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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 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
핫토리 고유키.핫토리 분쇼 지음, 황세정 옮김 / 더숲 / 2020년 10월
평점 :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 상상도 하지 못할 이야기가 펼쳐진다. 핫토리 씨 가족은 엄마, 아빠, 아들 둘과 막내 딸 이렇게 살고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문체에 엄마가 그린 그림은 이 책이 너무 귀여워 죽겠다는 생각을 떨치지를 못하게 한다. 아빠의 자유로움과 자신의 일과 자신만 사랑하는 모습조차 저자는 불쾌한 기색 없이 표현해 냈다. 핫토리는 원래 저자의 성이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일본은 성을 여자 또는 남자 쪽으로 따르게 되어 있는데, 핫토리라는 성이 더 멋지니 핫토리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핫토리 가족의 유별남은 아빠 분쇼에게서부터 나온다. 그는 회사 생활을 하기는 하지만 직접 사냥을 해서 먹는 것을 해결하는 나름의 자연인이다.
등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만나게 된 두 사람의 모습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가 처음 분쇼의 집에가서 밥을 먹던 날의 장면, 다양한 벌레가 사는 단층집을 구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젊은 사람들이 들어온다고 밝은 페인트를 칠해버린 사건 등 각각 하나의 제목을 가진 짧은 이야기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나름 시간 순에따라 나열된 것 같긴 하지만 저자의 마음이 내킬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기도 한다. 세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아빠 분쇼는 딱히 관심이 없었단 것을 표현해 내는데, 그래도 현명하게 잘 처신하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기장에 자신의 마음을 덜어내는 모습이 저렇게 마음을 좀 다스려야 봐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다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 가족은 아빠 분쇼가 사냥을 시작하면서 사냥한 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주된 고기는 사슴이다. 마을 사람들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뉴트리아를 잡은 아빠 덕에 아이들 도시락에 뉴트리아 튀김이 들어가기도 한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익숙한 식재료가 아닌 것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한다. 사슴 고기를 먹으면서 사슴의 에너지를 받아 가족들이 사슴처럼 활력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해 냈는데, 단순히 저자는 자신들의 도시 수렵 생활 분투기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빠 분쇼의 죽을 힘을 다해 등산을 하거나 무엇인가를 해내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목욕탕을 다녀오면서도 무언가 해냈다는 느낌을 준다니 말이다.
이 가족의 도시 수렵 생활은 일본이라는 것을 저자가 말하지 않았으면 지역에 대한 상상이 전혀 되지 않는다. 회색빛 도시랑은 상관없는 경사진 언덕에 위치한 집에서 살면서 사슴 머리가 마당에 장식되어있는 그들의 보금자리, 독특하기는 하지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은 그냥 서로가 바쁜 하루를 보내는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데,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의 마무리로 꽤 괜찮았단 생각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저자의 그림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는 것은 덤이다. 재미있었던 도시 수렵 생활 분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