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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틀랜드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
세라 스마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5월
평점 :
하틀랜드라는 제목보다 이 책이 표현해 내는 '가난'에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계급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가난'이라는 부기준으로 계급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이 친숙하지는 않다. 여행으로 자주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직접 부딪히고 접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보니, 매체에서 그려지는 모습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했던 나름의 선입견 같은 생각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책 <하틀랜드>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미국이라는 곳은 참 넓구나, 땅이 넓은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꼭 부유함이 따라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가난,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써내려가는 이 책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었다. 픽션이라면 이런 체계적인 자료 조사를 마친 픽션이 있다니란 결론이고, 논픽션이라면 이런 상황도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것이었다. 분류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 책은 비평 쪽에 분류되어 있었다. 논픽션인 모양이다. 논픽션이라고 생각하거나 픽션이라고 생각하거나 상관없이 하틀랜드의 이야기는 현실적이며 매우 날카로웠다. 현재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메리트가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몇 대에 걸친 할머니, 엄마, 그리고 어거스트라는 존재까지 대를 이어 내려오는 가난,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세밀한 고찰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가난할 수 있다,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곳이 미국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이 들어가니 누군가의 궁금증에 불을 당기기에 적절하다. 세계에서 강대국이라 표현되는 곳에서도 모두가 자본의 넉넉한 혜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한 번쯤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비평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비평서처럼 기술되어 있지는 않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기술하는 방식에서 '부드러움'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픽션이 가미된 소설처럼 부드럽고 유연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매우 명확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을 살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모습이 가난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모습이라면, 이 책만큼 적당한 책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미국이 가진 이면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이 책은 서술 방식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생각이 든다. 자유롭고 유연한 서술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