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진화 - 진화가 알려 주는 암 극복의 새로운 아이디어
아테나 액티피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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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진화와 저항성에 대해 다원주의적으로 접근한 아주 멋진 책

리처드 도킨스

얼마 전 엄마가 암으로 수술하시고 회복 중이셔서 제목을 보는 순간 한 번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신청했다.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암 예방과 치료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리처드 도킨스의 찬사대로 '암의 진화와 저항성에 대해 다원주의적으로 접근하여 시야를 확 트이게 하는 아주 멋진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암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하였고, 생물, 화학을 좋아하는 큰 아이와는 함께 읽으며 연구를 추가로 찾아보고 정리해 보는 시간을 찾아봐야지 하는 계획도 세우게 되었다. 


암은 우리의 일부이며, 우리가 다세포 유기체로서 거의 첫걸음을 떼기 시작할 무렵부터 있어왔다. 

p8 머리말

암의 흔적은 이집트 미라와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수렵 채집인의 유골에서도 발견되고 170만 년 전 살았던 초기 인류의 뼈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수 천만년 전의 포유류, 어류 그리고 조류의 뼈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즉 오늘날까지 생존했던 거의 모든 생물 대부분에 존재했거나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암이란 우리가 쳐부숴야 할 적이 아니고, 어쩌면 우리와 공존해야 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암이 처음 생긴 것은 언제일까? 

단세포일 때는 없었지만 암은 다세포에서 세포 증식과 번식의 과정에서 발달해 왔다. 

우스갯소리로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따져보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다르다'는 말을 한다. 우리 몸은 수조 개의 세포로 생성되어 있고 끊임없이 죽고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구성요소에서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암을 전쟁에 비유하는 것보다는 게으르거나 파괴적이거나 조용한 룸메이트에 비유하는 편이 여러 암을 더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다. 

47p

"공짜로 얹혀사는 룸메이트처럼, 암세포는 다세포의 협력 특성에 편승해 이득을 취한다. 그리고 까다로운 룸메이트처럼 암은 반드시 파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_47p


'얌체 행동을 하는 나쁜 룸메이트', 암의 본질에 가까운 정의다. 

증식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다세포 생물에게 증식 조절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TP53 유전자처럼 죽음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손상되어 감지가 불가능하면 암이 유발될 수 있다. (TP53이 자주 알림을 울리면 조기 노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암세포의 근원은 세포의 자유다. 

암세포는 유기체보다 빨리 복제하기 때문에 항상 진화적으로 유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세포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약하면 어떻게 될까? 생식능력 약화는 물론이거니와 조직 재생도 느려지고 노화 진행, 감염에도 취약해진다. 즉 세포의 규제와 방임 사의의 균형이 제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자궁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성장과 발달은 우리의 진화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최적화된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모계와 부계의 진화적 이득 사이에 이루어진 역동적 타협이다.

109p

알고 있듯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씩 물려받은 23개의 염색체 복사본이 쌍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자손을 잇는 방식에서 자원을 배분하는 '밀크셰이크'이론이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부계와 모계의 충돌 사이에서 부계 유전자가 발현되면 거대 태반이 만들어지고, 모계 유전자가 발현되면 작은 태반, 즉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부계 유전자 발현 시 성장인자를 더 많이 생산하고 침습력이 더 강한 태반을 만든다)


더 놀라운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장을 촉진하는 부계 발현 유전자의 특징은 유전자의 발현이 이후 암에 대한 민감성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키가 큰 사람은 키가 작은 사람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 키가 10센티미터씩 커질 때마다 암 위험은 약 10퍼센트씩 증가한다."_154p


그러면 무조건 크기가 크다고 암에 잘 걸릴까? 그렇지는 않다.

종간 특수가 있다. 예를 들면 코끼리는 인간보다 100배 많은 세포를 가지고 있지만 암 발생률은 훨씬 낫다. 


암세포의 경우, 협력은 암세포가 세포 수준에서 선택된 다른 능력들, 이를테면 이동이나 정착이나 면역계 회피와 같은 것들의 부산물일 수 있다. 

234p

암세포의 협력이라니 정말 무섭다. 

"때로는 큰 원발 종양이 제거되면 작은 전이들이 빠르게 퍼지기도 한다. 원발 종양이 더 이상 양분을 독점하면서 저해 인자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_227p


암 수술을 하면서 종양을 떼어내고 전이가 일어나는 이유다. 암은 그곳 딱 국소부위에서 자라지 않으며 이미 암이 존재할 때 암세포들은 혈류를 따라 흐른다. 그때 종종 클러스터(단체)를 이루고 흐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암의 발생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만약 큰 종양을 떼냈고, 이미 클러스터로 온몸을 돌아다니는 암세포가 크다면 전이율이 높아진다는 결과들이 나와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암 치료에서 가장 염려되는 것은 내성의 진화다. 여기서 적응 요법이 나온다. 

적응 요법은 암을 피하려고 하는 대신, 종양을 그대로 두고 더 통제할 수 있는 만성 질환으로 바꾸는 것이다. 


실질적인 팁도 나와 있어 상당히 도움이 되었는데, NSAID 소아용 아스피린의 형태로 하루 한 알씩 복용하면 돌연변이율 수치가 10분의 1로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염증수치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통해) 

아스피린 섭취가 뇌출혈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되어 처방받는데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니 이 정도면 만능이지 않나 싶다 


진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또 다른 방법은 암세포가 저항성에 에너지를 쓰도록 가짜 약(최소한의 독성을 지닌 물질)을 암세포에 주는 것이다. 

생쥐에게 베이킹 소다를 먹이고 종양의 크기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결과가 그에 해당한다. pH 값을 중성으로 돌려놓는다는 의미도 있고, 암세포가 저항을 하도록 생태계를 꾸민 것이다. 


염증을 줄이면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같은 이치다. 염증이 줄어들면 환경이 개선되고 정상세포들이 암세포를 제대로 감지할 수 있다. 


암은 우리가 치료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진화한다. 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오히려 암을 생물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암세포가 활동하지 않은 세포 환경을 만드는데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건강식을 먹고 운동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아이와 꼭 읽고 싶은 책, 암세포의 진화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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