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길을 잃다 - 대형 개발에 가려진 진실과 실패한 도시 성형의 책임을 묻다
김경민 지음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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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현재 전쟁터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선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 서울은 현재 남한 인구의 4500만 중 일천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거대 도시이며,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며 살고 있고, 주변 지역들 역시 서울에 기대어 사는 형편이다. 어쩌면 서울로부터 가장 먼 부산 역시 서울과 불가분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다. 이런 서울이 계층, 계급, 그리고 세대 간의 각축의 장소가 됐으며, 지금도 진행중이란 사실은 한국인들의 삶의 질과 연결해 봤을 때 매우 위험하다. 그런 위험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부동산이며 재개발이다.
  한국의 재개발은 누군가의 희생을 발판으로 그 지역을 살찌우려는 행태다. 특히 개발독재 시대에 저소득층을 패배자로 규정, 그들을 내쫓는 과정을 심화시켰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런 재개발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서울만한 곳도 없다. 재개발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보도 윤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서울시, 심지어 구청까지 앞장서서 자기 지역 주민들을 내몰고, 잘 사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면서 재정 수입 확대만을 추구하는 행패는 용산참사라는 상징적 사건을 만들었다. 주객이 전도되는 이런 사태는 지역 공동체를 붕괴시켰고 삶의 질을 하락시킴은 물론, 가진 자들의 임대수입이나 보장하는 위험천만한 국가로 변모시키고 말았다.
  저자 김경민 교수는 이런 현실에 분노한다. 공공기관, 시공업자, 조합장 등의 계발 세력들의 이익을 위해 가장 큰 것들을 놓치는 현실은 사회의 안전을 헤치고 위험한 사회로만 변하게 함을 직시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어려운 역할을 자임한다. 특히 그는 분양위주의 사업의 허실을 폭로하면서 임대사업을 위주로 하는 재개발을 적극 주장하며,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세력으로 주민과 정부와 하위단위들인 시정부, 그리고 시공업자 등의 중간에서 혹은 주도적인 입장에서 도시개발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민간 혹은 공공 디벨로퍼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대충 건물을 다 짓고 분양을 통해 모두 정리한 다음 모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고만 하는 재개발 주체들의 허실을 ‘가든파이브’이나 서울 뉴타운 개발 등을 통해 규명하는 부분들은 매우 인상 깊다. 또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한강르네상스 개발에 대한 성실한 분석은 지금까지 서울시가 추진했던 목표가 무엇이고, 그것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밝힌 좋은 내용들이다.
  중국의 ‘상하이 신천지,’ ‘뉴욕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같은 성공사례와 한국의 실패한 사례들을 비교하면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공공성 회복의 강조였다. 이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같은 궤도를 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그 지역에 가장 적합하고 세대와 계급을 통합하면서 안정된 커뮤니티를 건설하는 것이 지역 풀뿌리 민주주의고 전체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형성하며 재개발 역시 이런 목적에 부합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재개발은 특정세력의 이익에만 부합, 시정부의 이익 증대와 건설업자들의 탐욕만을 만족시키는 사업으로만 추진됐으며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키고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키며 사회적 긴장과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고려하면서 각각의 이익세력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하면서 개발의 이익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이끄는 디벨로퍼의 가치는 분명 새롭게 매우 의미 있는 대안일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위험하다. 특히 재개발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고 주역주민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기에 반목은 심화될 뿐이고 더욱이 과도한 개발로 인해 오피스는 넘쳐서 빈 곳이 허다하고, 모두가 결국 패배자가 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럴 때야말로 공공성이 필요하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디벨로퍼가 한국에 꼭 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방법이 무엇이든 모두가 공존하며 서로를 인정하는 가치관을 위해 공공성이 회복되어야 하는 것을 중요하며,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 역시 이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할 서울이 낙원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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