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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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은 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이기도 하고 표지가 너무 이뻐 끌리는 소설이다. 


프레드릭 배크만

스웨덴 출신의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 시대의 디킨스', '인간 감정의 마에스트로' 같은 수식어가 달리는 작가다. 이 책은 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따뜻한 작품이라 특히 '감정의 마에스트로'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주로 지하철에서 이동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몇 번이나 주책맞게 눈물을 훔치거나 코를 훔쳐 상당히 민망한 시선을 받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99% T 지만 소설, 공연 보면서 우는 게 특기입니다....)


나의 친구들 줄거리

이 소설은 각자의 아픔을 가진 가난한 촌구석의 아이들이 보낸 행복한 10대 시절의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전 세계 소장 애호가들을 애달프게 한 C. 야트라는 유명 화가는 39세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는 전 재산을 팔아 자신의 첫 작품 [바다의 초상]을 경매 받고 그 작품을 당일 교회 담벼락에서 만난 아이, 루이사에게 유언으로 전해준다. '우리와 같은 과'라는 걸 직감한 화가가 루이사에게 전한 생명의 메시지였다. 

루이사는 이 그림이 내면이 산산이 부서진 사람이 그린 그림이라는 걸 직감으로 알아냈을 정도니 화가가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루이사는 거부한다. 위탁가정에서 자라 이제 막 성인의 문 턱에 들어선 아이는 세상의 신뢰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 아니, 유일한 친구이자 은신처인 피스켄이 있었으나 그녀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나 철저히 혼자였다. 그런 루이사는 자신의 영웅이자 구원이었던 C. 야트의 그림을 받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 그림을 전해준 사람은 [바다의 초상]에 그려진 잔교의 세 명의 친구 중 한 명인 테드. 그와 루이사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그 옛날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따라 그림 속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의 친구들 문장들

우리의 10대는 가장 밝은 빛인 동시에 가장 짙은 어둠일 수밖에 없다고, 우리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지평선을 파악하게 되는 거라고.

60p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칠흑같이 어두운 10대 시절을 견뎌냈다는 거다. 하지만 이들은 그 안에서 빛을 찾고 웃음을 찾고 사랑과 믿음, 우정을 찾았다. 모두의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요아르의 믿음이 세계적인 화가를 만들고 화가는 루이사를 살리고 루이사는 또 다른 아이에게서 빛을 찾고 밝힌다. 어쩌면 이런 기적에 우리는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삶은 그게 전부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 그 삶이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걸 의식하면 너무 많이 사랑하지도 않고 너무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지도 않으며 겁쟁이처럼 살게 된다. 

64p

사랑의 궁극적인 표현은 잔소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잔소리는 여느 잔소리와 다르다. 모든 부모가 그걸 알고 모든 단짝 친구들도 그걸 안다. 

114p

책을 읽어 내려가며 마음이 찡할 때가 많았다. 의도와 다른 말들... 사랑하기에 밀어내야 했던 그들의 마음. 

잔소리조차 없던 벽 같은 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친구의 잔소리는 얼마나 큰 따뜻함이었을까? 

테드는 그보다 더 어이없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쟤한테 내가 왜 필요하겠어?"

요아르는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왜냐하면 의리도 초능력이거든."

237p



예술은 우연의 소산이고 사랑은 난장판이지

238p

한 번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지르더라. '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으니까! 너는 내게 벌어진 사건이니까! 내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마다 벌어지는 사건이니까!

285p

부모의 기본적인 기능이란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배에 실린 바닥 짐처럼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가 뒤집힌다. 

335p

책을 읽으며 부모란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폭력으로 점철된 가정,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는 가정, 감정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의무만 하는 가정. 테드를 보며 모든 부모가 최소한 그 자리를 지켜내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그 가정은 버텨내고 숨을 공간은 제공될 테니까... 

네 심장이 뛰는 속도는 정할 수 없어! 무엇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예술이라는 건 아주 희미한 불꽃이야. 한숨 한 번에도 꺼질 수 있단 말이야.

예술에는 친구가 필요해. 이 불꽃이 자기 힘으로 환하게 타오를 수 있을 때까지 서로 몸을 맞대 바람을 막아주고 꺼지지 않도록 손으로 감싸줄 친구가.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화염이 될 때까지 그럴 친구가. 

286p

주인공이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인과 달라 놀림을 받을 때도,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해 좌절할 때도 믿어주는 친구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비단 예술만 그럴까? 사람이 태어나 한 인간으로 오롯이 성장하려면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이가 있어야는 거다. 그게 부모든, 친구든, 선생님이든... 

삶의 기본적 지지대가 없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이렇게 늘어만 간다는 게 너무 마음 아픈 일이다...


"폭력적인 남자는 주변 모두에게 암적인 존재지. 폭력은 거기에 엮인 모든 사람에게 번지는 전염병과 같아..." 

432p

"왜 이 그림 속에 너는 안 그렸어?" 알리가 물었다.

"그렸어. 나는 말하자면 이 전부야... 너희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 화가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470p

"예술이 나를 견디게 하지. 예술도 사랑처럼 깨지기 쉬운 마법이고 죽음을 상대할 수 있는 인류의 유일한 무기거든. 뭘 만들고 그리고 춤추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영원을 향한 우리의 반란이야. 아름다운 모든 것이 방패야. 빈센트 반 고흐는 이렇게 말했어. '신을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걸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552p

역자는 이 소설을 그럼에도의 소설이라고 이야기한다. 

소설에 온갖 아픔과 상처가 난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희망이 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다. 


최근 서구권의 소설들을 보면 많은 작품들이 마약으로 친구를 잃고, 가난과 폭력에 점철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루의 루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매일같이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잊고 있다가 다시 깨우친다. 


이번 소설은 같은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좀 더 따스한 감성으로 희망을 전하는 소설이라 덜 힘들었지만 그전에 읽었던 여러 소설의 잔상이 같이 그려져 마음이 많이 무겁고 불편했다.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기를.... 이런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줄어들기를 기도한다. 


읽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 나의 친구들에게 연령에 상관없이 읽기 좋은 소설로 추천한다. 

#오베라는남자 #나의친구들 #프레드릭배크만 #힐링소설 #북유럽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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