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하완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완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길래 주저 없이 읽기로 결정했다. 이전 작품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의 나름 열렬한 팬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기대감이 컸다. 이런 말을 쓰다보니 책 내용에 쓰셨던 한 꼭지인, 어떤 메일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발로 쓴 글에 대한 이야기 편이었는데 작가님께 직접 메일을 쓴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런 글을 쓴다는 것이 그 메일의 내용이었는데 나처럼 이런 부끄러운 줄 모르는 글을 읽고 즐거움(때로는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으니, 된 거 아닌가 싶다. 물론 그 분 역시 그 나름의 이유로 그런 이야기를 하셨을 거란 건 안다. 하지만 난 좀 더 팬심을 발휘해 보고 싶단 생각이다. 


전작인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가 당시에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면 이번에는 꼭 정면 승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왜 측면이 더 낫다고 저자가 말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가장 궁금할 것이다. 보통 다들 증명사진이나 찍어야 제대로 된 정면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다. 그때 보면 정면보다 측면이 더 낫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어린 시절 미술 시간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한 번쯤 다 경험했을 옆 자리 친구 얼굴 그리기, 모두들 정면 그리기에 애쓰고 있었는데 유독 한 친구가 친구의 측면을 그려 큰 울림을 주었단 이야기다. 그리고 정면보다 측면이 더 정확도가 컸다고 한다.


전작에서는 짧은 글과 재미있는 그림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남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며 추천했던 기억도 있고, SNS에 돌아다니는 짤을 그렇게 재미나게 잘 보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아, 물론 책에 그려진 삽화는 여전히 재밌다. 특히 집에 있는 건 즐겁다는 파트의 그림은, 너무 표정이 리얼해서 (진짜 즐거워 보인다) 계속 보고 웃었다. 그걸 읽는 나의 모습과 꼭 같아서 더 웃겼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있을 때 느껴지는 온전한 행복감에 대한 공감 백프로였다. 전작보다 더 잘 다듬어진 문장과 솔직한 저자의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위로를 해주었다. 꼭 정면으로 남들과 같이 살지 않아도 측면 역시 괜찮다는 생각의 전환이 생기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용기는 아직 없지만, 적어도 그런 용기를 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을 시간은 한 번쯤 가져보고 싶다. 


또 다른 "측면"이 괜찮은 사람이 탄생할지 누가 알겠는가.


하완 작가님의 전작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무조건 추천한다. 전작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이번엔 더 수려한 솜씨의 글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 그래서 항상 소장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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