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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ㅣ 걷는사람 에세이 8
홍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평점 :
제주도에서 영덕으로 이주한 부모님,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향을 떠나 영덕으로 왔어도 죽는 날까지 고무옷을 벗을 수 없던 엄마, 지금은 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아는 사람이 없어 찾지 않는 그곳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두 가지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영덕, 하나는 제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저자의 기억 속 음식들이 소개되고 있다. 영덕이 대게로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는 동네 꼬마들이 다리 하나씩 들고 간식으로 먹을 정도로 풍족한 수확량을 갖고 있었는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에서야 대게를 사먹으려 들면 어느 정도 돈을 주어야 한다. 예전과 같이 풍족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가 많이 올라간 것이 아닐까. 저자는 형제 중에 막내이다. 물곰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큰 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시절 물곰탕이 입에 맞지 않을 어린 동생을 위해 수제비처럼 끓여줬다는 것을 보며 마음이 한 없이 따뜻해 졌다. 물론 이 이야기의 끝은 따뜻함만이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배를 타는 사람이었고 엄마는 해녀였다. 해녀에게 필요한 도구들을 엄마 손에 꼭 맞춰 조정했었다는 것, 숨비소리가 물질만이 아니라 힘겨운 날에도 들을 수 있었다는 것 등을 통해 저자와 함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음식을 테마로 하는 책이라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소개되는 형식이지만 그 속에서 저자의 삶, 그 성장 과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엄마가 해줬던 그 김치를 먹을 수 없지만 제피가루가 들어간 김치에 대한 맛이 가끔 생각난다고 한다. 제피가루가 들어간 김치는 조금 더 강한 맛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어떤 맛인지, 과연 그 맛을 볼 수 있는 김치가 시중에 있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 궁금함이 들었다. 홍합에 대한 저자의 기억이 유달리 생각나는데, 부반장이었던 저자에게 학급에 필요한 물품을 사오지 못해 조금 더 힘겨웠던 선생님에게 전달되었던 홍합, 그래서 아직도 저자는 홍합이 별로라고 한다. 이렇게 기억은 음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잔잔하면서도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영덕 지역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에는 무작정 저자의 말에 따라 찾아가 보고 싶었다. 그곳에 그렇게 아름다운 해안도로가 있다는데 저자의 말처럼 그러한지 말이다. 영덕과 음식, 그리고 저자의 잔잔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