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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소네트집
다이앤 수스 지음, 황유원 옮김 / 김영사 / 2026년 3월
평점 :
한 손엔 더러움을, 다른 손엔 꿈을... 이게 바로 삶 아닐까요?
"삶을 지독하리만큼 솔직하게 그려낸 128편의 소네트" 인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은 퓰리처상 시 부문을 수상한 미국 시인 다이앤 수스의 작품입니다.
다이앤 수스의 약력이 상당히 화려합니다.
퓰리처상과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을 동시 수상하고 미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하는데요.
시에서 드러나듯 그녀의 인생은 이러한 화려함과는 사뭇 달랐던 것 같습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그녀의 시는 퓰리처상 심사평에서 말하듯 "노동 계급 삶의 아름다움과 고단함을 포함해 현대 미국의 무질서한 모순들에 맞서기 위해 소네트 형식을 독창적으로 확장한 거장다운 시집"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소네트란 무엇일까요?
"소네트는 전통적으로 14행으로 구성된 구조의 고정된 시적 형식"으로 이탈리아어로 '작은 노래'를 뜻하는 만큼 정해진 운율 체계를 따르는 아름다운 문학 형식입니다.
다이앤 수스의 소네트는 이러한 고정되고 우아한 시적 형식을 차용하면서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뱉어내고 있습니다.
사랑이 아닌 빈곤을, 연인이 아닌 어머니를 향한 사랑, 그리고 중독과 젠더 문제, 예술과 상실 등의 내용을 토대로 소네트를 만들었습니다. 즉 귀족들의 형식에 노동 계급의 삶을 담아낸 시적 반어법을 띄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131 페이지의 소네트에서 이야기하듯 수스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말이었습니다.
가난했기에 수스가 무언가를 원하면 어머니는 늘 꿈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이라고 읊으셨다고 하네요.
수스뿐만이 아닐 겁니다. 우리 모두는 이룰 수 없는 또는 이루기 너무나 어려운 꿈 한 조각식은 품고 살 테니까요.
얼마 전 읽었던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게 하는가>에서 두려움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보인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결핍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핍은 곧 욕망으로 발현되고 그 욕망이 우리를 지탱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합니다.
수스에게는 가난과 결핍이 그런 역할이지 않았을까요?
"달콤함의 문제는 죽음에 있다. 모든 것의 문제는 죽음에 있다. 모든 것을 인수분해 해보면 그것 말고 다른 문제는 없는데, 분수를 공부할 때 나는 인수분해에 영 소질이 없었다."
인간은 언젠가 죽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쁨과 사랑에도 늘 끝은 있지요. 이렇게 명확한 사실이지만 수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삶에 적용할 능력이 본인에게 없다고 고백합니다.
"이 해변을 한쪽 발로 누르면 소금물 대신 피가 흘러나올 것이다.
만일 거기 시가 있다면, 병든 파도를 타고 오게 하라.
내가 산통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던 아이를 밀어내는 힘처럼 힘차게.
내 몸을 갈라라, 갈라!
그들은 내 몸을 위아래로 갈랐고 거기서 작은 마약 중독자가 나왔다.
당신은 이곳의 집들이 난파선 잔해로 지어졌다는 것을 아는가?"
아름다움과 폭력, 즉 피가 함께 있습니다. 수스의 삶은 이미 가난과 중독이라는 비극 위에 세워졌고 그 비참함은 대를 이어갑니다.
"내가 사랑하게 된 쓸쓸한 외로움에서 탑승하거나 그 외로움으로 하차하는 텅 빈 눈의 어느 얼간이, 내가 사랑하게 된 것은 외로운 자들이 아니라 외로움 그 자체였다."
"아름다움을 무기력화하며, 마침내 나는 돌아서서 나 자신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여장 남자나 거식증 환자처럼, 나는 용인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두려운 존재, 헐크, 거인, 괴물이 되고 싶었다. 위대한 인생 계획은 아닐지 몰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다."
퓰리처상까지 받은 시인이지만 오랫동안 주변인으로 숨죽여 살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여성성을 내려놓고 거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죠.
"누군가를 보고 원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것, 우아하게, 욕망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아름다운 고통, 원함이 곧 소유함은 아니라는, 소유함도 늘 소유함은 아니라는 것, 우리는 몸의 여러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거기에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 머무름이란 없다. 여자로서 우아하게 욕망하기란 내게 불가능했다."
결국 욕망에 도달한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소유를 의미할까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한 것은 없지요. 거인이 되고 싶은 것 마냥 결국 우아함이란 수스에게 사치일 뿐입니다.
시는 사실 저에게 너무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읽어간 수스의 시는 처절한 현실을 응시하면서도 소망을 노래하는 시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삶이 녹록지 않아 멈추고 싶은 분들께,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려요.
오늘 레 미제라블 독서모임을 하면서도 이야기하였지만 결국 문학이란 영역, 특히 시는 가장 응축된 사회의 진실을 보여주는 매개체죠.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 앞장서는 깃발이 되는 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김영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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