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의 시장 ㅣ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면 그 나라의 시장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나 역시 주로 여행지에서 시장이나 마켓을 찾아가는 편인데, 그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 나라의 모든 것(대부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듯 하다)을 느낄 수 있고 그들이 사는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BS에서 출간한 세상의 시장은 세계테마기행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손바닥 2개를 합친 것보다는 작은 크기의 단단한 커버를 가진 이 책은, 찬란한 색을 가진 사진들을 가득 품고 있었다. 네팔과 인도, 과테말라, 사하라에 이르기까지 아마 여행으로 한 번 가보기도 쉽지 않을 곳의 시장을 이렇게나마 찾아가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 아닐까 한다. 사진 속에서 그 사람들의 삶이 충분히 느껴지기 떄문이다. 얼마 안 되는 글과 많은 분량의 사진들이 세상의 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라고 해서 멋진 각 잡은 사진이 아니라, 정말 살아있는 그대로의 사진들이다. 그래서인지 마치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샛노란 치즈가 가득한 사진, 빨갛게 잘 익은 과일이 있는 사진,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의 모습, 낯선 모습을 한 사람들의 풍경 등 여러 가지 사진을 천천히 넘기다보면 그 곳이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저 그 사람들이 있는 그곳이 세상의 시장이라는 곳, 아주 가깝지만 아주 먼 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시장을 관통하는 기차가 있는 지역은 왠지 베트남의 어느 곳을 떠올리게 했다. 그곳은 시장이 아닌 카페거리였지만 기차가 지나가는 시간에는 모두 상점의 몸집을 잔뜩 움츠린다. 그래야만 기차가 빠듯하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 재래 시장 등의 모습은 어딘가 익숙하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사라질 곳인가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야채, 늘어진 듯 하지만 무척 싱싱해 보이는 생선까지 이 책에서는 시장에 있는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한 듯 보인다.
시장을 찾을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가게 되면 시장이라는 곳이 색다른 장소가 된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가지 않았으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쓰이는 그곳이 시장이 아닐까 한다. 다른 지역을 찾을 일이 있다면 가장 먼저 시장으로 달려갈 것이다. 보고 또 느끼고, 그리고 다시 봐도 시장만큼 그곳을 잘 설명하는 곳은 없을테니 말이다.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 자체를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책으로 구성된 이야기를 살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