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문득 당신이 와 있는 것 같아서 - 드라마작가의 가장 사적인 기록
송정림 지음 / 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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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간직하고 싶은 시간엔 아주 평범한 시간이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행복하다는 느낌조차 없는 시간이다.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


저는 평소에 유튜브, 드라마 등 미디어 청취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매번 미루고 미루고 그때마다 시간을 아껴 선택하는 건 책과 공연입니다. 이런 저에게 드라마 작가라는 분야는 낯선 이국과도 같은데, 이번 책을 통해 잠깐이라도 비밀 구멍을 통해 이 직업에 대해서 들여다본 느낌입니다. 


"어쩌면 시청률은 작가의 운명을 하루 단위로 측정하는 온도계, 감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상위성일지도 모른다."_16p


작가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작가는 숫자에 따라 감정이 연동되는 AI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스트레스 레벨이 높다는 말이겠지요.


"작가는 매일 숫자에 울고 오는 전략가이자 누군가의 심장을 두드리고 싶은 낭만주의자다."_21p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은 한 사람의 마음을 잡자고, 초심을 유지하려 한답니다. 힘들었던 순간 포기의 순간에서, 드라마의 한 문장이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고 작가님께 고백했던 그 단 한 명의 시청자 덕에 오늘날이 있다고 하시네요. 


이런 글은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요?

결국 독서가 답인 것 같습니다. 큰오빠의 다락방에 수많은 책들이 있었다고 해요. 그 책들로 떠났던 여행들이 결국 지금의 작가님을 만들어낸 거죠.


송정림 작가님의 언니도 소설가이자 라디오 작가시더라고요. 함께 일기를 주고받으며 문학을 꿈꿨던 두 소녀가 나란히 작가가 되어 있는 모습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여행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투구를 하려고 하니 기획서가 상당히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감성과 전략의 줄타기라는 말에 멈췄습니다.

"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싶다면 기획안에서부터 읽는 이의 심장이 좀 뛰어줘야 한다."_43p


가슴을 뛰게 하는 기획서라니 이러면 당연히 출간이 OK겠죠? 투고가 두려워. 생초보긴 하지만 초고를 완성해 두고 아직 메일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데, 작가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내 안의 목소리가 타인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말의 온도를 조절하고 숨을 불어넣어야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텅 빈 마음을 견디는 일이었다. 한 줄도 나오지 않는 하얀 종이 앞에서 낯선 세계가 내게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나는 스크린 앞에서 한때 무심히 흘려보냈던 장면들을 다시 줍는다. 오래전 어딘가에서 숨 쉬던 이야기들이 스크린을 거쳐 나를 지나 다시 내 안으로 돌아온다."_90p


"그러고 보면 사람도, 풍경도  '만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_222p


소설이든 에세이든 다 비슷할 것 같습니다. 저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쓸 때면 그 시간 그 시점으로 저를 보내곤 하는데요. 그러면 시공간은 바뀌어 눈앞에 풍경이 생생히 펼쳐지고, 시간과 바람이 그 순간에서 부는 것 같습니다. 그때 보았던 그 풍경 속으로 잠시간 들어가는 거지요. 

그렇게 또 다른 세계가 나에게 스며들어야 그 순간을 그려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산다는 건 결국 뛰어드는 일이다. 완벽한 항로를 그리지 못해도 내 안에 작은 배를 망설임 없이 추락시키는 것 나의 깊은 곳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단 하나의 진심을 따라 돛을 올리는 것 두려움보다 반발짝 빠른 설렘을 믿고 멈춰있는 평온보다는 두렵더라도 앞으로 가는 쪽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삶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순도 높은 고백이 아닐까.

삶이란 젖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일이 아니라 젖은 채로도 끝내 건너가는 법을 익혀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_112p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던지고 가슴 뛰는 작가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는 저자, 일일 드라마 작가라는 피 말리는 마감에 시달리면서도 글을 놓지 않고 치열하게 사랑하는 작가님을 보며 세상에는 참 멋있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글을 써도 되는 걸까... 고민이 드는 순간 책에서 위로를 받네요.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당신만의 장면이 생길 겁니다."_165p

느리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 보겠습니다.


그 외에도 글은 아름답고 쉽게 써야 한다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문장의 아름다움은 나의 것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작가로서 그건 의무이자 책임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제게도 이 문장을 남기며 바라며 리뷰를 끝냅니다.


"단어를 쌓되 조급하지 않게, 문장을 다듬되 성급하지 않게 빨라진 세상 속에서도 마음만은 여전히 천천히 따라가기를. 그 걸음이 뜻을 잃지 않기를 바라면서."_1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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