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역사가 움직였다 - 알렉산드로스 대왕부터 빌 클린턴까지, 세계사를 수놓은 운명적 만남 100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에드윈 무어 지음, 차미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간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순간 역사가 움직였다’에서 그런 만남을 소재로 삼았을 것이다. 다만 그 짧은 만남이 과연 역사적으로 엄청난 전환점이 될 지는 확신하기 힘들다. 어쩌면 그런 전환점이 유명하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간의 짧은 만남만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역사적 현상을 무시하는 것인지 모른다. 다만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리고 그들간의 만남에서의 개성 표출 등은 좋은 이야기거리이자 책의 유용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풍자와 위트엔 언제나 대전제가 따른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선입견이라고 할 수도 있다. 풍자란 대상에 대한 공격성을 담고 있는만큼 상대에 대한 불편한 느낌을 자아내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신이 보지 못한 사람들, 혹은 영웅적 인물들에 대해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어조로 상대하고 있다. 아마 영국 저술가들의 공통적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이런 부정적 시선은 영국 사회의 개인적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불신이 진하게 깔렸다는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영국이 근대화와 현대화를 가장 먼저 겪게 되면서 그들은 인간에 대한 신뢰나 믿음과 같은 긍정적 시선들이 영국인들 속에선 사라졌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평범하고 인간적인, 좀 나쁘게 표현하면 그냥 그런 인간들로 영웅이나 상위계층, 그리고 유명인들을 위치시킨다. 아마도 영국인 전체가 갖고 있는 인식인지 모르지만 저자는 유명한 인물들이나 심지어는 영웅들에 대해서 신격화를 하기 보단 일반적인 인간의 시선으로 그들을 보고 있다. 그것은 엘리트가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한다는 망상을 고발하고, 보다 민주적인 입장에서 사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시종일관 유지되는 풍자적 어조는 민주주의를 점차 벗어나고 있는 현 정치를 비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유명인들의 사소하고 우연스런 만남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책은 사실 그 만남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친절하게 만남 이전의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하게 적고 있다. 어쩌면 만남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내용일 수 있는 이것들은 만남의 가치를 압도한 적도 많다. 어쩌면 그들의 행동이 아니라 행동에 따른 그 여파가 큰 것일 때 역사로저 자리매김한 만큼 그들의 사소한 만남에 큰 감동이나 여운을 기대하긴 힘들다. 번역자 역시 ‘흥미 위주의 편집이며 시시콜콜한 Trivialism의 극치’라고 표현한 만큼 이 책은 아무래도 흥미거리를 모아놓았다고 비평을 한다해도 틀린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도리어 이 덕분에 그들에 대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그들도 평범한 인간이란 것이다. 대신 그들의 묘하고 기이한 인간성과 선택, 그리고 그들이 남긴 것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욱 넓어지고 내 삶의 이해폭이 훨씬 넓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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