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성 흑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마야 앤절로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이번에 나온 개정판이다. 초판번역이 2006년이라고 하니 벌써 20년전이다. 오래된 책임에도 세월의 풍화작용을 받지 않은 듯 읽혀지는 매끄러움은 시대감각에 맞게 공들여 번역한 노력 덕분일 것이다.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는 마야 앤절로의 자전적 소설이다.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어린시절부터 인종과 젠더의 좁은 새장 안에 갇혀 자라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거울에 비친 소녀의 모습은 검정곱슬 머리에 몸집 큰 검둥이 계집애였다. 흑인 중에도 보수적인 남부의 흑인 여자아이로서 하루하루 성장한다는 것은 고통과 상처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과정이었다. 받지 않고 느끼지 않아도 될 이 불필요한 모욕 속에서 이해하고 탐구할 시간도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 경험들이 그녀 속에 있는 굴하지 않는 희망의 창으로 투사되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미국의 현대 고전이 된 점이다.
부모님의 이혼,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당한 강간, 열여섯살에 미혼모가 되기까지 마야 앤절로의 유년시절을 따라가며 그녀가 느꼈을 부조리와 부당함, 차별에 대한 분노가 이후에 문학적인 유산과 인권운동으로 확장되고 표출된다.
누군가에게는 분노가 파멸로 들어가는 문이 될수 있는데도, 그녀는 쉬운 문이 아니라 좁은 문을 선택해 세상으로 걸어갔다. 그 점에서 작가의 근성과 담대함이 느껴진다. 육신은 새장 안에 갇혔을지라도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이야기가 되어 세상 끝까지 깊게가 닿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