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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유은정 지음 / 성안당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독특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별나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탄탄한 내용을 싣고 있다는 의미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리고 기대하는 바를 물병에 물을 서서히 채우듯 충족해 준다는 느낌이 이 책을 읽고 든 느낌이었다. 예전에도 그랬었는지 사실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요즘 유난히 자존감과 남의 눈치에서 사람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내가 나로서 당당할 수 없는 개인에 대한 심리 테라피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총 5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 편이 필요한 당신, 핑계가 필요한 당신, 성장이 필요한 당신, 용기가 필요한 당신, 확신이 필요한 당신으로 나누어 각각에 해당하는 심리 테라피를 제공하고 있다. 테라피라고 해서 심리 요법을 상상하면 안 된다. 저자의 잔잔한 이야기와 고운 양념처럼 뿌려진 사례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마음의 안정을 주는 테라피이기 때문이다.
요즘 어디가나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은데, 저자의 말에 참 동감한다. 그놈의 자존감, 자존감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이다. 사실 그렇다. 자존감이라는 것이 무슨 온도 올라가고 내려가듯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참 좀 그럴 일이다. 안정적으로 나의 자존감을 유지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자존감이 낮아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의 디폴트 값 자체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진짜 자존감의 모습이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만의 개별성을 찾는 테스트였다.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딘가에 제출하기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다보면 천편일률적인 좋은 말들이 오가는데, 그게 아닌 진짜 나의 모습을 찾는 개별성 테스트 생각 이상으로 좋은 경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너를 위해"가 아니라 "나를 위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도 크게 와 닿았다. 라떼는 말이야~ 라는 요즘 유행어처럼 이 말에 내포된 의미는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나를 위해"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결하지 못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자신의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보내줄 수 있는 시간이 따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는 아무렇지 않지만 그러한 감정으로 인해 작은 문제라도 생기고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라는 생각을 하고 읽기는 했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굉장히 와닿는 누군가의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테라피인 이 책은 모두가 읽어봐도 좋을 공감되는 주제가 많은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