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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ㅣ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평점 :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꽤 많이 들어보고 말해본 적이 있다. 그 유토피아가 이 유토피아를 뜻한다는 것, 그리고 생각만큼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는 것이 이 책에 충분히 빠져들 조건이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3가지로 구분되어져 있다. 처음은 토머스 모어의 겸손함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그저 자신은 한 것이 없다는 말이 반복된다. 자신은 이 책을 쓰는 데에 한 것은 없지만 딱히 한 것이라면 잠 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을 쪼개 라파엘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했다는 말을 한다. 처음에는 받아 쓴 것 말고는 한 것이 없나 했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겸손함이었을 뿐이다. 그 다음은 라파엘의 이야기 진짜 <유토피아>를 만나게 되는 시간이다. 저자와 라파엘의 만남은 저자는 그를 뱃사람이라고 오해한다. 뱃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뱃사람이지도 않은 라파엘, 그의 박식함과 훌륭한 견해를 아까워 하지만 라파엘은 자신만의 세계가 굳건한 사람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 이미 물려받을 재산을 다 가족과 형제에게 나누어 준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라파엘이 경험하고 5년을 살았다는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세상에 없는 나라와 같았다. 화폐라는 개념이 없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분배,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였다. 그렇다고 당시 시대상에 있는 노예라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쟁에서 포로로 잡히거나 각 나라에서 중형 이상의 죄를 지은 사람들을 데려다가 노예로 삼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주인과 노예의 그런 구조는 아니었다. 도시와 농촌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도시에서 사람이 내려오면 농촌에 있던 사람들은 도시로 올라가고, 물론 다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 중에 일부는 남아서 새로온 사람들에게 농촌에서의 일을 가르친다. 그래도 농촌에만 있는 계급, 도시에만 있는 계급 따로 없이 누구나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바로바로 구할 수 있는 나라였다. 뜻밖에 결혼제도가 좀 특이했는데 (이는 저자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하다) 자신의 결혼할 신랑과 신부의 몸을 기혼자의 입회 하에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고 한다. 손바닥만한 얼굴만 보고서 판단하는 것은 추후의 불화를 만드는 길이어서 이렇게 진행한다고 하는데, 유토피아라고 생각되기도 하다가 아닌 것 같기도 한 특이한 제도였다.
세 가지로 나누어진 마지막은 서신으로 이루어져있다. 유토피아가 진짜 있는 나라인지, 그곳으로 돌아간 이야기 등에 대한 것들이 실려있다. 누가 봐도 완벽한 <유토피아>라는 나라는 모두의 의구심을 살만큼 완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읽으면서 '안시성' 영화가 떠올랐는데 안시성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요새와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런 구조와 비슷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잠시 들었다. 마지막에 유토피아에서 구현한 제도들이 각국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전부는 아니더라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취하는 과정에 우리는 놓여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제목만으로 어렵게 느꼈던 <유토피아>, 이 책은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 사람들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정치, 어떻게 보면 사회, 어떻게 보면 복지 등 여러 분야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