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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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기린 해부학자에 대한 이야기,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를 읽게 되었다. 해부학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책은 전혀 그런 것 없이 읽히는 책이었다. 기린을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좋아했던 저자는 (실제 어린 시절 사진도 실려있다) 학창시절에는 잠시 잊고 있었던 기린에 대한 기억을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꺼내게 된다. 이쯤에서 조금 부러웠던 지점이 있다. 대학에 가서 자신이 4년동안 공부한 것을 40년 동안 일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저자의 모습이다. 결국 과거에 자신이 기린을 좋아했었다는 것을 떠올려 저나는 자신이 기린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니게 된다. 저자가 공부했을 당시는 동물에 대한 연구보다는 조금 더 실질적인 연구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저자의 연구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박물관 해부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고, 그 기회로 저자는 기린 해부학자의 길로 들어선다.


처음은 기린을 해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기린이 생을 다하거나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면, 박물관이나 학교로 해부를 위해 이송된다고 한다. 해부를 하는 과정은 보통 7~10일정도 소요되는데, 더운 나라에 사는 동물이다 보니 주로 연말연시에 많이 해부를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저자는 연말연시 약속은 잡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기린이 죽지 않는다면 약속에 참석하겠다는 말을 하지만, 대부분 그 어떤 것보다 기린 해부를 먼저 선택한다고 한다. 저자의 기린 해부는 기린이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다. 준비해야 할 작업이 꽤 많고 도구도 잘 챙겨야 한다. 기린이 도착하면 (차에 실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서 도착한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동을 시작하는데, 이 과정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꽤 무거운 기린의 무게는 목 부분만 웬만한 스모 선수의 몸무게와 맞먹는다고 하니, 상상할 수 없는 무게이다.


해부라는 것은 해체와는 다르다고 한다. 해체는 연구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부위를 나누는 것이고, 해부는 연구에 가깝다. 저자가 초기에 했던 것은 해체였다고 한다. 지금은 해부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기린의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근육으로 인해 어디 부위가 움직이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한다. 특히 목뼈를 관심있게 보고 있는데, 저자가 그림으로 표현해낸 목의 일부를 보며 저자의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해부학이라고 하면 뭔가 거부감부터 드는 영역임에는 틀림없는데 기린을 너무나 좋아하는 저자로 인해 해부학에 대한 느낌이 조금 바뀌었다. 저자 역시 해부를 하는 동안은 두려움은 사라지고 그 안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다고 했는데, 아마도 자신의 전문 영역이고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기린에 대한 관심이 있거나 기린 해부학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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