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
로버트 슈나켄베르크 지음, 마리오 주카 그림, 박선령 옮김 / 로그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들이 창조해낸 소설작품의 캐릭터보다 작가 자신들의 개성이 더욱 흥미롭다고 느껴졌다.
문학, 아니 예술작품들을 볼 때면 작가들의 독창성에 무척 감동을 받는다.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예리한 능력으로 파헤치는 그 무엇때문이리라. 그런 작품들을 보면서 그들의 뛰어난 능력이 곧 그들의 훌륭한 품성에 대한 예찬으로 종종 바껴지곤 한다. 그것은 어쩌면 포장이란 이름의 신격화가 이루어진다고 할까? 이런 통념에 대해 [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은 분명히 문제제기를 한다. 정말 그럴까? 하고.
책은 매우 기인한 작가들의 개성을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어조로 들려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훌륭한 작품들의 작가들이 사실은 반사회적 인간들이며 종종 가장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인간들에 포함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도 동성애 작가들을 보여줌으로써 혹은 작품을 출판했을 때의 철저한 계산능력을 통해 인간애를 다룬 걸작들과 다른 그들의 행태를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여기에 전혀 새로운 종교관이나 철학을 갖고 있는 작가들의 모습은 작가들에 대한 냉소적 어조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사례로서 부합되는지 모른다. 여기에 기막힌 사고를 치는 작가들의 사생활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사실 이 부분에서 나의 환상이 깨지는 부분도 많았다.
이런 생각은 나만의 생각으로 한정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환상의 파괴가 저자의 의도라는 것은 병렬적으로 나열된 작가들의 진귀하고 괴이한 모습과 행동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저자는 뛰어난 문학작품을 낳은 유명한 작가들의 기이하고 부도덕한, 혹은 무책임한 생활들을 통해 문학 애호가들의 환상을 깨려는 목적을 두고 있는 것만 같다. 종종 보이는 동성애는 물론,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들과 놀아난 작가들군, 그리고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기이한 행동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대경실색하게 하는 장면들은 우리들이 갖고 있는 환상의 우아함과는 철저히 반대되는 것들이다.
어쩌면 좋은 작품이 좋은 인간성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혹은 사회적 윤리를 잘 지키는 가정적이고 신사들, 혹은 숙녀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우리들의 잘못된 통념일 것이다. 그것이 경제적 타산에서 혹은 우리들이 알고 싶어하는 환상을 만들고 지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기획의도가 무엇이든 우리 역시 우리들보다 유명하고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훌륭하길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즉 그들이 착하길 우린 원한 것이다. 이런 기묘하고 우울한 의도들은 상당히 문제있는 통념의 양산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현재에도 이런 환상은 계속 유지되고 또한 창조된다. 유명 연예인들의 행복한 가정생활을 아침 방송에서 보여주거나 아이돌 그룹들의 선행 등은 연예인 뉴스의 한 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선행과 반대로 일주일 전까지 행복하게 산다는 부부가 이혼하는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을 보고 화려할 것만 같던 여배우가 자살하는 어이없는 뉴스를 목격하기도 한다. 또한 우스꽝스럽게도 마약 금지에 동원된 그룹의 일원이 사실은 마약 복용자란 기막힌 뉴스가 나오는 것 역시 사회의 핫이슈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거짓일지 모른다는 개연성과 당위성을 무시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만 보려다보니 조작된 정보와 환상 속에서 현재의 자신의 피로회복을 하려다보니 우리들이 원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 더욱 충격을 받게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들의 환상으로 인해 선행이 선행으로만 보여지지 않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대적 시각도 과거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세익스피어의 처절한 인생을 보면서 그의 작품들이 왜 그렇게 인간의 성찰을 느끼도록 했는지 이해가 갈 것만 같다. 인간이 인간의 진솔한 면을 편안하고 도덕적인 인간보다 거친 생활을 살았던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타당한 것일지 모른다. 또한 우리가 전혀 반대되는 사람들로부터 우리들이 자신들과 다른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의 거울을 더욱 깨끗하게 닦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가 만든 환상이란 덫에서 어서 빠져나와야만 할 것이다.
사실 가장 훌륭하다고 여겨졌던 톨스토이의 사생활이 이곳에서 부정적으로 폭로됐을 때 저으기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처음 들어본 사례들은 톹스토이의 사례와 비교해서 덜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의 황당한 부분이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즉 우아한 환상보다 정확한 현실에 섰을 때 문학작품은 한 인간의 삶과 인격은 물론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더욱 잘 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이 어떤 것인가를 확인할 수 이고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 인간들은 더욱 풍요롭게 개성 넘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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