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빛의 세기를 열다 - 20세기 사진의 거장전 정식 도록
신수진 지음 / 지엔씨미디어(GNCmedia)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사진은 잘 모른다. 그리고 솔직히 따분하다고 생각했다. 성곡미술관에서 자주 전시되는 사진전을 보면서도 그다지 감흥이 없는 나이기에 사진전 하면 그림을 전시한 것보다 훨씬 따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편견이지만 그래도 예술을 즐기는 것은 주관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재미없이 즐기는 예술이란 사실 지옥에 가깝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능하면 이런 것에 낭비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 작품전은 전혀 달랐다. 특히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사진전 도록을 구입하면서부터였다.  

  사실 티켓을 사은품으로 갖고 있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졌을까 자문한다면 그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유인책이야말로 미래의 잠재적 소비자를 개발하는 것이니까 나에겐 가장 좋은 효과가 난 셈이다. 도록에서 보인 작품들은 관람을 했던 전시회와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은 표현력을 담았다. 아마도 도록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예술적 감각과 전문가의 지적 수준, 그리고 그들의 자부심이 낳은 결과이리라.  

  20세기의 대표적인 예술로서 자리매김한 사진은 미술을 추상화로 가도록 이끌었으면 직접 본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록의 영역에서 우선 큰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수단이 생기면 뛰어난 미적감각을 지닌 천재들에 의해 그 속의 미적부분들을 극대화시키고 뛰어난 미적 표현을 개발하는 법이다. 이러기에, 뛰어난 사진작가들이 나오고, 20세기 초에 나타난 그런 뛰어난 작품들을 전시회에서 초대했고 도록에선 담았다.  

  작품 하나하나는 뛰어난 예술적 수준은 물론 삶의 철학이 담겨있었다. 또한 20세기 초에 가장 큰 관심거리였던 도시와 과학 기술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을 담고 있었다. 특히 관점에 따라 표현되는 작품들은 무척 실감났고 흥미로웠다. 또한 독서라는 주제의 작품들은 독서는 세상과의 소통이지만 동시에 다른 관계와의 단절을 의미하면서 관계나 소통의 독특한 특성을 보여줬다.  

  내가 전시회 마지막 날에 갔던 것이 너무 아쉬웠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기회를 더 많이 가졌을텐데. 그러나 이 도록이 있어 조금 안심이다. 누군가 그랬지? 전시회는 끝나도 도록은 남는다고. 그 말이 가장 실감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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