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
아만다 리틀 지음, 고호관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같이 풍요로운 식생활이 가능한 상황에서 식량 위기 또는 부족에 대한 생각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고, 아직까지는 괜찮겠지 또는 아무 생각 없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식량 위기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 책은  <Fate of Food>라는 원서를 번역한 책인데, 원 제목보다 한국판 제목이 더욱 호기심이 드는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음식의 운명이라는 뜻에 많은 것을 함축하기 보다는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더욱 재미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진짜 음식 모험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음식이라고 해서 다 가공된 또는 만들어진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부터 시작한다. 아마 한 번쯤은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는 것에 대해 꿈꾸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텃밭을 넘어 나중에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하는 생활도 가끔 꿈꾸기도 한다. 물론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 실천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테지만 말이다. 저자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더 확보하고 함께 하는 일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서 집 안에 텃밭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여러 가지 벌레가 등장해도 저자는 딱히 무엇을 하지 않았고 잡초가 생겨도 어떤 것이 잡초인지 진짜 풀인지 알 수가 없어 뽑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저자의 경험은 음식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어떤 과정으로 이들이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어하는 시작이 되었다.


여러 명의 모험가들이 등장하는데 2장의 사과 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설책도 아닌데 사과 농장의 이야기를 읽다가 울컥했으니 말이다. 이 장은 다른 장에 비해 감정 이입이 너무 된 모양인지, 사과 나무가 갑자기 낮아진 온도에 개화를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니, 슬픈 마음이 들고 말았다. 특히 사과나무는 평생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청년기와 노년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꽃 피우는 시기가 있는데 마지막으로 열매를 맺는 때가 되면 그렇게 많은 사과가 열린다고 한다. 아직 심은지 얼마 안 된 사과나무는 열매를 맺는데 시행 착오를 겪지만 마지막 열매를 맺는 사과나무는 수백개의 열매를 맺고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 한다고 하니, 사과나무에 대한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이야기의 중심은 대자연의 변화, 즉 기후 변화이다. 평년 온도를 유지하면서 따뜻할 때 따뜻하고 추울 때 추워야 사과 재배에 무리가 없는데, 갑자기 따뜻한 날씨에 영하 몇 십도로 내려가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기후 변화의 피해를 덜 받기 위해 두 개 지역에 걸쳐 사과를 생산한다고 한다. 단순하게 사과나무를 심고 때되면 열매가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맛의 당도와 신맛에 대한 조절을 많은 시간에 걸쳐 연구한다는 것 등 우리 음식의 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비가 오지 않을 때의 인공 강우이다. 영화나 만화에서나 구름에 무엇인가를 뿌리면 비가 내리는 그런 것, 바로 그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단순하게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서 무엇인가를 뿌리기만 하면 비가 내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이것은 구름씨라고 해서 구름이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비행기를 잘 조정할 줄 아는 전문가 또한 필요한 일이라고 하니 그리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다. 구름씨를 뿌린다고 끝이 아니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구름에 비가 맺히고 있는지 확인까지 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급상승, 급하강이 이루어지는데 저자는 결국 속을 게워냈다고 하니 어떤 상황일지 상상이 가고 말았다.  음식 모험가들은 자신의 상황이나 자신이 가진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식량을 지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조금 더 건강하고,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의외로 농업을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꽤 많은 양을 차지한다고 한다.) 좋은 음식에 대한 관심을 통해 식량 위기를 막기 위한 작은 노력이나마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원서가 있으니 한국판과 원서를 한 번씩 읽어봐도 좋을 듯 하다.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디선가 노력하고 있는 음식 모험가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이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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