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뒷모습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2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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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도 사물의 뒷모습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사물이 가진 본래의 모습, 바로 뒷모습 어쩌면 그들이 숨겨 둔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물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짧은 글과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읽는 내내 어떤 페이지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어떤 페이지는 슥슥 넘겨가며 잊혀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기억에 남는 것은 직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는 직각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어딘가에 선과 선이 만나는 그곳에 직각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떄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직각으로 주문한 나무는 직각으로 잘려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몇 도 틀어진 직각을 보며 이러다 나무가 다 닳아 없어지겠다 싶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세상에 있을 거라 생각한 직각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인간은 만들어낼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하나 기억에 남았던 것은 피라미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피라미드를 겉보기만 생각했지 그 안의 내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었다. 저자는 피라미드의 목적은 무너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한 것과 달리 아무것도 없는 피라미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탄탄함과 견고함이 많은 것에 흔들리는 지금의 시간들을 반성하게 해주는 힘이 느껴지기도 했다. 잔잔한 이야기들 속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해해 나가며, 나름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느 새인가 끝을 향해 다다른 주제들 속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한 사물의 뒷모습 보다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물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살펴볼 수 있기도 했다. 에세이 같기도 하지만 떄로는 삶의 진리를 알려주고, 삶의 진리를 알려주는 것 같지만 작고 소중한 저자의 일상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었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보는 것 역시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기에, 글도 충분하지만 그림도 그림만으로 충분한 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사물이 아닌, 사물이 생각한 사물의 모습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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