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뭐하고 살았지, 바이크도 안 타고
유주희 지음 / 팜파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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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에 대한 욕망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면허증에 한 줄 더 새기는 걸 해보고 싶은데 그 한 줄이 "2종 소형"이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한 줄 새기기가 몇 년 째 어렵다. 바이크는 야외에서 보는 시험을 견디려면 무엇보다 날씨가 가장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이 날씨로 인한 옷차림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이 혹독한 서울의 겨울을 바이크를  타고 맞이할 수 없어 겨울에는 타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튼, 날씨는 참 바이크에게 큰 작용을 하는 것임엔 틀림 없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이크에 대한 무한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동지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고, 아직 새기지 못한 그 한 줄을 드디어 새길 합리적인 구실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이크라고 하면 아직도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도로를 지나다 보면 멋지게 차려입은 바이커들이 지나가는데, 굳이 성별을 나누자면 남자가 여자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여자 바이크로서 저자는 자신이 바이크를 타게 된 이유, 그리고 바이크를 타면서 얻게 된 나름의 정보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있다. 바이크 면허만 따면 저절로 운전 가능일 거라 생각했던 내 입장에서는 가만히 서 있다가 나동그라지는 상황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적잖은 당황이 느껴졌다. 자전거 만큼 가벼운 무게를 가진 바이크도 아니고 그 바이크가 다리를 누른채 도로에서 누워버린다면, 어떻게 들어올리나 싶은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물론, 지금은 거뜬히 들어올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동안은 2종 소형 면허면 바이크를 탈 수 있게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면허를 딴 뒤에 여러 가지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의 맛집 탐방이나 바이크에만 온전한 집중을 하고 "멍 때리기" 시간을 갖는 등, 바이크의 갖은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단순히 바이크를 타서 즐거웠던 경험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멍 때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이 부분이 특히 공감되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내 자신에 대해 돌아볼 찰나의 순간도 없이 지나가고 있을 때, 이 멍 때리기가 아이디어도 떠올리게 해주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할 것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경제 기자라는 직업과 달리 친근감 있는 글의 느낌은 바이크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올해나 내년 쯤에는 꼭 2종 소형 면허를 따서 저자가 누렸던 즐거움을 나도 한 번 누려보고자 한다. 바이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왕이면 여자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바이크의 재미에 빠져보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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