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을여행 - 소통하고 나누는 착한 여행을 떠나자 참여하는 공정여행 1
이병학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에세이가 다 그러려니 했다. 편견을 갖고 책을 시작했지만, 읽는 과정 속에서 다른 여행에세이와 마찬가지의 감흥을 기대했다. 선입견은 언제나 깨지기 위해 마련됐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 여행에세이가 보여줬다.
  [대한민국 마을여행]은 매우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행에세이가 갖고 있는 일탈을 지향하는 낭만성은 갖고 있지만 그 비중은 다른 여행에세이에 비해 적다. 도리어 이 책은 여행지역에 대한 다양한 특성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특성이 이 책의 생명력인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가지 못한 곳을 여행하면서도, 도시와의 비교나 시골의 장점만이 부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곳들도 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책의 내용은 도시인의 만족을 위해 제공되는 것이 아닌, 바로 한국의 마을을 주인공으로 해서 쓰인 것이다.
  지역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맛집이나 먹거리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에세이는 그 지역의 생활상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고, 특히 어려우면서도 뜨거운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 에세이에 담긴 농촌은 역시나 살기 힘들었고, 어두웠던 과거가 존재했다. 종종 보이는 빨치산이란 어휘나 노인들이 주류인 사회상을 보면서 힘든 농촌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여행에세이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지역의 치열한 삶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마을은 치열하다. 개발이든 발전이든, 혹은 도시화든, 농촌은 개척의 대상이었지, 보존의 대상은 아니었고, 지금도 그럴 것이다. 이런 속에서 자기 마을의 특성을 살려, 보존과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농촌을 보면서 격렬한 삶의 현장이 느껴졌다. 마을을 ‘농촌체험장’으로 개발하면서, 도시인들과의 연결을 강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인제의 산나물마을, 정선의 ‘만항마을’ 등은 드넓은 농촌만이 존재하는 기존의 마을에 대한 선입견을 깨게 한다. ‘다하누촌’의 한우마을 역시 그런 변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장소일 것이다. 농촌에 물고기마을을 주도한 의욕적인 젊은 역군의 도전 역시 매우 인상 깊었다. 농촌도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지키려 하는 것들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도시인들이 알고 있고, 보고 싶어하는 마을의 모습일 것이다. 옛 한옥과 초가가 있는 그곳들은 역사적으로도 몇 백 년 전에 지어진 것들이며, 옛날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모습들을 갖고 있다. 문화의 지속이 옛날 가옥으로 지켜지지는 않겠지만 그런 모습들을 통해 아직도 고전적인 공동체를 지키기 있는 그들의 모습은 무척 반갑기도 하다. 힘든 현실 속에서 옛 것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책의 행간에 가득했다. 그래서 보성의 강골마을이나 의성의 사촌마을들은 현대로의 전환 속에서도 옛 정취를 잘 간직하고 있다.
  과거와 현대의 공존, 그것은 세대 간의 공존이며, 다른 생활방식의 경쟁이기도 하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원시인으로 가치 절하되는 현실에서, 이 두 가지를 이 책은 어렵지만 조화롭게 공존시키고 있으며, 어쩌면 농촌이 생존하고, 또한 잘 살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직 하나의 가치관으로만 전도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오직 현실에만 갇힌 것은 결코 농촌만이 아닌, 도시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결코 행복을 얻기 힘든 도시에 대해 아직은 농촌이 그 해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갑다. 가기에 어쩌면 낯설어 버린 농촌에 대해서, 도시인들을 좀 더 관심을 갖고 봐야만, 지금의 우리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만 같아서이다. 마을,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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