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식사 - 대한제국 서양식 만찬부터 K-푸드까지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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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가장 재미있는 책에 속하지 않나 생각한다.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는 편인데 1분, 그 1분이 모자라서 못 읽고 다음에 읽어야 하는 것이 몹시도 언짢게 느껴질 정도로, 조금만 더 읽어야 하는데란 생각이 가득했다. 저자의 글솜씨에 푹 빠져서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안 보고 넘어갈 수가 없다. 저자는 역사학와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음식인문학자이다. 이 책 외에도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저서가 꽤 많은 것을 보고 꼭 다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100년의 역사와 음식 문화를 담고 있다. 100년이라고 하는 시간을 역사 공부의 기준으로 보면, 참도 안 외워지는 인물과 사건들이 꽤 많은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음식 문화와 함께 역사까지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에 제공하니 이 책이 너무 괜찮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구성도 참 잘 짜여져 있는데, 시기별로 차례를 구분해 두었다. 개항기, 식민지 시기, 전쟁, 냉전, 세계화까지 읽다보면 100년의 시간이 참 길고 멀다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100년 참 짧았네란 생각이 들고는 만다. 음식 문화라는 것은 변화해서 아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원형을 유지하거나 약간의 변형이 생기는 것이 대부분인지라, 친숙함에서 오는 시간의 짧음이 느껴진다. 단순하게 음식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제공되었던 상황, 그 음식을 먹게 된 사람 또는 대접한 사람, 또는 만든 사람 등에 대해 자세히 담겨져 있다. 그러다보니 흔히 볼 수 없는 사료를 접할 기회도 생기는데, 그 당시의 메뉴판이라든지 먹은 사람이 남겨둔 그림 등이다. 당시의 상황을 우리는가 완벽하게 구현해낼 수는 없어도 이런 저런 사료들을 한 데 모아 당시의 상황을 비슷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는 그 감동이란 이루말할 수 없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왕이 있었고 한복이 매일의 의복인 날들이었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근대화를 거치면서 서양 음식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맛 본 우리의 음식은 그들과 같기도 다르기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마련, 그래서인지 그들은 국수(냉면)를 파스타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설랑탕과 빙수였다. 설렁탕은 서민의 음식으로 아직도 양반 계급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찾지 않은 음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를 위해 배달이 가능했었다고 하니, 이때부터 배달에 대한 무엇인가가 싹튼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며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빙수는 일본에서 들여온 것인데 그림으로 제시된 제빙기를 보니, 요즘에도 간혹 볼 수 있는 디자인과 구조의 제빙기였다. 이 제빙기의 역사가 1927년(왜 안 잊혀지는지는 모르겠다)부터였다고 하니, 약 80여년을 우리는 빙수와 함께 지내왔다. 아, 물론 처음부터 팥빙수는 아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딸기 시럽 빙수가 최고였던 듯 하다.


100년의 세월을 음식 문화로 살펴본다는 것은 가히 놀라운 일이었다.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고 때에 맞는 저자의 역사적 배경 설명은 음식 문화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음식을 다 다루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여기서 등장한 음식에 대해서는 앞으로 먹을 때마다 이 역사적 배경이 생각날 듯 하다. 저자의 다른 음식 문화에 대한 책을 꼭 다 보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책은 누구나,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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