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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식당 개성밥상 - 고려의 맛과 멋이 담긴
정혜경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은 소감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역사 박물관을 방문한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유물이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마치 박물관을 방문해서 실컷 역사 속에 빠져있다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작은 개경의 아주 오래 전, 고려 시대에서부터이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과 그 당시 고려인들의 음식에 대한 소개로부터 시작한다. 단순한 역사서였다면 어렵게 느껴지거나 금세 지루함을 느꼈을 텐데, 음식에 대한 역사와 문화이다보니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고려 시대만 해도 아직은 계급이 있는 사회였다. 그로인해 귀족과 왕실이 누릴 수 있는 음식과 일반 서민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차원이 달랐다. 그중에서도 설농탕(설렁탕)에 대한 것이 자꾸 눈에 들어왔는데 이 당시에 고기를 먹을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 고기의 종류가 있었단 것이 눈길을 끌었다.
<쌍화점>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는 주제도 있었다. 단순히 영화와 그와 관련된 스토리만 생각했었는데 쌍화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고려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쌍화점에 나오는 이름 역시 외국인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차 문화에 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데, 일본의 차는 우리와 달리 많이 발전해 있다. 중국, 영국, 홍콩을 비롯하여 차와 관련된 나라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차 문화가 많은 발달을 이루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고려 시대에 있었다. 당시 차를 마시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았고, 결국 귀족들의 문화로만 정착하다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그 당시에 차 문화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차 문화를 영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중반쯤에 등장하는 마도선이 있다. 이게 뭔가 싶어서 그림과 글을 유심히 들여다보는데, 백자와 같은 병에 든 참기름이었다. 요즘에도 병에 음식 재료를 넣어두면 어떤 것인지 적어서 표기하고는 하는데, 당시에도 (종이는 아니었지만) 표기해서 병에 담았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지역과 지역을 배로 넘나들며 음식 재료를 공유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개성의 음식 문화에 그치지 않고 개성 음식을 소개하는 파트도 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설렁탕을 만나게 되는데 설롱탕, 설렁탕 여러 명칭으로 불리는 이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인삼, 순대 등에 대한 음식 문화도 살펴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주제별 밥상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개성 음식의 모든 것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짜여진 구성으로 인해 천천히 고려와 개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된 음식에 대한 것들이 유연하게 연결되어 있어 정말 딱 박물관에 방문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개성 음식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 고려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