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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 하나로 두께감이 좀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충분히 드는, <환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20%도 채 못 읽어본 것 같지만 그 적은 경험 속에서도 이 작가에 대한 신뢰는 차고 넘친다.
'환야'라는 제목과 이 책의 표지는 오묘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책을 읽는 도중에 표지를 살펴보는 경우가 있는데 표지의 느낌도, 제목의 느낌도 읽는 내내 또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는 생각이 들도록 여러 가지 스토리가 흩뿌려졌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가히 놀랍도록 체계적이고 순식간에 빠져든다. 이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가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또 다른 스토리로 연결되는 경험, 이 경험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환야>에서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마사야와 미후유이다. 이 두 사람을 통해 그려지는 스토리는 긴장감을 높이다가도 많은 생각에 잠기게도 여러 스토리가 한 데 모여지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겪다보면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초반에는 이 두사람이 좋은 결말을 가져오려나 하며 기대감을 품게 하지만, 초중반이 지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미후유의 행적을 쉴새 없이 따라가다보면 마침내 이르게 된다. 기대감과는 다른 결론에 말이다. 이 책에서 눈여겨 지는 점이 첫 번째가 두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라면, 그 다음은 모든 사건이 시작되는 사건의 배경이다. 일본 대지진을 그리고 있는데, 매체에서 접하기만 했던 지진이 마치 겪은 경험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혼란스러운 상황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선택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라면, 아마도 첫 번째는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생각한다. 수 많은 스토리가 생겨나도 그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야>의 주인공 중 하나인 미후유에 대한 궁금증, 이것 하나로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미스테리함 속에 숨겨져 있는 미후유라는 캐릭터만을 따라가는 것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과 비교할 깜냥은 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본 몇 편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2권의 이야기였다. 2권이라서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