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이나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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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삶에 대한 멋진 이야기 한 편을 본 기분이다. 멋지다고 해서 화려하고 멋부림이 가득한 글이 아니다. 황혼의 삶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조금 더 평온하게 삶을 영위하고 나아질 것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써 내려간 멋진 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의사로서, 교수로서, 그리고 이제는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로서의 역할을 하며 지내고 있다. 때로는 손주가 없는 시간이 자유롭고 즐겁지만 이내 손주의 맑은 미소가 떠올라 기다리고는 만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과는 이제 달라진 모습, 그리고 역할로 인해 때로는 작아지고 때로는 숨고 싶어지는 것들의 이야기가 인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꼭 황혼이어서가 아니더라도) 세대 간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이 있다. 세대 차이라고까지는 좀 너무 넓은 범위이고, 내가 낄 자리가 아닌 것을 잘 알아차리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봉사활동에 나가서 이러한 마음을 경험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과외 선생님으로 입지가 아주 괜찮았단 생각했는데, 이제는 저자에게 바라는 것들이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입장에서 후원을 하는 것이 가장 역할에 알맞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물론 젊은 사람들보다 조금은 느리기도 하고, 조금은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름의 장점이 있는 부분이 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점차 노년 사회로 변화해 가는 상황에서 정년이 지난 사람들의 설 자리가 그저 작기만 하고 부족하면 안 텐데 말이다. 또 하나 기분 좋게 읽었던 부분은 손을 잡고 걷는 것이다. 노년까지 옆의 짝궁과 함께 손을 잡고 걷는 이유는 단순히 애정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다. 혼자 걷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으니 둘이 안전하게 손을 잡고 지지하다보면 그럴 일은 적어진다는 것이다. 나름 일리가 있다.


황혼의 인생이 때로는 심심하고 때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죽는 날짜를 받아놓고 그 날짜에 맞춰 돈도 쓰고 정리도 해놓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것은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죽는 날이 궁금해서 점쟁이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고 했다. (사실 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조금의 고민은 할 듯 하다.) 정말 아픈 순간에 진통제가 고맙고, 자식들 힘들게 하지말고 죽어야지하다가도 달려드는 차에 몸을 피하는 상황들이 어떤 마음일지 짐작이 가능했다. 끝까지 우아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인생이 끝날 때 후회할 수 밖에 없지만 (저자는 이것을 정신 분석학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있는데, 죽기 전 뇌는 섬망 상태라고 한다) 그래도 열심히 오늘을 사는 것이, 답이 아닐까 한다.


잔잔하게 부모님과 함께 읽어도 좋고, 자신이 겪게 될 황혼의 인생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금한 사람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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