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물방울부터 바다까지 물이 드러내는 신호와 패턴을 읽는 법 ㅣ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0년 7월
평점 :
트리스탄 굴리의 두 번째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이라는 것에 대한 별 생각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에 "2"라고 크게 쓰여있는데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읽었던 것은 "2"라는 숫자와 상관없이 "물"이라는 소재로 자연수업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읽다가 "2"가 생각난 이유는, 왜 자연수업인데 "물"에 대한 이야기 밖에 없는 건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꽤나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제목 그대로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이라고 하기에는 제목이 내용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과, 저 제목만큼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할 하나의 문장이 또 있을까란 생각이 공존한다. 어쨌든 트리스탄 굴리의 자연수업 2는 "물"을 소재로 한 자연수업이다.
평소에 물을 흘리거나 물컵에 맺힌 물을 보면서 생각 없이 손으로 슥슥 문질러 보는 것들은 다들 한번 해봤을 것이다. 그럴 때 물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나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잘 닦이지 않았다든가, 아니면 잘 마른 휴지나 수건은 한 번에 잘 닦였다든가 하는 것들의 경험 말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 책에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한다. 물론 배를 타고 나가는 "물"의 탐구는,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물론 큰 강이나 우물을 경험하는 것도 요즘 세상에서는 집 근처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차분하게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말 그대로 수업을 진행하듯 저자는 서술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경험이 있다면 쉽게 이해가 가지는 부분도 있고, 그런 경험이 없다면 이게 뭐지 싶은 부분도 있지만 저자의 한 마디가 그 불안감을 가라앉혀준다.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도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번 다시 확인해 보라는 말, 그 말이다.
"물"이라는 소재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이 책 안에 담겨져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부터 식물, 바다, 그리고 특정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물까지 여러 가지 물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한 번에 다 소화하지 못한다고 해도 얻어 가는 것들이 꽤나 많은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억에 남는 부분 중에 하나는 섬에 가까이 갈 수록 서식하는 새의 종류에 따라 섬까지 남은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어떤 새들은 담수를, 어떤 새들은 염수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가능해 진다고 한다. 자연이라는 것은 그 안에서 체계와 질서가 있고 단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아니, 아주 많이) 방대한 내용을 싣고 있어서 산책자만을 위한 수업이라고 말은 하기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든다. 모두를 위한 자연수업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1권은 "물"을 소재로 한 2권과 달리 여러 가지 자연을 다루고 있었다. 조금 더 다양한 자연을 경험하고 싶다면 1권도 함께 읽어본다면 좋을 듯 하다. 이 책은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큰 호기심으로 읽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하더라고 자연의 신비를 새롭게 느껴볼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