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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 치매, 그 사라지는 마음에 관하여
린 캐스틸 하퍼 지음, 신동숙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평점 :
치매를 잘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기로 선택했는데, 치매를 잘 알기보다 이해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잘 알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치매라고 하면 다들 부정적인 반응을 먼저 보이기 마련이다. 저자 역시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치매 환자가 아닌, 그들을 바라보고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그들은 더욱 치매를 이겨내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라고도 불리는데,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는 질병의 명칭으로 생각해 왔었다. 알츠하이머라는 사람이 이 병을 발견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의 발견이 이 병의 이름을 갖게 한 것이었다. 실제 치매를 앓은 사람의 뇌는 일반 사람과 다르게 단백질이 뭉쳐져 있는 형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치매를 정신병으로 매도하여 온갖 잔혹한 방법 (피를 내는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책에서 어느 정도만 소개하고 있는데 읽으면서도 이럴 수밖에 없었던 시절인가 싶기도 하지만, 가혹한 것은 가혹한 것이었다.
저자는 목사의 길을 걸으면서 치매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수련의 목적으로 치매 환자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 말이 생각난다. 치매 환자가 모여있는 병동은 어차피 가도, 가지 않아도 딱히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것이다. 그들은 어차피 잊고 잊혀지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말을 해 준 사람의 말에서 치매를 앓는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았다고 한다. 또 한가지, 우리는 간혹 치매를 앓는 사람들이 먹고 나서 또 무엇을 먹겠다고 한다고 한다. 이는 먹었다는 사실을 잊었다는 것에 기반해서 절대 음식을 더 주면 안 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 부분 역시 짚어주고 있다. 한 사례를 들면서 점심을 먹었음에도 무엇인가를 먹고 싶다는 사람에게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은 그를 치매를 앓고 있기 떄문에 어린 아이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더 악화되게 만드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 사례의 결말은 "무엇이 먹고 싶으세요?"라는 질문과 "샌드위치"라는 답으로 해결되었다. 단순하게도 잼을 바른 샌드위치 하나를 받아든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은 그 안에서 아주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기 떄문이다.
치매는 아직까지 고칠 수 없는 무서운 마음이 앞서는 병이다. 치매에 대한 은유하는 말에 대한 주제를 다룬 것이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치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달리 보였다. 단순하게 누군가를 잊고 서서히 잊혀가는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몸 속에 갇혀버린, 어둠의 경계, 이러한 것들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저자는 예전에는 "내가 만약 치매에 걸린다면"이라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치매에 걸렸을 떄"라고 말을 바꿔서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는 큰 차이가 있는데, 만약에라는 것은 내가 치매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조금이라도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위해 저자는 "~했을 때"로 말을 바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만히 이 단어를 되뇌이면, 무엇의 차이가 느껴지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고, 나라는 사람에게도 올 지 모르는 치매에 대한 시각의 변화 또한 가져온다. 저자가 소개한 치매 이야기들은 뾰족하지 않았다. 한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그들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저자 역시 처음부터 잘해온 것은 아니지만 많은 시간을 거쳐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에 대한 단순한 이론적 지식만을 제공하는 책이 아닌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치매에 대한 책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어느 새 이 책의 끝을 달릴 무렵, 치매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져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