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배달합니다
김하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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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배달의 민족, 카카오까지 직접 경험해 보고 글을 쓸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저자는 이 세 가지 플랫폼 노동을 직접 경험해 보고 글로 남겼는데, 기자의 입장에서 취재라기 보다는 정말 체험 삶의 현장 같은 기록을 남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가까울 듯 하다. 택배, 배달, 대리운전 세 가지의 플랫폼에서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종목(?)들이다. 먼저 저자는 쿠팡에 쿠팡맨이 아닌 물류 창고에 지원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일을 했던 것들을 남겨두었다. 쿠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랐으나 쿠팡의 배달 방식이 빠른 것은 꽤 빠르단 건 알고 있었다. 로켓 배송이라고 해서 오늘 주문하고 내일 받는 시스템은 거의 혁신에 가까웠다. 당장 급하게 마트로 뛰쳐나가 사야 할 물건이 아닌 이상, 반나절 보다 조금 더 걸리는 시간을 못 기다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쿠팡의 로켓 배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저자의 도전기로 알 수 있게 된 부분이 꽤 많았다.


저자가 담당한 물류 업무와 택배 업무는 다른 유형의 업무이다. 저자의 역할을 고객의 주문에 맞춰 해당 상품을 찾아서 포장대에 가져다 주는 역할이었는데, 이 업무가 택배 상하차 업무보다는 급여가 좀 적다고 한다. 하지만 일이 고되기 때문에 제공되는 점심이 꿀맛 같이 느껴진다는 저자의 말, 그 말이 어떤 땀의 대가인지 알 것 같았다. 간편하게 지원해서 출근에 대한 허가가 떨어지면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지원한다고 한다. 지나가다 물류센터를 본적은 있어도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지는 몰랐는데, 새삼 다르게 보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류센터는 다른 건물과는 다르게 한 층의 높이가 꽤 높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한 층을 걸어 올라가는 것은 결코 엄두를 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 저자의 업무 경험과 더불어 하나 더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로봇에 의한 인간 대체이다. 아마존 플랫폼을 그대로 가져온 케이스라고 하는데, 중국의 경우에는 로봇만이 일하는 물류센터도 존재한다고 한다.


다음은 배달의 민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 음식을 거의 먹지 않다보니 요즘 들어 한 두번 주문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워낙 많은 오토바이들이 도로에 다니고 있어 먹어보지 않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지 알 수 있었다. 쿠팡보다는 시급이 좀 더 좋다고는 하지만 배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오토바이가 아닌 자전거로 커넥터를 했다. 행여 음식이 식을까 허벅지가 터지도록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는 저자의 마음을 보면서, 혹시 배달음식을 주문할 일이 있다면 꼭 빠짐없이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카오 대리운전의 이야기이다. 나온다는 순간부터 많은 말이 많았던 이 플랫폼 역시 접근하는 것에는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잡아서 하는 것,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 따지고 보면 남는 것 없는 최저 시급 등의 이야기를 보며 세상의 모든 일이 내 뜻처럼 간편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저자는 이 세 가지 플랫폼 이야기를 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는데, 최저임금의 인상률이 두 자리수가 아닌 적이 있었던 것은 국가 위기 때 말고는 없었단 것은 새로운 사실이었다. 당연히 인상폭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면 지금이 국가 위기의 순간만큼 얼마 인상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고된 노동 끝에 최저임금이라는 보상을 받는다는 것, 그냥 읽고 넘어가기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제목은 <뭐든 다 배달합니다>라고 어쩌면 유쾌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실상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닐까 한다. 지루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게 누군가의 세상을 알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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