께 달리며 지각을 면한 후련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이어 학교 선생님으로써 지각한 일화가 나온다. 이 부분은 가슴 졸이면서 봤는데 이미 출근한 직장 동료가 아니라 이미 등교한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교장 선생님이 교문에 나와계셨기 때문이었다. 학생 때의 기억을 살려 위기를 모면하긴 했지만, 그때의 긴장감이 글 속에 녹아 있는 것 같았다.
출근길에서 산책로를 찾는 글이 아니라 저자가 살아가는 이야기, 그 중에서 물론 출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작기이기 때문에 조금은 환경이 다르지만 어쨌든 우리는 느끼는 것이 비슷하다. 살아가는 것도 좀 꼼꼼하지 못하면 어떠할까, 그것도 하나의 원동력이 되어줄지 모르는 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따뜻한 순간을 느낄 수 있었고 누군가에게 한 번 쯤 읽으며 주말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면 어떨까 추천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단한 주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빈틈의 온기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래서 내일을 살아갈 작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