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나카모토 - 비트코인의 창시자
벤저민 윌리스 지음, 이재득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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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참 오묘하다. 

벤저민 월리스는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비트코인 태동 후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15년 추적했고 이 책은 바로 그 추적 일지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11년 봄 자치를 감추었고 벌써 15년이 지났다. 당시 저자는 나카모트를 처음 알게 되면서 이 괴짜 발명가를 꼭 찾아내겠다는 다짐을 했고 십수 년 간 쫓아다녔다. 

아니.... 어떻게 비밀 속에 갇힌 한 사람을 찾아 15년을 헤맸을까? 


책에서 언급되는 사토시 나카모토 추정자들만 몇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많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조사하며 가설에 대한 증빙을 얻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왜 흥미로웠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기존에 비트코인의 역사나 비트코인의 경제학적, 철학적 이론에 대해서는 읽은 적이 있지만 실제 있었던 인물들의 스토리를 이렇게 딥다이브해서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칩 위(Chip War)를 다시 읽고 있는데 뭔가의 역사를 본다는 건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 깔려 있기 때문에 재미를 보장하는 것 같다. 


만약 사토시가 살아 있다고 한다면 그의 재산이 150조란다. 상상이 되지 않는 규모다.  

이 잠자는 고래의 계좌는 언제 열릴 것인가? 


사토시 나카모토를 이야기할 때 사이퍼 펑크라는 조직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1990년 대 프라이버시와 탈 중앙화를 주장하는 문화적 기류에서 탄생한 IT 천재들의 모임으로 최초의 개인정보 개념도 이 사이버 펑크에서 나왔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나카모토라고 의심을 해왔던 닉 사보나, 할 피니도 모두 사이버 펑크 멤버였다. 

거기에 엑스트로피언이라는 모임도 있다. 이들은 당시 개념으로 보면 정말 앞서나가거나 황당한 미래를 꿈꾸는 진보적인 이들의 집합이었는데 당시 이들이 연구한 주제가 생명 연장, 우주 식민지 건설, 홈스쿨링, 건강 최적화를 위한 바이오 해킹, 의식 업로드, 인공지능, 자주권, 해상 도시 건설, 디지털 화폐, 반 국가주의, 트랜스 휴머니즘, 다원적 법체계, 미래의 사건이나 결과에 대한 예측을 거래하는 시장 예측 시장, 디지털 유목민(테크 유목민) 그리고 문화적 진화를 이해하려는 밈학 등이 그들의 관심사였다고 한다. 



저자는 이 사이버 펑크의 멤버들을 하나하나 속속들이 다 파헤치며 그들이 왜 나카모토 일 수 없는지를 밝혀간다. 

심지어 제보가 들어왔던 일론 머스크까지 따박따박 따져보기까지 했다는...

그 수가 어마무시하다. 

아마추어 암호학자인 웨이 다이,  엑스트로피언스의 일원이기도 한 닉 사보, 루게릭 병으로 사망한 디지털 화폐 애호가 할 피니, 도리언 나카모토, 자신이 미스터 나카모토라고 주장을 하고 있는 크레이그 라이트(BSV 창시자), 미국계 사이버펑크 렌 새서맨, 애덤 백 등을 한 명씩 조사하다 나중에는 글에서 드러나는 특정 단어 사용을 대조하는 방법으로 마크 그랜트, 제임스 A. 도널드, 벤 로리 등을 조사한다


사토시는 한 명이 아닌 걸까? 가장 높은 시나리오는 2명이나 3명이 함께 만든 것처럼 보인다는 거다. 예를 들어 코드를 짠 사람과 백서를 쓴 사람이 다르다는 것. 

그러나 이것도 모두 예측에 불과하다. 그리고 만약 2-3명이라면 비밀은 더 유지하기 힘들어졌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비밀을 유지하고 있는지 더 미스터리로 빠져든다. 




책을 읽었을 때 1인으로 가장 높은 확률로 맞아떨어져 보이는 것은 제임스와 이미 유명을 달리한 할 피니다. 몰랐던 사실은 할 피니가 마지막 치료를 할 때 실제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할 피니가 나카모토였다면 왜 어려움이 있었을까? 현재 그는 알코어라는 냉동인간 회사에 냉동보존되어 있다.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체 누가 사토시일까? 

긴 추적을 돌고 돌아 결론이 나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의 역사와 이어지는 전 세계 IT 천재들의 뒷이야기를 파헤쳐 본 것 같아 흥미로운 책이었고 재미있었다. 

논 픽션이었지만 소설 같다고 해야 할까? 

나처럼 비트코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추천~!




     

#북플레저 #미스터나카모토 #비트코인 #비트코인창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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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다이앤 수스 지음, 황유원 옮김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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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더러움을, 다른 손엔 꿈을... 이게 바로 삶 아닐까요? 

"삶을 지독하리만큼 솔직하게 그려낸 128편의 소네트" 인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은 퓰리처상 시 부문을 수상한 미국 시인 다이앤 수스의 작품입니다. 


다이앤 수스의 약력이 상당히 화려합니다. 

퓰리처상과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을 동시 수상하고 미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하는데요. 

시에서 드러나듯 그녀의 인생은 이러한 화려함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습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그녀의 시는 퓰리처상 심사평에서 말하듯 "노동 계급 삶의 아름다움과 고단함을 포함해 현대 미국의 무질서한 모순들에 맞서기 위해 소네트 형식을 독창적으로 확장한 거장다운 시집"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소네트란 무엇일까요? 

"소네트는 전통적으로 14행으로 구성된 구조의 고정된 시적 형식"으로 이탈리아어로 '작은 노래'를 뜻하는 만큼 정해진 운율 체계를 따르는 아름다운 문학 형식입니다. 


다이앤 수스의 소네트는 이러한 고정되고 우아한 시적 형식을 차용하면서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뱉어내고 있습니다. 

사랑이 아닌 빈곤을, 연인이 아닌 어머니를 향한 사랑, 그리고 중독과 젠더 문제, 예술과 상실 등의 내용을 토대로 소네트를 만들었습니다. 즉 귀족들의 형식에 노동 계급의 삶을 담아낸 시적 반어법을 띄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131 페이지의 소네트에서 이야기하듯 수스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말이었습니다. 

가난했기에 수스가 무언가를 원하면 어머니는 늘 꿈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이라고 읊으셨다고 하네요. 

수스뿐만이 아닐 겁니다. 우리 모두는 이룰 수 없는 또는 이루기 너무나 어려운 꿈 한 조각식은 품고 살 테니까요. 


얼마 전 읽었던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가>에서 두려움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보인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결핍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핍은 곧 욕망으로 발현되고 그 욕망이 우리를 지탱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합니다. 

수스에게는 가난과 결핍이 그런 역할이지 않았을까요? 


"달콤함의 문제는 죽음에 있다. 모든 것의 문제는 죽음에 있다. 모든 것을 인수분해 해보면 그것 말고 다른 문제는 없는데, 분수를 공부할 때 나는 인수분해에 영 소질이 없었다."

18p

인간은 언젠가 죽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쁨과 사랑에도 늘 끝은 있지요. 이렇게 명확한 사실이지만 수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삶에 적용할 능력이 본인에게 없다고 고백합니다. 

"이 해변을 한쪽 발로 누르면 소금물 대신 피가 흘러나올 것이다. 

만일 거기 시가 있다면, 병든 파도를 타고 오게 하라. 

내가 산통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던 아이를 밀어내는 힘처럼 힘차게. 

내 몸을 갈라라, 갈라! 

그들은 내 몸을 위아래로 갈랐고 거기서 작은 마약 중독자가 나왔다. 

당신은 이곳의 집들이 난파선 잔해로 지어졌다는 것을 아는가?"

24p

아름다움과 폭력, 즉 피가 함께 있습니다. 수스의 삶은 이미 가난과 중독이라는 비극 위에 세워졌고 그 비참함은 대를 이어갑니다. 

"내가 사랑하게 된 쓸쓸한 외로움에서 탑승하거나 그 외로움으로 하차하는 텅 빈 눈의 어느 얼간이, 내가 사랑하게 된 것은 외로운 자들이 아니라 외로움 그 자체였다."

61p

"아름다움을 무기력화하며, 마침내 나는 돌아서서 나 자신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여장 남자나 거식증 환자처럼, 나는 용인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두려운 존재, 헐크, 거인, 괴물이 되고 싶었다. 위대한 인생 계획은 아닐지 몰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다."

72p

퓰리처상까지 받은 시인이지만 오랫동안 주변인으로 숨죽여 살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성을 내려놓고 거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죠. 


"누군가를 보고 원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것, 우아하게, 욕망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고통, 원함이 곧 소유함은 아니라는, 소유함도 늘 소유함은 아니라는 것, 우리는 몸의 여러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거기에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 머무름이란 없다. 여자로서 우아하게 욕망하기란 내게 불가능했다."

113p

결국 욕망에 도달한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소유를 의미할까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한 것은 없지요. 거인이 되고 싶은 것 마냥 결국 우아함이란 수스에게 사치일 뿐입니다. 



시는 사실 저에게 너무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읽어간 수스의 시는 처절한 현실을 응시하면서도 소망을 노래하는 시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삶이 녹록지 않아 멈추고 싶은 분들께,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려요. 

오늘 레 미제라블 독서모임을 하면서도 이야기하였지만 결국 문학이란 영역, 특히 시는 가장 응축된 사회의 진실을 보여주는 매개체죠.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 앞장서는 깃발이 되는 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이앤수스 #한손엔똥을한손엔소원을 #퓰리처상시집 #외국시집 #김영사 #미국현대시 #소네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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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문득 당신이 와 있는 것 같아서 - 드라마작가의 가장 사적인 기록
송정림 지음 / 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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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간직하고 싶은 시간엔 아주 평범한 시간이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행복하다는 느낌조차 없는 시간이다.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


저는 평소에 유튜브, 드라마 등 미디어 청취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매번 미루고 미루고 그때마다 시간을 아껴 선택하는 건 책과 공연입니다. 이런 저에게 드라마 작가라는 분야는 낯선 이국과도 같은데, 이번 책을 통해 잠깐이라도 비밀 구멍을 통해 이 직업에 대해서 들여다본 느낌입니다. 


"어쩌면 시청률은 작가의 운명을 하루 단위로 측정하는 온도계, 감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상위성일지도 모른다."_16p


작가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작가는 숫자에 따라 감정이 연동되는 AI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스트레스 레벨이 높다는 말이겠지요.


"작가는 매일 숫자에 울고 오는 전략가이자 누군가의 심장을 두드리고 싶은 낭만주의자다."_21p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한 사람의 마음을 잡자고, 초심을 유지하려 한답니다. 힘들었던 순간 포기의 순간에서, 드라마의 한 문장이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작가님께 고백했던 그 단 한 명의 시청자 덕에 오늘날이 있다고 하시네요. 


이런 글은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요?

결국 독서가 답인 것 같습니다. 큰오빠의 다락방에 수많은 책들이 있었다고 해요. 그 책들로 떠났던 여행들이 결국 지금의 작가님을 만들어낸 거죠.


송정림 작가님의 언니도 소설가이자 라디오 작가시더라고요. 함께 일기를 주고받으며 문학을 꿈꿨던 두 소녀가 나란히 작가가 되어 있는 모습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여행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투구를 하려고 하니 기획서가 상당히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감성과 전략의 줄타기라는 말에 멈췄습니다.

"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싶다면 기획안에서부터 읽는 이의 심장이 좀 뛰어줘야 한다."_43p


가슴을 뛰게 하는 기획서라니 이러면 당연히 출간이 OK겠죠? 투고가 두려워. 생초보긴 하지만 초고를 완성해 두고 아직 메일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데, 작가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내 안의 목소리가 타인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말의 온도를 조절하고 숨을 불어넣어야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텅 빈 마음을 견디는 일이었다. 한 줄도 나오지 않는 하얀 종이 앞에서 낯선 세계가 내게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나는 스크린 앞에서 한때 무심히 흘려보냈던 장면들을 다시 줍는다. 오래전 어딘가에서 숨 쉬던 이야기들이 스크린을 거쳐 나를 지나 다시 내 안으로 돌아온다."_90p


"그러고 보면 사람도, 풍경도  '만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_222p


소설이든 에세이든 다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저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때면 그 시간 그 시점으로 저를 보내곤 하는데요. 그러면 시공간은 바뀌어 눈앞에 풍경이 생생히 펼쳐지고, 시간과 바람이 그 순간에서 부는 것 같습니다. 그때 보았던 그 풍경 속으로 잠시간 들어가는 거지요. 

그렇게 또 다른 세계가 나에게 스며들어야 그 순간을 그려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산다는 건 결국 뛰어드는 일이다. 완벽한 항로를 그리지 못해도 내 안에 작은 배를 망설임 없이 추락시키는 것 나의 깊은 곳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단 하나의 진심을 따라 돛을 올리는 것 두려움보다 반발짝 빠른 설렘을 믿고 멈춰있는 평온보다는 두렵더라도 앞으로 가는 쪽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삶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순도 높은 고백이 아닐까.

삶이란 젖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일이 아니라 젖은 채로도 끝내 건너가는 법을 익혀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_112p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던지고 가슴 뛰는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는 저자, 일일 드라마 작가라는 피 말리는 마감에 시달리면서도 글을 놓지 않고 치열하게 사랑하는 작가님을 보며 세상에는 참 멋있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글을 써도 되는 걸까... 고민이 드는 순간 책에서 위로를 받네요.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당신만의 장면이 생길 겁니다."_165p

느리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그 외에도 글은 아름답고 쉽게 써야 한다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문장의 아름다움은 나의 것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작가로서 그건 의무이자 책임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제게도 이 문장을 남기며 바라며 리뷰를 끝냅니다.


"단어를 쌓되 조급하지 않게, 문장을 다듬되 성급하지 않게 빨라진 세상 속에서도 마음만은 여전히 천천히 따라가기를. 그 걸음이 뜻을 잃지 않기를 바라면서."_190p


#송정림작가#추천에세이#쓰다보니문득당신이와있는것같아서#글쓰기에세이#드라마작가#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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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가
김종구 지음 / 위커리어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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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숨 쉬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신체 기관, 감각, 능력, 그리고 우리에게 존재감을 주는 우리 자신의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것이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가장 많은 나이를 먹은 사람이 아니라, 삶을 가장 많이 느낀 사람이다. 

장 자크 루소

AI 시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38가지 질문이라는 부제를 가진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가>라는 책은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았던 질문들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인간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가이드북 같았어요.

저도 책을 읽으며 수없이 줄을 긋고, 작가의 질문에 나의 답을 메모하며 책을 노트처럼 사용했거든요.

이 기회에 다시금 인생을 돌아보며 38가지에 대해 나의 답변을 찾고 내가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었던 책이라 너무 잘 읽었습니다. 


목차의 질문들만 봐도 상당히 내용이 궁금해지지 않으신가요? 

평소 고민했던 질문들도 포함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8번 AGI 시대에도 내가 가장 잃고 싶지 않은 것, 10번 AI가 모든 생산적인 일을 대신해 줄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등 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결국 삶의 목적과 의미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마음에 와닿는 문구가 너무 많았는데요. 

"불안을 붙잡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만이 진짜 질문에 닿는다."_25p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리킨다.  두려움의 지형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의 지도가 그려진다."_126p의 말처럼 질문들 중 가장 마음에 걸리는 질문을 붙들고 생각하는 것, 결국 그것이 인간으로 남는 길이자 나의 목적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에코 챔버'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메아리 방이라는 개념의 이 단어는 결국 알고리즘을 강화하는 패턴을 설명하는 단어였더라고요. 저는 알고리즘이 강화되는 걸 싫어해서 유튜브도 잘 보지 않고 오히려 책으로 회귀하는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보니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알고리즘으로 인한 '만들어진 나'를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한나 아렌트는 사유를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네요. 정말 공감 가지 않나요? 우리가 책을 읽고 사유를 하는 이유이죠. 그 과정에서 '나'가 만들어지고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으로 인해 '조작'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억울한가요? 의도적으로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게끔 스스로의 결정이 유도된 것인지 아닌지 계속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을 아는 사람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안다. 그리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변화의 속도 앞에서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 

95p

결국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사고와 판단의 자유, 타인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력, 사람 간의 따뜻한 교류인 것 같습니다. 느리지만 그래서 매일 책을 읽고, 쓰고, 나누며 살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요.  빠르게 날아가는 세상을 쫓아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 인간다움이 끝내 빛을 발할 것을 믿습니다. 


"완전히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성장을 멈춘다."_170p

평소에도 성장을 멈추는 것은 죽음과 같다고 생각하기에 와닿는 문장이었습니다. 

'나'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나아가고 발전해 가기 때문이죠. 

"나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에 가깝다."라는 이런 저의 생각과도 일치합니다. 매일의 총합이 나이기에 오늘도 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느릴지 몰라도 나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면서요. 


그 과정에서 중시하는 것이 '경험'입니다. 

제 아이디가 독서여행가인 이유이지요. 독서와 여행은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제 삶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같은 빛이 다른 프리즘을 통과하면 다른 색이 나오듯, 같은 주제가 다른 삶을 통과하면 다른 표현이 된다."_197p는 말처럼 다양한 경험은 사고에 색을 입혀 나만의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층위가 되고 그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삶의 끝자락에서 나는 정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인간은 타인을 필요로 하면서 타인에게 상처받는다. 연결을 원하면서 연결을 두려워한다. 사랑하면서 잃을 것을 안다. 이 모순 안에서도 사랑하는 것,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다가가는 것이 인간이다. AI는 이 모순을 알지 못한다. 상처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_282P


얼마 전 김애란 작가님의 인터뷰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지요. 인간과 AI의 차이를 '망설임'이라고 조곤히 말씀하시는데 참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저는 '모순'이라는 단어가 깊이 와 박혔습니다. 

인간이 AI와 다른 점이죠. 인간은 타고나길 모순적 존재이니까요. 

죽음을 바라보며 유일하게 죽음으로 걸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우리는 매 순간 욕망과 필요, 선택에서 모순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모순적인 선택을 하지요. 

그렇지만 이 '모순'적 순간이 있기에 인간다움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순'을 선택하고 행동했을 때 나에게 조금 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겠다는 생각도요. 


"평생 탐구하고 싶은 주제 없이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갖는 위험을 알 수 있다. 

중심이 없는 삶이 된다. 외부에서 오는 요구와 기회와 자극에 반응하며 살게 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지만 그것들이 어떤 더 큰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없다. 바쁘지만 방향이 없다."_329p


'성장'이 인생의 등불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등불이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성장을 돕는 것이 나의 삶의 의미이자 목표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고요. 

1회성에 그치는 돈을 많이 버는 성인 교육보다 부자 독서로 변모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즐거워하고, 아이들의 독서를 돕는 것에 마음이 더 쓰이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인가 봅니다. 


다행입니다. 나는 끊임없이 '나를 탐구하는 사람'이고, 책을 통해 '세상을 탐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요.

핵심 줄기가 보였으니 이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그 길을 탐구해야겠습니다. 


짧지 않은 리뷰이지만 이 책에서 느끼고 고민했던 것들을 다 담기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38가지 질문들은 AI 시대가 아니더라도 인생의 중반에서 꼭 한 번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핵심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살펴볼 때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오래 남네요. 두려움을 직시하고 삶이 의미 있도록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싶습니다. 그 과정이 느릴지라도 저의 속도에 맞춰 사유하고 실패도 해가면서요. 


좋은 책은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한 번씩 이 책은 다시 열어볼 것 같습니다. 

인생을 돌아보기에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책,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가를 추천드립니다. 


#무엇이우리를인간으로살게하는가 #위커리어출판사 #김종구작가 #인문학책추천 #신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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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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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라는 공간 안에서 나는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지만, 사유를 통해 그 우주를 이해한다.


55p


인생 책으로 꼽는 책 중 단연 손꼽는 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평소 과학서 읽기를 즐겨 하는데 이번 <코스모스를 넘어서>는 최근 읽은 과학 책 중에서도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특히 과학을 좋아하는 중, 고등학생들에게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믿고 읽을 수 있는 출판사들 중 흐름 출판사 책을 꼽는데 이번 책도 어떻게 이 작가 책을 출간하셨는지 편집자님의 타고난 눈썰미에  박수를 보낸다. 

놀라운 게 이 책이 저자인 세라 알람 말릭의 첫 책이라는 것이다. 입자 물리학자로 암흑물질 전문가라고 하는데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될 자질이 충분한 것 같다. 아름답고 어렵지 않게 쓰인 글이어서 감탄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이 책의 부제로도 쓴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라는 글에서 알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천체 물리학에서 봤던 내용도 있지만 암흑 물질, 양성자, 양자, 유기물의 특징 등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또 좋았던 점이 우주 천체와 관련한 인사이트 넘치는 문장들이 중간중간 들어있어 다시 한번 사색을 할 수 있는 점이다.

"우리가 별을 바라보는 이유는 그곳에 우리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던 칼 세이건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며 꿈을 꾸고,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이제는 별을 바라보기만 하는 시대가 아니고 별로 나아가는 시대다. 정말 그곳에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류의 다음 챕터가 너무 궁금해진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의 선입견이나 직관을 깨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지구 중심설, 뉴턴의 이론을 넘어 양자역학으로 넘어왔다. 양자역학은 자연이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무작위적이라고 말한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결국 모든 것은 확률이며 측정으로 특정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독립된 관찰자라는 개념도 무너진다. 또 양자의 얽힘 현상으로 이제 우리는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것들이 얽혀있다는 것도 이해해가고 있다. 

이를 하이젠베르크는 <자연에 대한 물리학자의 관점>에서 "우리가 말하는 자연의 모습은 자연과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모습이며, 이제 과학은 객관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자연을 마주하지 않으며,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 속에서 스스로를 하나의 행위자로 바라본다."라고 서술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우주의 일부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세계의 진실에는 도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언제까지 양자역학이 자연을 이해하는 해석의 툴로 남아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양자의 세계에 발을 조금 디디려는 현시점,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양전자(반물질)의 존재가 1930년 대 밝혀지고, 쿼크, 뮤온은 1960년 대에 이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양성자를 깨면 업, 다운, 참, 스트레인지, 톱, 바텀의 6가지 쿼크가 나오고 쉼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 가상 입자와 반입자들의 바다도 보인다. 이 복잡한 역할을 조율하는 것이 글루온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미시 세계인가? 

우리는 인간 중심적 사고로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차원의 아름다움만이 존재하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우리가 아직 밝히지 못한 우주의 신비와 아름다움뿐 아니라 우주의 작은 구성요소 하나하나 그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1960년 대 발견된 또 다른 위대한 발견은 '힉스 장'이다. 

힉스장은 우주의 모든 공간에 스며든 장(field)이며 이 장이 입자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질량을 가지게 되었다고 예상한다. 즉 힉스 장이 없었다면 우리 세계의 구성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약 25% 이상은 정체불명의 암흑물질과 70%는 중력에 맞서는 힘인 '암흑 에너지'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아직 우주의 95%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것이다.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해변가의 모래알 정도의 지식이 아닐까?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 동안 밝혀질 과학적 진실이 어느 정도 일지 모르지만 우주의 신비를 밝혀가는 과정을 기대하게 된다. 


슈뢰딩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생명은 닫힌 계의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한다"라는 점에 대해 논했다 한다. 즉 생명체는 끊임없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질서'를 끌어오는 대신 그 대가로 열이나 노폐물처럼 질서도가 낮은 부산물을 주변 환경으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유기체= 무질서 생성 기계라는 논리다. 


우리 같은 생명체가 우주에서 없기란 확률적으로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외계 종족을 만나지 못한 것은 왜일까? 

책에서는 '거대 여과기' 가설로 설명하는데 어떤 임계점, 결정적 장벽을 넘어야 우주 전역으로 문명을 확장할 수 있는데 이 장벽을 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실험들로 인해 조건만 맞는다면 생명체가 우주에서 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지만 대부분 신생 문명은 이 장벽에 가로막혀 사라진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인 것이다. 


고대의 우주에서부터 최신 이론들, 그리고 새로운 생명체를 찾아 나선 인류의 여정들까지 스토리텔링으로 조곤조곤하게 설명하고 있어 머릿속에 정리가 차곡차곡 잘 되었다. 

'코스모스 이후 세대의 우주 교양서'라는 추천사가 붙을만하다. 

코스모스를 읽히고 싶은데 너무 부담돼서 아이들에게 읽히기 어렵다면 생기부 독서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생물 전반에 걸친 지적 욕구를 다양하게 채워줄 수 있는 책이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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