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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 - 인간은 어떻게 미지의 세상을 탐색하고 방랑하는가
마이클 본드 지음, 홍경탁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평점 :
네비게이션이라는 존재가 없을 때 낯선 곳에 찾아가는 일은 표지판과 종이로 된 지도에 의존해야만 했다. 자칫 잘못 들어간 막다른 골목에서 되돌아 나와야 하기도 하고, 우연치 않게 발길이 닿은 곳에서 가려던 목적지보다 좋은 것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세상이 발전하니까 굳이 내가 길을 잃을 일 없이 더 빠르게 또는 더 수월하게 가는 길을 안내해 주는 조력자들이 등장했다. 그러다보니 길을 잃을 일도 없고 길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길에 대한 이야기,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이다. 제목만 봤을 때는 뇌과학이라니,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겪었던 길을 잃고 길을 찾은 이야기, 그 이야기의 시작점부터 파생된 '길 잃음'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길 잃음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은 과거 오래전에 살았던 인류,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에게 교통편이 있을리 만무하고 무조건 걸어서 길을 찾고 친구를 만나더라도 수백킬로를 걸어야만 했다. (뭐 가끔 뛰는 것도 가능했을 것 같다.) 그런 그들에게 길 찾기 능력이란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수백킬로를 걸어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사는 것이니 말이다. 네안데르탈인과 동시대에 존재했지만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호모사피엔스는 길을 떠나고 찾는 것에 능했다. 결국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오래 전 이야기 다음은 아이들의 길 잃기이다. 보호자의 곁을 떠나 아이들을 쉴새 없이 돌아다닌다. 읽고 나서 안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주변에 보호자가 없다는 두려움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이 새로웠다.
이러한 길을 찾고 잃어버림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개한다. 위치 세포라는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쥐 실험이라든지, 직접 쥐의 뇌가 되어 상상해 보는 장면은 흥미로웠다. 이 길에서 펼쳐지는 다른 이야기는 여자/남자의 길 찾기, 실종의 심리학, 그리고 마지막은 정신이 길을 잃는 순간(치매)까지 모두 담겨져 있다. 정신이 길을 잃는 순간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그들을 위한 프로젝트 마을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지원이 끝나서 그들이 모두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갔지만 병에 걸리기 전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슴을 찾는 일이라든가의 것들을 할 수 있던 것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GPS 덕이지만 그들의 삶과 주변인의 삶이 나아졌다는 것에서 길을 편히 잃어버리고 찾는 것은 어쨌든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길 찾기에 대한 본능을 깨우게 되고 길을 잃었다고 해서 실패하거나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보다 직접 걸어서 학교에 가는 것이 주변 환경을 더 잘 습득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더 좋아지는 것처럼, 가끔은 잃어버리든 찾든 상관없이 길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길을 헤매다 얻은 기억과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길을 다시 한 번 헤매고 싶어지지 않을까 한다. (물론 두려움 없는 길 헤매기가 되어야 할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