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옛이야기라는 단어에 혹해서 이 책이다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두툼한 책 두께에 속으로 좀 놀라기는 했다. 이를 어쩌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건가 싶게 너무 재밌는 책이다.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 보따리 가득 든 이야기꾼에게 쉴새 없이 이야기 폭격을 당하는 기분이랄까. 새롭지 않은 이야기가 새롭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 전설, 민담 등, 어쨌든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단순하게 이야기에 대한 설명만 하지 않는다. 초반에 나오지만 <문학치료>라는 장르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읽는 내내 잊지 않는다면 이야기의 흐름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치료>는 심리치료 방식 중에 하나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졌을 법 한 대상이다. 그저 관심만 갖고 있던 분야를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런 사람들은 한 번 생각해봐라는 간결한 문장에서 이 문학치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전적으로 문학치료라는 분야를 위해 쓰여진 것은 아니다. 요즘 여우가 나오는 드라마가 유행이라 그런지 유독 여우누이가 기억이 나는데, 보통 이런 이야기들이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버전도 각각 등장인물이 다를 때가 있고 상황의 변수도 여러 가지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 진짜 서사란 무엇인지, 이야기에서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을 말해준다. 옛날 이야기라고 해서 옛날에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부분은 서사지도이다. 서사지도는 아직 개척하고 있는 분야라고 한다.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극복했는지 어떤 고비를 넘겼는지를 보면서 우리의 인생의 서사지도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읽는 대상이 정해져 있을 거라 생각한 옛날이야기가 대상에 제한 없이 모두에게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어준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자, 왠지 서사지도를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옛날 이야기만이 아니라 각국의 옛날 이야기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중간중간 이야기 원문의 중요한 부분을 다 실어 놓았는데, 이 부분이 없었으면 어쩔까 싶을 정도로 옛 이야기의 몰입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끔 읽다가 여기서 끝나면 안 돼, 난 뒷 부분을 더 읽고 싶어라는 마음의 소리를 외치기도 했다. 물론 다행스럽게 끝까지 이야기가 실려있었지만 말이다.


라푼젤에 대한 부분도 기억이 남는데 이 이야기의 원형에서 가장 재밌는 것은 라푼젤이 상추라는 뜻이란 것이다. 이 상추가 어떻게 나오게 되는가하면, 라푼젤의 엄마가 라푼젤을 임신했을 때 상추를 먹고 싶어했고 그 상추는 금기의 땅에 있는 상추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라푼젤의 내용에서는 이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원형을 알고나면 더 재미있거나 더 이해가 잘 되는 부분이 많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옛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책이 두꺼워도 두꺼운지 모르고 지나갔다.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예전에 잔혹동화 이런 것들이 아닌, 제대로 된 옛이야기의 구조와 분석을 살펴볼 수 있고 덤으로 나의 마음과 상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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