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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력 -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힘
고요엘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4년 7월
평점 :

요즘 관심 있는 것 중 하나가 나이 들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다.
경제적 자유, 은퇴 이후 몸으로 하는 일, 여행과 취미, 시간을 보내는 방법, 노년의 수입과 지출. 뭐 이런 연관 있으면서도 중구난방인 것들이 마구 섞여있는 상태가 요즘 내 모습인데 (아직 40대인데 벌써부터 이러니 쯧쯧) 자연스럽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궁금하다.
제목이 [독학력]이라고 해서 "그래 나이 들어서 어디 학원가서 뭘 배우기도 어렵고 책이나 유튜브 같은 거 보면서 혼자 공부하는 게 필요하겠지, 그러려면 독학력이라는게 뭔지 알아야 할 거야"라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어쩌면 올해 상반기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은 책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좋은 책이 있다니. 설레발을 미리 치자면 책도 독자와 궁합이라는 게 있어서 내가 읽기 좋은 책이 꼭 남들에게도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유를 콕 짚어 말아자면, 몰랐던 걸 알게 해주는 것도 많고, 평소 쉽게 넘어갔던 것들을 다시 곰곰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많고, 기존에 알고는 있었지만 서로 연결하지 못했던 것을 연결해주는 (이게 통찰인가?) 깨달음도 많다.
솔직히 억지로 이유를 갖다 붙이기는 했지만 그냥 읽으면서 살짝 머리 띵할 정도로 재미있게 집중했다. 이런 느낌은 학창 시절 배고픈 것도 잊고 만화책에 몰입할 때나 나오는 건데. 하여간. 나는 좋았다고.
저자에 대해 알지 못한다. 에이엠스토리? 출판사도 처음 들어본다. 싱가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저자가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독학으로 배워서.
그러고 보면 한국 사회는 고3 때의 실력으로 따낸 학부의 학벌이 평생을 좌우한다. 실제로 사회에 나와서 먹고사는 건 대학 졸업 이후 배운 것들이 태반인데. 오히려 대학에서 배우는 학력이라는 게 실전에 그다지 쓸모가 없는, 더구나 변화에 가장 뒤처지는 한국 대학에서의 학위를 평생 모시고 살고 있는 형국이라니.
생각보다 책의 내용은 방대하다. 단순히 독학력만을 다룰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인생의 전반적인 방향, 그러니까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머리라는 걸 쓰면서 사는데 그 머리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어쩌면 삶의 철학과 가치관 부분에 해당하는 걸 구체적인 공부법이라는 이해하기 쉬운 방법론으로 설명하는 책이다.
공부법 하면 또 한국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면서도 지긋지긋한 거 아닌가. 나름 치열하게 학창 시절을 보냈고 입시에서 별의별 공부를 다 해본, 전국민이 공부법의 전문가.... 아니 희생자인가? 하여간 공부라는 화두는 정말 우리 인생에서 뗄 수 없는 거 아닌가 싶은데 그걸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라니. 공부법이라면 못 참지.
결론이라면서 너무 길어졌다. 다시 본론으로.
그러니까 이 책은 평생 공부에 대한 뼈 때리는 조언을 가득가득한다. 한 챕터를 딱 떼 놓고 봐도 하나의 소중한 칼럼이 되는데 그걸 공부라는 주제로 관통한다. 그냥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다 정보 얻음. 깨달음. 새롭게 알게 됨. 몰랐던 걸 깨우침. 재미있음. 독서라는 것의 재미는 이런 거구나 등을 얻게 된다. 난 그랬다.
책 내용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책에서 그러더라. 우리는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고 있다고. 사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본 문장이긴 한데 하필 이 책에서 나온 예시와 인용, 그리고 그 뒤에 나오는 이 문장에 뼈 맞는 느낌이 드는 건 뭘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읽고 넘어가기엔 너무 아쉬운 내용이 많다. 이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곁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아 이거 그 [독학력]이라는 책에서 읽은 건데"라면서 찾아볼 수 있으니까.
책에서 가장 큰 얻음은 공부를 한다는 것의 의미다. 서두에서 현재 내가 가장 치열하게 하고 있는 고민, 나이 들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해답이 공부(좁은 의미로 보자면 독서)가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수많은 부자들이 경제적 자유를 얻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이 생계에 연연하지 않고 원하는 걸 마음껏 "배울 수 있다"라고 한다.
그래 바로 이거다. "마음껏 배울 수 있다." 이게 삶의 의미이지 목적이자 방향이다. 그런데 잘 배우려면? 여기서 필요한 게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독학력"이다.
책은 독학력의 정의, 독학력이 필요한 이유, 독학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런데 이런 걸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공부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런걸 독학력이라고 하는구나"라고 깨달아진다.
좋은 문장이라는 거, 좋은 책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재미있다. 쉽게 읽힌다. 읽고 나면 읽기 전과 뭔가 조금 달라진 거 같다. 아니 달리지고 싶어진다. 읽기 전에 비해 행동이라는 걸 하고 싶어진다. 어떤 행동? 그건 읽어보면 안다.
서평이라는 게 주관적이라고는 하지만 좀 지나친가 싶다가도 내가 읽고 내가 느낀 점을 쓰는 건데 싶다.
책 좋았다고. 그것도 무척!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