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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끈질긴 서퍼 - 40대 회사원 킵 고잉 다이어리
김현지 지음 / 여름귤 / 2020년 9월
평점 :
40대 직장인이라면 직장 생활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할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같은 하루지만 조금은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그런데 또 마땅하지 않은 등의 고민 말이다. <가장 끈질긴 서퍼>는 40대 직장인이 써내려간 매일매일(까지는 아니지만)의 일기이다. 남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 어쩌나, 괜히 혼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도리어 같은 나이대라 울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같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고, 일기장이라는 것을 저자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종종 본인의 일기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마다 자각한다. 아, 일기로 남긴 글들이었지라고 말이다.
40대의 직장인으로서 회사라는 곳을, 그리고 그곳에 다니고 있는 자신을 서퍼, 그리고 파도라고 한 저자의 비유는 아주 찰떡과 같이 마음에 붙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얕은 파도, 높은 파도, 가끔은 서핑 보드도 놓치고 그런 거였어라는 나름의 위안이랄까. 저자는 그동안 모은 돈을 내 집 마련에 쏟아 붓고 끝!이 아니라(아마 끝이었다면 모든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 로망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결론은 그래서 더 회사를 다녀야 하는 상황을 그려내기도 하는데, 그런 모습을 통해 다들 비슷하구나 그래서 못 그만두는거구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게다가 어느날 갑자기 직장 상사로부터의 면담 신청을 받기라도 하는 날에는, 저자 역시 오늘이 그날인가라는 두려움이 드는 날도 있다.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 나이대를 지나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이 무엇인지, 운동 한 번 가기가 그렇게 힘들더라도 가서 좀 자더라도 살려고 간다는 그 말. 운동 한 번 가기 어려운 내게 응원 같은 말이 되어 주었다. 저자의 심심하면서도 롤러코스터 같은 40대 사무직 직장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와 같기도 다르기도, 어쩌면 같아질 것 같기도 어쩌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며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일기를 책으로 구성한 덕에 조금 쉬었다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이 잘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일기에 이렇게 기억에 남고 좋은 말들을 써놓을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종종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일기로만 남기기엔 참 아까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살아온 나이는 자신이 있어도 살아갈 나이는 자신이 없어지는 40대, 이 40대를 건재하게 지나고 있는 저자와 그에게서 위로와 응원, 그리고 내가 별나지 않게 잘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울고 웃고, 화내고 짜증내고, 변덕스럽기 그지 없는 하루하루의 삶이지만 이 또한 보람이 있었다고 생각하게 해 주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