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일 때 교회에서 주일학교 담임 교사를 맡은 적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처음에는 엄청 낯가리고 조심스러워하던 애들이 어느 정도 얼굴 익히고 나자 교회 안에서 애들이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선생님 머리가 아파요, 엄마 예배 언제 끝나요, 어제 동생이 내 간식을 빼앗아 먹었어요, 성경책 읽어줘요, 놀이터 가서 놀아요 등등"
한창 밤늦게까지 놀고 주일 아침에 늦잠 잘 나이었던 20살의 어린 교사였던 내가 새벽 6시 예배에 참석해야만 했던 이유가 바로 이 꼬마 제자들이 교회에서 선생님 언제 오냐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내 인생에서 초등학생들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는데 결혼하고 애를 낳고 키우다 보니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 딸 쌍둥이의 아빠가 되었다.
창비 미디어 그림책 서포터 그림책 [와글와글 들썩들썩 보건실의 하루]를 읽고 상상이 되었다. 초등학교 교실(이 책은 보건실)에서 하루에 벌어질 일이 얼마나 '와글와글' 할지.
더구나 보건실이라니. 초등학생 여자아이 둘을 3년째 키우다 보니(이제 3학년이니가) 애들은 리액션, 함박웃음, 과장과 오버, 서로에 대한 질투와 배려, 빼앗음과 나눠줌 등 온갖 사람의 심리와 행동이 원색 그대로 어우러진 집합체라는 걸 깨달았다.
겨우 2명 키우는데도 이리 힘든데 하루 종일 보건실에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애들을 상대하는 보건 선생님의 노고는 말하나 마나.
표지부터 인상적이었는데 흔들리는 이! 사실 멀쩡한 이빨이 흔들리고 빠진다는 게 워낙 당연해서 그렇지 생각해 보면 이거 정말 공포스러운 경험이다. 애들은 조금만 다치거나 긁히거나 넘어져도 세상 무너지는 것처럼 호들갑이다. 미세 플라스틱이 문자라는 부모의 대화를 엿들은 다음부터 플라스틱 컵에 있는 물은 먹지도 않는다. (평소에 간식 먹을 때 손이나 좀 잘 씻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