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산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인 코스로 올라가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지리산, 그 곳의 둘레길 코스가 21가지나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의 초반부터 지리산 둘레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각 둘레길마다 어떤 코스를 돌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만약 자신이 보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먼저 볼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리산 둘레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써 하나씩 차근차근 보면서 마음 속에 하나 쯤은 저장해 놓고 싶어 고르지 않고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저자가 언제 여행을 했는지도 작성해 두어서, 글을 읽으면서 많은 참고가 되었다. 곳곳에 남겨진 사진을 보면서 길이 험한지, 가는 길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것을 보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그 길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알고 가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알고 가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저자는 둘레길을 구비구비 걸어서 마치는 길에는 맛있는 음식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는데, 꽤 많은 시간을 걸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가게 되면 저 집에 가서 저자와 같은 느낌을 느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오는 날에 우산을 들며 걷는 모습의 사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보통 우비를 쓰고 마음 급히 길 끝에 닿기를 바라며 서두르는데 저자의 뒷 모습에서는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자연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같다는 느낌이랄까. 저자의 지리산 둘레길은 초여름에 시작해서 어느 덧 여름이 끝나가는 가을의 길목에서 끝이 난다. 날짜를 보면서 시간의 변화를 알 수도 있고 사진에서도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맛있는 음식과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게 마음을 울리는 지리산의 풍경이 언젠가는 한 번 꼭 둘레길을 가보고 싶게 만들었다.
지리산만이 아니라 어떤 산을 갈 마음을 먹었다면 여러 사람들이 다녀간 코스를 살펴보게 된다. 인터넷의 정보를 반쯤 믿고 안 믿으며 가게 되는데 그러다 왕왕 길을 잃기도 한다. 이 책이라면 지리산 둘레길 하나만큼은 완벽하게 머릿속에 그리며 지리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레길을 모두 끝내면 증명서를 발급하는데, 언젠가는 다 둘러볼 수 있겠지라는 마음이다. 물론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기는 하다. 이 책 외에도 제주도 둘레길에 대한 책도 있고 다른 지역의 것도 있다. 둘레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책 역시 찾아보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