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사 진풍경 - 개정판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역사책을 기술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어떤 책은 역사적으로 벌어진 일들을 추상적인 어휘와 구성으로 집필하는 책들이 있는 반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조선사 진풍경’이란 책처럼 구체적인 일들을 기술하는 책도 있기 마련이다. 각자의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보다 후자가 더욱 생동감 있고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왜냐 하면 구체적일수록 우리 옆에 일어나는 일처럼 감정이입이 쉽고, 바로 우리의 일처럼 공유감도 크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에 쓰인 진풍경이란 단어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추상적으로 쓰인 역사책이나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추상화 단계에선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똑 같은 것들을 서로 기술했다. 하지만 극도의 추상화 작품들은 어느 순간 우리와 다른 세계를 기술한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굳이 진풍경이란 단어가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진풍경이란 단어 속에 숨은 것은 정말 진풍경이 아니라 그간 무시됐을지 모르는 역사책이 갖고 있는 현대성이다. 즉, 과거에 한반도에 살았던 이들이 과연 현재의 우리와 얼마나 차이가 났을까? 그리고 고리타분한 유교의 이념에 과연 그토록 얽매여 살았을까? 또한 그들의 생활에서 갖게 되는 어려움을 역시나 고리타분한 전통으로 억지로라도 견디려고만 했을까? 과연 그들은 생활의 지혜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사람들이 충분히 갖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이 책에서 조선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밝힌다. 고리타분하게 엄격하다고 믿어졌지만 그들 역시 현실의 고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지혜를 통해 그 문제들을 극복했다. 시대를 떠나 언제나 인간은 현명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현명함을 이야기하려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엄연히 역사적 안목과 비판정신을 갖고 한 시대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다. 이 점에서 여느 역사책과 다르지 않다. 특히 지은이 이성주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조선시대의 지배층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 사회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들의 만행에 대해 저자는 강한 분노를 느꼈다. 그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민중과 서민에 대한 연민 역시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만의 감성은 아닐 것이다. 그의 비판은 사실 과거에 대한 감성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매우 거칠다. 공격적인 언어구사는 물론 언제나 고고할 것만 같은 그들의 행동이나 언어들을 현대인들도 쓰기 힘든 저속한 표현들도 대체하면서 그들의 솔직하고 기만적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즉 그들 역시 형편없는 인간이란 사실을 오늘의 방식으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오늘의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방식일 수 있다. 어떤 독자들은 저자의 이런 방식에 대해 유감일 수 있겠지만 어떤 점에선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고, 다른 측면에선 효과적일 것이다. 유감이든 아니든 책의 행간의 진정한 의미를 집어내는 것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책을 쓰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거친 방법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저음 접한 것 같다. 세련됐다고 하면서 추상적인 작업으로 서술한 것에 매우 익숙하다 보니 가상이겠지만 구체적 형상화로 저술된 책을 접했을 때, 조금 당황했지만 읽다 보면 그 묘미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이런 방식이 그다지 유별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런 식의 기술도 자주 읽었으면 좋겠다. 다양해야 역사를 보는 재미도 많이 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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