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3
정재환 지음, EBS 제작팀 기획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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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역사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차 만난 책이다. 어릴 때 국사, 세계사를 제일 좋아했던 학생이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특히 근현대사는 스치듯 지나가며 배운 세대라 다시 한번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정재환 씨는 나에게는 개그맨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제2의 커리어를 멋지게 이어가고 있었을까? 

30대 중반에 한글사랑에 빠져 2000년 한글문화연대를 결성하고 다시 학업을 이어가 결국 역사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니 대단하신 분이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책임연구원 및 한글문화연대 한국어 학교 교장 등으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이번 책은 한국사에서 주먹도끼, 단군신화, 삼국통일, 팔만대장경, 고려청자, 훈민정음, 수원 화성, 갑신정변, 만민 공동회, 조선어학회의 10가지 핵심 장면을 통해 역사를 돌아본다. 역사란 결국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내용 중 와닿았던 내용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1978년 연천군 돌도끼 발견으로 동아시아 지역 열등성이 깨지다.

1970년 대까지 모비우스 교수가 제창한 모비우스 라인(문화적 경계선을 기준으로 서쪽의 주먹도끼 문화권은 진보적이고, 동아시아 지역은 열등했다는 설)이 정설로 받아지고 있었단다. 이렇게 잘못된 학설을 깰 수 있었던 첫 역사적 발견이 바로 연천군 전곡리의 돌도끼 유적이다.  전곡리 주먹도끼는 30만-50만 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2025년 현재 아시아 세계기록유산 최다 보유국이고, 전 세계로 따져도 네 번째로 많은 세계기록유산 보유국입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역사 이래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 가치 있는 많은 기록을 생산한 나라이고, 그 기록 유산의 소중한 가치를 잘 지키고 보존해 온 나라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79p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자가 전 세계 기준 3위에 올랐다. 이것은 단순히 K 문화 열풍이 아니라 한국의 기록 유산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동방의 작은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힘이 이다지도 크다니... K 컬처의 붐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팔만대장경의 경판 수는 8만 1258장으로 경판을 모두 쌓으면 백두산보다 높고(3200미터), 길이로 이으면 60km가 된다고 한다. 5200만 자가 쓰여 있어 매일 8시간 읽어도 30년이 걸린다니 놀랍다. 700년 동안이나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것도 다 과학적인 기반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란다. 아직 실물을 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합천 해인사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고려청자를 지켰던 숨은 영웅, 전형필


책에는 고려청자를 되찾은 스토리가 그려져 있는데 몰랐던 사실이라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바로 고려청자 애호가이자 수집가였던 존 개스비라는 영국 변호사로부터 자산을 거의 투자해 사들이고 박물관을 만든 전형필 이야기다.  


전형필은 1906년 종로 태생으로, 대대로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증조부가 종 2품이었고, 아버지는 중추원 의관으로 수도권, 충청도 일대의 토지에서 수만 석을 추수하는 대지주였던 그는 24살에 만석꾼이 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부모로 받은 유산으로 불상, 그림, 고서적, 도자기 등 예술품을 모았고 개스비로부터 현재 국보로 지정된 청자 기린형 뚜껑 향, 국보 청자 오리모양 연적, 국보 청자 상감연지언양문 정병, 국보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국보 청자 참외 모양 병 등 20점을 매입하였다고 한다. 현재 이 작품들은 서울과 대구에 위치한 간송 미술관에 소장 중이다. 이런 선조들의 노력으로 우리가 지금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아직 감상할 수 있다니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호호부실 인인화락의 유전자

정조의 수원화성은 아버지인 사도세자인 원침을 호위하기 위해 신도시 화성과 성곽을 건설했다. 

놀라운 사실은 화성 건립은 당초 10년 계획으로 시작한 대역사였으나 놀랍게도 2년 9개월 만에 끝났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건립할 수 있었을까? 

물론 정조가 과학적 고증을 통해 만들었던 거중기, 녹로 등의 기구들의 역할이 크기도 했지만 숨은 공로는 바로 정당한 임금 지급이었다고 한다. 

정조는 백성의 살림살이, 민생을 돌보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모두 임금을 받았고, 특히 전문 인력들은 단순노동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어 전국에서 일꾼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즉 신도시 화성 건조에는 정조의 목표인 '호호부실 인인화(집집마다 부유하게 하고, 사람마다 화락하게 하는 것)의 결과라는 것이다. 


말과 글을 지킨 독립운동 조선어학회 

언어는 민족의 얼에 얼마나 큰 기둥이 되는 걸까? 

우리는 언어가 곧 사고를 창조하는 틀이라는 걸 이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 그렇게 한글 말살 정책을 펼쳤던 것이겠지.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님의 말씀이다. 

주시경 선생은 언어와 국가를 공동체로 인식하고 1896년, 20세에 최초의 국문 신문 독립신문에 교보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여 1897년 독립신문에 한문을 폐지하고 국문을 전용해야 하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횡서해야 한다는 <국문론>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이어 1908년 국어 연구회를 설립하고 나라가 망하자 제자 김두영, 권덕규, 이규영 등과 함께 '말모이' 편찬을 시작하였다. 

조선어 사전 편찬은 1929년 각계 인사 108인을 규합해 조선어사전편찬회를 조직해 1930년 철자법 제정에 착수하고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 1936년에는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발표했다. 하지만 40년 이후 독립운동 단체로 규정되며 모두 고초를 당하다 이윤재, 한징 등이 고문으로 옥사하기도 하였다. 


광복 이후 풀려난 그들을 목격한 한 아이는 당시 들것에 실려오고 부축해서 나오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미라 같았다고 증언했다는데 더 놀라운 건 바로 다음날 안국동 불교 선학원에서 모여 학회 재건을 논하고 8월 25일 임시총회를 열어 조선어학회를 재건했다고 한다. 

진짜 눈물이 난다. 우리말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깊었으면 죽을 고초를 당하고도 우리 국민을 위해 이렇게 희생하셨을까....

결국 1929년 시작한 조선어 사전은 1957년 10월 9일 한글날 마침내 큰사전 6권을 완간하는 위업을 이뤘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한글을 이렇게 편하게 쓸 수 있는 데는 모두 나라와 국어를 지키신 영웅들의 덕분인 것 같다.  


얼마 전 종로에서 이회영 가옥에 갔다가 대대손손, 가족 모두 독립투사였던 걸 보고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내가 몰랐던 역사 속 위인들이 얼마나 많을까? 앞으로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봐야겠다. 



10가지 핵심 장면으로 대한민국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 리뷰였습니다. 




    

#정재환 #정재환의다시만난한국사 #다시만난한국사 #EBS한국사 #나의두번째교과서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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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트레이시의 세일즈 심리학 - 고객의 마음을 바꾸는 세일즈의 모든 것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김광수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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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기 계발 전문가이다. 

1월에 읽었던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를 읽고 도움 되는 내용이 많아 이번 책도 읽게 되었다.  


이번 책은 전반적인 동기부여 책이라기 보다 직접적인 영업 트레이닝 도서에 가깝다. 

하지만 세상에 영업이 아닌 일이 무어 있을까. 

흔히들 쓰고 있는 SNS 글쓰기조차 영업, 세일즈의 원칙이 중요한 것처럼 일반인 누구나 읽어도 도움 되는 내용이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도움 될만한 내용을 정리해 보자. 


아주 작은 능력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낸다. 최고의 성과를 일궈내는 사람과 평균적이거나 평범한 성과에 머무르는 사람은 재능이나 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격차는 보통 그저 몇 가지 사소한 것들을 꾸준히, 제대로, 반복해서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24p

인생사 모든 원칙은 통하기 마련이다. 

목표 설정을 뚜렷이 하고, 목표를 쪼개 매일 꾸준히 달성해가는 것. 

그러다 보면 에베레스트같이 높아 정복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목표가 어느새 달성되어 있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높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납득이 될 만한 수준의 높은 목표를 꾸준히 상향하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정하라는 책들도 많은데 핵심은 현재 수준에 안주하지 말고 꾸준히 목표를 재설정 하라는 것이다.


세일즈에는 7가지 핵심 성과 영역이 있다. 이는 전화번호 숫자와 닮았다. 잠재 고객 발굴, 친밀감 형성, 욕구 파악, 상품, 서비스 설명, 거절 대응, 세일즈 클로징, 재구매와 추천 유도, 각각의 영역에 대해 어떤 자아 관념을 가지고 있는지가 당신의 전반적인 세일즈 성과는 물론,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수입 수준을 결정한다.

45p

기본적인 세일즈 프로세스를 모두 다 숙지해야 하고 응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용기다.

영업은 매일 숱한 거절을 마주하는 직업이다. 다행히 용기는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며 근육과 같아서 사용할수록 강해진다. 


거절을 극복하는 용기를 가졌다면, 내가 판매하는 유, 무형의 제품을 사랑해야 한다. 내가 사랑하지 않고 자신 없는 제품을 남이 사리라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많은 거래가 종결되기까지 불필요하게 오래 지연되는 이유는, 세일즈맨이 주문을 요청하고 판매를 종결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이다."_268p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가 클로징이다.

 "이 제품으로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떠시겠습니까?" 등의 직접적인 클로징부터 간접 클로징까지. 

비즈니스의 마무리는 애스킹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세일즈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이점을 제시했는가 보다 어떤 감정을 자극했는가에 달려 있다

115p

"고객은 언제나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와 무엇을 잃지 않을 것인가' 사이에서 저울질한다."_121p 


아무리 우리 제품의 특장점을 읊어봐야 고객은 계속 생각한다.

"So what!"

나에게 도움이 되나, 나의 목적에 적합한가가 해결돼야 한다


즉, 왜 이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왜 다른 회사가 아닌 당신에게 구매해야 하는지, 당신 상품이 제공하는 편익은 무엇인지 등 내가 가진 제품의 매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 "000 덕분에(상품의 특징)  고객님은 000 할 수 있습니다(상품의 편익). 그건 고객님에게 000이라는 의미입니다(고객의 편익)."_274p


목표를 달성하는 팁

목표가 한두 가지면 쉽게 좌절하기 쉽다. 

몇 년 안에 이루고 싶거나 성공하고 싶은 목표를 100가지 만들어본다. 

목표를 시각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이 목표들에 대한 마인드 스토밍을 주기적으로 하자. 

예를 들면 올해의 목표가 1억 추가 수익 달성이라면, "어떻게 하먼 2026년 추가적으로 1억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까?"로 질문하고 최소한 하나의 질문에 20가지 아이디어를 쓴다. 

20개를 다 쓰면 목록을 훑어보고 이 중 실행할 아이디어를 최소 한 가지 이상 선정해 행동으로 옮긴다. 미루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은 세일즈 트레이닝에 관한 책이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인생 이야기에 대한 책이었다.  영업 현장에 있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도움받으리라 생각한다. 


     . 



#브라이언트레이시의세일즈심리학 #브라이언트레이시 #세일즈심리학 #자기계발도서 #자기계발추천 #비전비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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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진화 - 진화가 알려 주는 암 극복의 새로운 아이디어
아테나 액티피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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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진화와 저항성에 대해 다원주의적으로 접근한 아주 멋진 책

리처드 도킨스

얼마 전 엄마가 암으로 수술하시고 회복 중이셔서 제목을 보는 순간 한 번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신청했다.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암 예방과 치료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리처드 도킨스의 찬사대로 '암의 진화와 저항성에 대해 다원주의적으로 접근하여 시야를 확 트이게 하는 아주 멋진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암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하였고, 생물, 화학을 좋아하는 큰 아이와는 함께 읽으며 연구를 추가로 찾아보고 정리해 보는 시간을 찾아봐야지 하는 계획도 세우게 되었다. 


암은 우리의 일부이며, 우리가 다세포 유기체로서 거의 첫걸음을 떼기 시작할 무렵부터 있어왔다. 

p8 머리말

암의 흔적은 이집트 미라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수렵 채집인의 유골에서도 발견되고 170만 년 전 살았던 초기 인류의 뼈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수 천만년 전의 포유류, 어류 그리고 조류의 뼈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즉 오늘날까지 생존했던 거의 모든 생물 대부분에 존재했거나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암이란 우리가 쳐부숴야 할 적이 아니고, 어쩌면 우리와 공존해야 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암이 처음 생긴 것은 언제일까? 

단세포일 때는 없었지만 암은 다세포에서 세포 증식과 번식의 과정에서 발달해 왔다. 

우스갯소리로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따져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다'는 말을 한다. 우리 몸은 수조 개의 세포로 생성되어 있고 끊임없이 죽고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구성요소에서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암을 전쟁에 비유하는 것보다는 게으르거나 파괴적이거나 조용한 룸메이트에 비유하는 편이 여러 암을 더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 

47p

"공짜로 얹혀사는 룸메이트처럼, 암세포는 다세포의 협력 특성에 편승해 이득을 취한다. 그리고 까다로운 룸메이트처럼 암은 반드시 파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_47p


'얌체 행동을 하는 나쁜 룸메이트', 암의 본질에 가까운 정의다. 

증식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다세포 생물에게 증식 조절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TP53 유전자처럼 죽음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손상되어 감지가 불가능하면 암이 유발될 수 있다. (TP53이 자주 알림을 울리면 조기 노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암세포의 근원은 세포의 자유다. 

암세포는 유기체보다 빨리 복제하기 때문에 항상 진화적으로 유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세포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면 어떻게 될까? 생식능력 약화는 물론이거니와 조직 재생도 느려지고 노화 진행, 감염에도 취약해진다. 즉 세포의 규제와 방임 사의의 균형이 제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자궁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성장과 발달은 우리의 진화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최적화된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모계와 부계의 진화적 이득 사이에 이루어진 역동적 타협이다.

109p

알고 있듯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씩 물려받은 23개의 염색체 복사본이 쌍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자손을 잇는 방식에서 자원을 배분하는 '밀크셰이크'이론이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부계와 모계의 충돌 사이에서 부계 유전자가 발현되면 거대 태반이 만들어지고, 모계 유전자가 발현되면 작은 태반, 즉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부계 유전자 발현 시 성장인자를 더 많이 생산하고 침습력이 더 강한 태반을 만든다)


더 놀라운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장을 촉진하는 부계 발현 유전자의 특징은 유전자의 발현이 이후 암에 대한 민감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키가 큰 사람은 키가 작은 사람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 키가 10센티미터씩 커질 때마다 암 위험은 약 10퍼센트씩 증가한다."_154p


그러면 무조건 크기가 크다고 암에 잘 걸릴까? 그렇지는 않다.

종간 특수가 있다. 예를 들면 코끼리는 인간보다 100배 많은 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암 발생률은 훨씬 낫다. 


암세포의 경우, 협력은 암세포가 세포 수준에서 선택된 다른 능력들, 이를테면 이동이나 정착이나 면역계 회피와 같은 것들의 부산물일 수 있다. 

234p

암세포의 협력이라니 정말 무섭다. 

"때로는 큰 원발 종양이 제거되면 작은 전이들이 빠르게 퍼지기도 한다. 원발 종양이 더 이상 양분을 독점하면서 저해 인자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_227p


암 수술을 하면서 종양을 떼어내고 전이가 일어나는 이유다. 암은 그곳 딱 국소부위에서 자라지 않으며 이미 암이 존재할 때 암세포들은 혈류를 따라 흐른다. 그때 종종 클러스터(단체)를 이루고 흐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암의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만약 큰 종양을 떼냈고, 이미 클러스터로 온몸을 돌아다니는 암세포가 크다면 전이율이 높아진다는 결과들이 나와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암 치료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내성의 진화다. 여기서 적응 요법이 나온다. 

적응 요법은 암을 피하려고 하는 대신, 종양을 그대로 두고 더 통제할 수 있는 만성 질환으로 바꾸는 것이다. 


실질적인 팁도 나와 있어 상당히 도움이 되었는데, NSAID 소아용 아스피린의 형태로 하루 한 알씩 복용하면 돌연변이율 수치가 10분의 1로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염증수치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통해) 

아스피린 섭취가 뇌출혈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되어 처방받는데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니 이 정도면 만능이지 않나 싶다 


진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또 다른 방법은 암세포가 저항성에 에너지를 쓰도록 가짜 약(최소한의 독성을 지닌 물질)을 암세포에 주는 것이다. 

생쥐에게 베이킹 소다를 먹이고 종양의 크기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결과가 그에 해당한다. pH 값을 중성으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도 있고, 암세포가 저항을 하도록 생태계를 꾸민 것이다. 


염증을 줄이면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같은 이치다. 염증이 줄어들면 환경이 개선되고 정상세포들이 암세포를 제대로 감지할 수 있다. 


암은 우리가 치료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진화한다. 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오히려 암을 생물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암세포가 활동하지 않은 세포 환경을 만드는데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건강식을 먹고 운동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아이와 꼭 읽고 싶은 책, 암세포의 진화 추천 드립니다. 




   .  

#아테나액티피스 #암세포의진화 #암극복 #리처드도킨스추천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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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AI가 만듦 - 기획부터 제작까지, 10배속 영화 제작의 비밀
한선옥.조인호.문현웅 지음, 무암(MooAm) 기획 / 파지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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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토리란 잘 쓰여진 이야기가 아니라, 잘 보이게 설계된 감정의 구조이다.

미시간 대학교 교수 로버트 맥키

AI 영상 편집에 대한 내용이 궁금해 서평을 신청해서 보게 된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AI 영화 제작과 관련된 개념과 가이드를 주는 책이었다.  

일반인들도 알고 있어야 할 영화와 스토리텔링에 대해 전반적인 상식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스킬과 법에 대한 부분도 정리가 잘 되어 있어 영화에 관심이 있는 친구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프롬프트 몇 줄이면 SF의 장면이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다. 

하지만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결국 AI 시대에 변하지 않는 건 '이야기의 힘'이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건 인간이다. AI가 예술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한 노동만 대체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핵심은 '누가, 어떤 창의성으로 도구를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AI 영상 제작은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상상력과 통찰력을 시험하는 무대라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에서는 "영상 창작자의 기술보다는 감각의 건축가, 이미지를 생각하는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영상 스토리텔링' 기법이 나온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세계적인 이야기다."라는 말을 했다. 이건 소설이건 영화건 모두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때문에 아무리 현란한 기술을 장착하고 있어도 자신의 스토리가 없는 경우 영화든 소설을 만들어낼 수 없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한 아이에게 본인에게 맞는 직업을 좀 더 고민해 보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콘텐츠에서 What- Who-How는 다음과 같다.

What은 메시지로 영상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이자 목적이고 가장 중요하다. 

Who는 타깃으로 메시지를 수용할 수 있는 특정한 집단이다. 

How는 형식으로 메시지와 타깃을 연결하는 실전적인 방식이다 결국 영상 콘텐츠에서 달라지는 것은 How뿐이다. 


모든 스토리가 마찬가지겠지만 강력한 오프닝이 중요하다. 글에서도 첫 문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첫 8초를 잡는 것은 "얼마나 명료하게 말하냐"에 달려 있다. 

그러면 흥미로운 시작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충격적인 장면, 예상 밖의 행동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인트로에 이미 핵심이 녹아 있으면 더 좋다. 예를 들면 영어 단어 암기법이라고 하면 30초 안에 어떤 방법으로 며칠 안에 0개의 단어를 외울 수 있다는 핵심 메시지가 전해져야 한다.  

또한 영상이 길 때는 중간중간 웃음, 정보로 이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모두 기승전결의 구조로 위기가 있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이뤄져야 흡입력이 발생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캐릭터가 곧 서사'라는 말이 와닿았다. 결국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통해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관객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 


영상 제작이다 보니 연출법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이 되어 있었는데 잘 몰랐던 부분이라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작가는 "갈등은 서사의 엔진이며, 콘트라스트는 그 엔진에 불을 붙이는 점화 장치"라고 비유하였다. 


* 점진 노출과 서스펜스: 점진 노출은 정보를 서서히 공개해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기법

*콘트라스트와 갈등 : 콘트라스트(대비)는 영상미학의 기본 언어로 명암, 채색, 형태, 소리 등 모든 요소의 대립으로 화면 강도를 높이고 시각 대비를 만들어 냄. 

*콘티뉴이티와 디스콘티뉴이티: 연속성으로 콘티라고 부른다. 시간, 공간, 행동의 연속성을 유지해 관객에게 실재감과 몰입을 부여하는 편집 방식이며 자연스러움을 추구. 

*미장센: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 인물의 위치, 배경, 조명, 소품, 의상, 색감, 공간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조율해 캐릭터의 내면과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치.


낯설게 하기, 창의성의 또 다른 이름

"낯설게 하기란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예술적 전략으로 문자 그대로 사물을 낯설고 이상한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한 이는 러시아 문학가 빅토르 쉬클로프스키다. 그는 낯설게 하기를 인간 의식의 자동화를 깨뜨리는 장치로 정의했다."_138p


낯설게 하기의 대표적인 예가 톨스토이의 단편 <홀스토메르>라고 한다. 여기서 톨스토이는 인간과 동물의 시점을 바꿔치기해서 인간 세상을 묘사한다. 

그런 의미라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카프카의 변신도 바꿔치기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낯설게 하기가 왜 필요할까? 결국 평소의 일상적이고 낯익은 것을 거꾸로 보는 것에서 창의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낯설게 하기는 영상에서는 일상적인 구도, 색채, 조명, 사운드의 변화를 주어 만들 수 있다. 즉 미장센을 토해 낯설게 하기를 시도한다. 

이러한 낯설게 하기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가능케하는 미학적인 접근이라고 한다. 영상뿐 아니라 미술작품이나 음악작품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고, 일상에서도 연습을 통해 창의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디어에서 완성까지 숏 필름 만들어보기

사실 AI로 영상 제작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책에서는 1.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는 짧은 장면을 자유롭게 떠올려 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도심을 달린다.처럼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고 거기다가 시간대(낮/밤), 공간(도시/자연), 분위기(몽환적/현실적) 정도를 구체화시켜 만들어 보라고 한다. 


2. 이미지 만들기는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쓰라고 하는데 이 정도만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누가(주인공), 어디서(배경), 무엇을(행동- 주인공의 동작, 상황), 어떤 분위기(감정, 조명 등으로 감정이 전달하는 감정톤이나 빛의 느낌), 어떻게 보일까(카메라, 색감, 스타일로 숏 크기, 색조, 질감 등의 화면 스타일)


이를 실제 구현해 보면 다음과 같이 작성해 볼 수 있다_194p

"회색 고양이가 밤의 도심 옥상 위를 달린다."

-네온사인 불빛이 반사된 젖은 바닥, 달빛이 비치는 고요한 분위기

-미디엄숏, 푸른빛 톤, 시네마틱하고 사실적인 스타일


3. 영상화하기에서는 이렇게 미드저니에서 기초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만들 때는 클링, 런웨이 등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간단한 방식은 Start-end 이미지를 만들어서 넣으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자연스러운 영상으로 이어준다고 한다. 



4. 편집 마무리는 캡컷 같은 무료 앱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자르고 전환 효과를 쓰거나 장면에 배경음악을 추가하거나 제목이나 자막을 추가하는 식이다. 


AI 영상 만들기에 대한 내용도 좋았지만, 스토리텔링의 필요성과 방법 그리고 창의성을 증진 시키는 낯설게 하기에 대한 내용에서 상당히 많은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리뷰에는 빠뜨렸지만 법적인 문제도 잘 정리되어 있어 실전에 적용하시는 분들이 참고하기에 좋을 것 같다.


   .


#파지트 #이것도AI가만듦 #AI영화제작 #AI영상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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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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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은 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이기도 하고 표지가 너무 이뻐 끌리는 소설이다. 


프레드릭 배크만

스웨덴 출신의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 시대의 디킨스', '인간 감정의 마에스트로' 같은 수식어가 달리는 작가다. 이 책은 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따뜻한 작품이라 특히 '감정의 마에스트로'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주로 지하철에서 이동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몇 번이나 주책맞게 눈물을 훔치거나 코를 훔쳐 상당히 민망한 시선을 받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99% T 지만 소설, 공연 보면서 우는 게 특기입니다....)


나의 친구들 줄거리

이 소설은 각자의 아픔을 가진 가난한 촌구석의 아이들이 보낸 행복한 10대 시절의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전 세계 소장 애호가들을 애달프게 한 C. 야트라는 유명 화가는 39세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전 재산을 팔아 자신의 첫 작품 [바다의 초상]을 경매 받고 그 작품을 당일 교회 담벼락에서 만난 아이, 루이사에게 유언으로 전해준다. '우리와 같은 과'라는 걸 직감한 화가가 루이사에게 전한 생명의 메시지였다. 

루이사는 이 그림이 내면이 산산이 부서진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아냈을 정도니 화가가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루이사는 거부한다. 위탁가정에서 자라 이제 막 성인의 문 턱에 들어선 아이는 세상의 신뢰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 아니, 유일한 친구이자 은신처인 피스켄이 있었으나 그녀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나 철저히 혼자였다. 그런 루이사는 자신의 영웅이자 구원이었던 C. 야트의 그림을 받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 그림을 전해준 사람은 [바다의 초상]에 그려진 잔교의 세 명의 친구 중 한 명인 테드. 그와 루이사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그 옛날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따라 그림 속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의 친구들 문장들

우리의 10대는 가장 밝은 빛인 동시에 가장 짙은 어둠일 수밖에 없다고, 우리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지평선을 파악하게 되는 거라고.

60p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칠흑같이 어두운 10대 시절을 견뎌냈다는 거다. 하지만 이들은 그 안에서 빛을 찾고 웃음을 찾고 사랑과 믿음, 우정을 찾았다. 모두의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요아르의 믿음이 세계적인 화가를 만들고 화가는 루이사를 살리고 루이사는 또 다른 아이에게서 빛을 찾고 밝힌다. 어쩌면 이런 기적에 우리는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삶은 그게 전부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 그 삶이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걸 의식하면 너무 많이 사랑하지도 않고 너무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지도 않으며 겁쟁이처럼 살게 된다. 

64p

사랑의 궁극적인 표현은 잔소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잔소리는 여느 잔소리와 다르다. 모든 부모가 그걸 알고 모든 단짝 친구들도 그걸 안다. 

114p

책을 읽어 내려가며 마음이 찡할 때가 많았다. 의도와 다른 말들... 사랑하기에 밀어내야 했던 그들의 마음. 

잔소리조차 없던 벽 같은 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친구의 잔소리는 얼마나 큰 따뜻함이었을까? 

테드는 그보다 더 어이없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쟤한테 내가 왜 필요하겠어?"

요아르는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왜냐하면 의리도 초능력이거든."

237p



예술은 우연의 소산이고 사랑은 난장판이지

238p

한 번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지르더라. '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으니까! 너는 내게 벌어진 사건이니까! 내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마다 벌어지는 사건이니까!

285p

부모의 기본적인 기능이란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배에 실린 바닥 짐처럼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가 뒤집힌다. 

335p

책을 읽으며 부모란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폭력으로 점철된 가정,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는 가정, 감정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의무만 하는 가정. 테드를 보며 모든 부모가 최소한 그 자리를 지켜내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 가정은 버텨내고 숨을 공간은 제공될 테니까... 

네 심장이 뛰는 속도는 정할 수 없어!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예술이라는 건 아주 희미한 불꽃이야. 한숨 한 번에도 꺼질 수 있단 말이야.

예술에는 친구가 필요해. 이 불꽃이 자기 힘으로 환하게 타오를 수 있을 때까지 서로 몸을 맞대 바람을 막아주고 꺼지지 않도록 손으로 감싸줄 친구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화염이 될 때까지 그럴 친구가. 

286p

주인공이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인과 달라 놀림을 받을 때도,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해 좌절할 때도 믿어주는 친구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비단 예술만 그럴까? 사람이 태어나 한 인간으로 오롯이 성장하려면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이가 있어야는 거다. 그게 부모든, 친구든, 선생님이든... 

삶의 기본적 지지대가 없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이렇게 늘어만 간다는 게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다...


"폭력적인 남자는 주변 모두에게 암적인 존재지. 폭력은 거기에 엮인 모든 사람에게 번지는 전염병과 같아..." 

432p

"왜 이 그림 속에 너는 안 그렸어?" 알리가 물었다.

"그렸어. 나는 말하자면 이 전부야... 너희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 화가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470p

"예술이 나를 견디게 하지. 예술도 사랑처럼 깨지기 쉬운 마법이고 죽음을 상대할 수 있는 인류의 유일한 무기거든. 뭘 만들고 그리고 춤추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영원을 향한 우리의 반란이야. 아름다운 모든 것이 방패야. 빈센트 반 고흐는 이렇게 말했어. '신을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걸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552p

역자는 이 소설을 그럼에도의 소설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설에 온갖 아픔과 상처가 난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희망이 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다. 


최근 서구권의 소설들을 보면 많은 작품들이 마약으로 친구를 잃고, 가난과 폭력에 점철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루의 루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매일같이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잊고 있다가 다시 깨우친다. 


이번 소설은 같은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좀 더 따스한 감성으로 희망을 전하는 소설이라 덜 힘들었지만 그전에 읽었던 여러 소설의 잔상이 같이 그려져 마음이 많이 무겁고 불편했다.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기를.... 이런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줄어들기를 기도한다. 


읽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 나의 친구들에게 연령에 상관없이 읽기 좋은 소설로 추천한다. 

#오베라는남자 #나의친구들 #프레드릭배크만 #힐링소설 #북유럽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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