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안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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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성 흑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마야 앤절로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이번에 나온 개정판이다. 초판번역이 2006년이라고 하니 벌써 20년전이다. 오래된 책임에도 세월의 풍화작용을 받지 않은 듯 읽혀지는 매끄러움은 시대감각에 맞게 공들여 번역한 노력 덕분일 것이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마야 앤절로의 자전적 소설이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어린시절부터 인종과 젠더의 좁은 새장 안에 갇혀 자라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거울에 비친 소녀의 모습은 검정곱슬 머리에 몸집 큰 검둥이 계집애였다. 흑인 중에도 보수적인 남부의 흑인 여자아이로서 하루하루 성장한다는 것은 고통과 상처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과정이었다. 받지 않고 느끼지 않아도 될 이 불필요한 모욕 속에서 이해하고 탐구할 시간도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 경험들이 그녀 속에 있는 굴하지 않는 희망의 창으로 투사되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미국의 현대 고전이 된 점이다.

부모님의 이혼,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당한 강간, 열여섯살에 미혼모가 되기까지 마야 앤절로의 유년시절을 따라가며 그녀가 느꼈을 부조리와 부당함, 차별에 대한 분노가 이후에 문학적인 유산과 인권운동으로 확장되고 표출된다.

누군가에게는 분노가 파멸로 들어가는 문이 될수 있는데도, 그녀는 쉬운 문이 아니라 좁은 문을 선택해 세상으로 걸어갔다. 그 점에서 작가의 근성과 담대함이 느껴진다. 육신은 새장 안에 갇혔을지라도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이야기가 되어 세상 끝까지 깊게가 닿았을 것이다.

접은 부채의 접힌부분처럼 끝도 없이 펼쳐지는 일 사이에서 도대체 무슨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어린아이들의 참고 견디는 재주는 다른 대안을 생각할 줄 모르는데서 비롯하는 법이다.

p176

아들이며 손자며 조카를 키우는 남부의 흑인 여자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교수대의 밧줄이 매달려 있었다. 조금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난 일이 생기면 그것은 끔찍한 소식을 알리는 전조로 밝혀질지 모른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까지도 남부 흑인들은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로 꼽힌다.

p178

어머니는 삶이 얼마나 짓궂은지 이해했고, 삶과 벌이는 싸움에 기쁨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또한 내가 허영을 쫓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알고 있었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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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정석 - 당신의 후반부 인생을 지탱해 줄 4개의 기둥
문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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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정석>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면 삶이라는 여정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책이다.

이제 기대수명은 100세가 되었고 퇴직과 정년은 그보다 한참 앞서 끝나게 된다. 국가가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우리의 미래를 편안하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힘들어졌다. 이제 노후의 삶은 말 그대로 각자도생으로 변하였고, 인생 후반부는 전반부의 부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게 됐다. 모든 것이 후반부에 살아갈 삶의 예행연습이 된 것이다.

100세 시대 인생 곡선의 봉우리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가 됐다. 60세를 기준으로 내리막에 들어서는게 아니라 새로운 오르막의 시작이 된다. 나이에 대한 해석이 바뀐다. 저자는 2년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확인하고 배운 것을 종합적으로 기록한다. 퇴직과 정년, 은퇴의 변곡점을 지난 이들을 만나면서 왜 이렇게 생애 후반부의 꼬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지부터, 실재로 지금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요인들을 꼼꼼히 살펴본다.

그래서 삶의 후반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고 하니. 돈, 놀이, 건강, 관계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돈과 건강 두 가지가 해결되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올 것 같고, 특히 돈에 대해서 궁굼했는데 생각보다 대단한 비결을 없었다. 대부분 알고 이는 내용들이었고, 오히려 앞의 현황파악과 분석이 잘 되어 있어 그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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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이데올로기 - 수저 계급 사회에 던지는 20가지 질문
조돈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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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0년간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자리잡은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겉으로는 대단한 나라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각한 불평등 사회로 사회적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한국인의 89.5%는 한국사회의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는데 동의한다. 또 소득보다 자산 쪽 불평등이 더 심하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은 피할 수 없고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저성장 단계로 들어서고 있고 이 말은 소득 격차로 자산 불평등이 심해지고 그것이 되물림되는 세습 자본주의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불평등 이데올로기>는 소수만 혜택을 누리는 불평등한 사회유지 비결을 '이데올로기'에서 찾는다.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이 세상과 자신의 위치를 해석하는 믿음, 관념, 상징의 결합체로서 특정집단의 사람들을 결속하며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15P

지금 우리 사회에 적용되는 이데올로기는 마치 세상에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은폐한다. 불평등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실재로 불평등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결코 바꿀 수 없고, 대안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한국에서 보여지는 불평등 이데올로기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보여지는지 정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불평등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지만, 반대로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개인적으로 애를 쓰는 모습이라던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말도 안되는 프레임을 씌워 노동자들의 공정성을 얼마나 훼손했는지, 촛불항쟁을 바라보며 한국에서만 보여지는 불평등의 특징등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불평등에 대한 해답은 존재할까. 저자는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해 분노의 응징을 가할 시민들의 의지가 해결책이라고 분석한다.


모든 해답은 제대로 된 문제파악에서 오는 법. 300페이지가 넘는 광범위하고 꼼꼼한 분석들은 시민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갈등과 저항을 일깨워 주고 평등과 공정, 상생에 대해 재정의하게 하며 나름의 개인적인 대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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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한 미식가 -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초식마녀 식탁 에세이
초식마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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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에 관심은 계속 있지만, 직접 실천할 자신은 없는 나 (고기 너무 맛있잖아요...). 종종 유튜브로 봤던 초식마녀님이 에세이를 냈다. 이분의 비건 레시피 특징은 요리가 '몹시 쉬운' 버전이라는 것. 보여지는 것은 별거 없어보일지언정 맛은 제법 그럴싸하다는 것이 자꾸만 찾아와 보게 하고 따라하게 한다. 거창하지 않아서 한 두끼 정도 혼자 먹을 것을 요리할 때 따라하면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라기도 한다.

흔한 재료를 활용해서 30분 내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들을 짧고 빠른 호흡으로 촬영한 유튜브 영상은 생각도 못한 식재료 조합에 (짱아찌 파스타, 마라소스 두유 떡볶이 등) 부담없이 가쁜한 조리 과정을 합한 덕에 계속해서 홀린듯 보게 된다.

<비건한 미식가>는 작가가 직접 그린 네컷 만화 레시피와 비건 라이프 안에서 자신을 돌보고 맑고 소박한 채식을 실천하며 바뀐 사유와 관계, 행동 패턴도 정리한 에세이다.


고통이 뭍어 나는 식재료로 과하게 차려내어 반도 못먹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보다 차라리 모자르게 보이더라도 간소한 삶 속에 소박한 채식으로 풍요속 빈곤을 해소하는 모습이 단순하고 명료해 보인다.

비혼, 비출산, 비건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누군가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나 사는 것도 힘든데 그런 것까지 관심을 갖을 필요가 있냐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좋은 방향의 한 가지라고 생각된다. 적극적으로 실천 못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생각해 보는 것. 자극적이고 과도함을 주는 먹방보다 무리 없이 편안하고 버려지지 않는 식탁이 더 스트레스 없이 근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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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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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책을 읽으면 돼지고기 못 먹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잠깐 멈칫했다가 결국 알아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페이지를 넘겼다. 계속해서 불편한 사실들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병렬 독서하면서 천천히 길게 잡고 읽은 책.

우리나라 축산업은 전문성과 대형화가 모두 생산규모의 확장과 향상에 집중되어 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적정한 가격에 많이 파는 것이 목표인 것. 하지만 최근 동물복지 개념이 도입되면서 동물도 인간과 비슷하게 고통과 감정을 느끼므로 잡아먹더라도 그의 복지까지 신경써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죽여서 먹을껀데 동물의 복지까지 신경써줘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키운 돼지를 섭취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기에 적당한 타협점을 고려하여 모두에게 건강한 고기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동물복지를 연구한 윤진현 교수가 쓴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돼지농장의 형태와 사육과정 (번식,비육)을 아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빈틈 없는 케이지 안에서 사육하고, 태어나자마자 냄새날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에 아기 수컷 돼지들에게 마취없는 외과적 거세를 행하고, 꼬리를 잘라버리는 행위는 자연스레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반대로 개방형 분만틀을 사용하고 거세나 꼬리를 자르지 않고 냄새가 날 수 있는 부부는 할인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은 좀 더 인도적이긴하지만 그래도 여러입장의 협의점이 반드시 필요해 보이는 복잡한 문제다.


결국 건축물이나 환경, 에너지처럼 축산업도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여기서 오는 부담을 전적으로 농가에서 지면 안되기에 정부의 지원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고,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되어 적정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문제들이다. (어쨌든 최후 비용은 소비자 부담이기에...) 마지막으로 이 모든게 투명하게 제공되야 한다는 점, 아주 많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결코 단기간 안에 쉽게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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