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다산 1~2 세트 - 전2권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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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페이지가 넘는 책 두 권을 읽는데 주말까지 5일 걸렸다.


이미 유명하고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착각하는 탓에 보통 이런 역사 소설은 지루할 수 있다는 편견이 있었다. [다산]은 보기 좋게 그 선입견을 날려버린 책이다. 5일 동안 정말 좋아하는 만화책 읽듯 몰입했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돌아와 노후를 보낸 여유당을 최근에 방문했었다. 마을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다산이 어떤 마음으로 여유당에서 앞 뒷산을 바라보면서 글을 지었는지 설명을 들었지만 한 귀로 흘렸었다. 2권을 다 읽고 나서 프로그램 해설사님이 설명이 생각났다. 왜 안채에서 마당을 배경으로 먼 산을 바라보라고 했는지 이제 알겠다.


인물을 다루고 있지만 생애를 나열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주요 사건 위주로 짧게 끊어 이야기하고 있어 읽는데 편안했다. 뒤에 작가의 말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호흡이 짧아진 요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고 한다. 그래서 읽기 쉽고 재미있었나 보다.


2008년에 나온 소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한 번 쓴 소설을 시대에 맞게 고쳐 쓴 탓에 더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파친코]나 [작은 땅의 야수들]처럼 서사 위주의 단문은 아니다. 오히려 읽기 전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문장과 내용이었다.

그런데 왜 새롭다고 느꼈을까? 아니 정확히는 현대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분명 옛것을 옛 문장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현대 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마냥 재미있기만 했다.


김훈의 [허송세월]에서 정약용과 정약전의 유배 생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알게 된 학자가 아닌, 고문으로 나약하고 솔직해진 인간적인 모습의 정약용에 대해 처음 접했는데 [다산]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한다.


다산은 천주학을 처음에는 학문으로 받아들였다. 유학과 불교의 가르침, 주역의 핵심 사상을 모두 천명으로 이해하려 했다. 다산은 천주학 신자 이전에 책을 읽는 사람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나약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모습은 독서와 작문을 선비의 최우선으로 삼아 후대에 기록하여 남기고 싶어 했던 스스로의 사명을 굳건하게 지키고자 했던 작가로서의 진심이었다.


18년 유배 생활 동안 오백 여권의 책을 지었다고 한다. 하도 글을 많이 써서 노년에는 손가락에 마비가 왔고, 붓을 손에 묶어가며 책을 썼다. 이토록 목숨 다해 책을 쓰는 이유를 다산은 선비의 사업이라 말한다.

하늘의 뜻을 받아 태어난 선비는 세상의 어짊을 실천하기 위해 글로 기록하여 후대에 남기고자 하였다.


따로 기록하여 기억하고 싶은 정보도 많았고 다산의 말을 빌려 깨닫고 싶은 삶의 진리도 많았다. 옮겨 적는다고 기억할지, 이해할지는 자신 없지만 적어 놓으면 나중에라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간략하게 정리한다.


* 1권

잔치를 묘사하는 장면에 어렵지 않게 개고기가 등장한다. 선조들은 개를 먹기 위해 키웠나 보다.

달이 차면 기운다. 누구에게서 사랑을 받는 만큼 누구에게서는 미움을 받는다. [주역]에 있다.

의를 행한다는 당대 금수저의 모임에도 술과 음악, 기생이 항상 함께 한다. 개와 돼지를 같이 잡는다.


천주학의 큰 스승이었던 이벽은 생부의 시험에 스스로 청산가리를 탄 물을 마시고 죽었다

.

다산의 상소문을 본 정조는 "진실로 착함의 싹이 온화하여 마치 봄기운이 만물을 싹트게 하는 것과 같이 종이에 가득 펼쳐져 있으니 끝없이 감격스럽구나"라는 평을 했다. 시와 같다.


사람이 부드러운 음률을 듣게 되면 어짊을 실천하게 된다. 선비의 도에 항상 음악과 여인이 함께하는 까닭이다.


정조는 다산을 시험하여 경연 전날에 [학이]편만 준비하면 된다 말하고는 정작 경연에서는 [선진] 편을 강의하라고 했다.

형과 아우에 대한 열등감으로 도교에 빠졌던 정약종은 이벽과의 토론 이후 천주학에 지나치게 심취하여 결국 가문을 멸문으로 이르게 하고 말았다. 가문의 덕을 받아 공부했으나 스스로 가문을 버리고 택한 선택은 스스로는 물론 가문까지 화를 입혔다. 그는 선교함을 떳떳해 했으나 남겨진 가족에게 행해진 고초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음을 외면했다.


정약종이 순교한 이벽의 그림자로 살아감 또한 열등감의 모습이었다. 다산은 이를 지적했으나 정약종은 인정하지 않았다.


매형 이승훈과 다산은 재판장 앞에서 서로를 탓하며 자신의 무고를 주장했다.


다산은 머릿속에 책이 5천 권 이상 들어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뚫어 보고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 2권

다산이 정리하는 중국 속담 중에 이런 속담도 있다. "아름다운 여자가 집에 들어오면, 못난 여자의 원수가 된다" [사기]에 있다.


먹어야 할 밥은 기어이 먹고, 읽어야 할 책은 기어이 읽는다.


정약용을 강진으로 유배한 이유는 노론 우의정 서용보에게 홍희운이 강진 현감이 자기 사람일 강진에서 정약용을 죽일 수 있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다산은 이미 이때 대륙이 아닌 바다를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상을 장악하는 강한 나라를 꿈꾸었던 정조의 영향이다.


거문고는 죽어간 누에고치 2만여 마리의 고통을 비틀어 품고 있다. 아픈 삶을 비틀어 꼬아 만들면 소리가 나고 소리는 빛이 되어 날아간다. 거문고의 농현(눌러서 한 두음 높낮은 음을 내닌 기법)은 자신의 위아래를 넘나들며 화합하며 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책을 잘못 읽으면 남의 이론을 자기 이론인 양 착각한다. 혜장이 그렇다. 무슨 책을 읽든지 비판적으로 읽고 자기만의 특이한 주장을 펼 줄 알아야 한다.


혜장은 말한다. "새들은 하늘을 날지만 하늘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거래함으로 통섭한다. 오직 탐욕스러운 벼슬아치들만이 거래하지 않고 수탈하고 착취한다.


선비의 글쓰기를 말한다. 선비는 시시콜콜 기록하여 남겨야 한다. 마음 가는 대로 수필도 쓰고, 세상 경영에 대한 주장도 쓰고, 사귄 사람의 바른 행실도 써야 한다.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글자로 잡아두어 다음 생각을 풀리게 한다. 생각은 샘물과 같아서 자꾸 품어야 새로운 물이 솟아 나온다. 붓을 놀리면 생각이 풀린다.


천하의 큰 기준이 둘 있다. 진리와 이득이다. 최상은 진리를 지키며 이득을 본다. 차상은 진리를 지키지만 이득을 잃는다. 하급은 진리를 버리고 이득을 얻는다. 최하는 진리를 버리려다 이득도 잃는다.


사람은 무언가를 가두려는 본성이 있다. 자연의 짐승을 가두어 기르고 외간 여자를 가두어 아내 삼는다. 적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성 안에 동족을 가두고 어떤 사상과 이념 속에서 자기를 가둔다. 다산도 다산 초당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았다.


선비의 소명은 세상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는 사업(글쓰기)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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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부동산이 뭐예요? - 부루마블보다 재밌는 하루 15분 부동산 수업
조훈희 지음 / 프롬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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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요즘처럼 책이 많이 나오는 시기에는 확실한 저자만의 컨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의 정석을 보여주는 책이다.


재테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항상 말한다. 우리는 부모에게 경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우리 자식들에게는 꼭 올바른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올바른 경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그런데 어려서 이런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제대로 모른다. 일단 부모부터 경제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신문, 뉴스, 유튜브와 책을 보고 나름대로 경제와 재테크 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이런 지식을 효과적으로 자녀에게 교육하는 방법은 또 다른 문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하는 것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끌만한 주제가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어른들도 제대로 된 경제 구조를 모른다. 화폐의 기능과 역할도 모른다. 부동산? 아직도 성인 국민 대다수는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는 것을 "불로소득"이라 말한다.


자녀가 평생 노동자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두렵다면, 부모 세대는 제대로 경제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자녀만큼은 어려서부터 올바른 경제관념을 가졌으면 좋겠다면, 이를 위한 쉽고도 재미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된다.


일단 저자가 실제 초등학생 아들 3명에게 직접 교육하는 대화 방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어 쉽고 재미있다. 솔직히 책에 나오는 아빠의 대사를 그대로 외워서 아이 앞에서 읊어줘도 좋을 정도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마트에 가서 장난감을 고를 때, 대형 쇼핑몰에서 점심을 먹을 때, 아이들과 함께 부루마블 게임을 할 때 아빠가 자연스럽게 시장 구조와 화폐, 수요와 공급을 아이가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자세히 풀어서 설명하는 거다.


이 책이 좋은 첨은 하나 더 있다.


초등학생 자녀에게 설명을 해주려다 보니 어려운 내용도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예시와 용어가 쉬울 뿐 그 설명의 수준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성인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습하기도 좋다.


사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모가 많다. 돈은 분명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다거나 돈이 지상 최고의 목표라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살고 있고 자녀가 살아가야 할 사회가 자본주의기 때문에 살아갈 바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거다.


책에서 배운 경제 개념 중 인상적인 것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녀에게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길러 주자. 시장을 보는 눈.

2. 목적 봉투는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아이들의 선택과 집중을 가르쳐 준다.

3.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아이 통장에서 나가도록 하자. 소득과 지출을 교육할 수 있다.

4. 용돈은 주급으로, 매주 소비를 점검하고 토론하기.

5. 아이가 배워야 할 세상은 스마트폰 밖에 있다.

6. 공부나 과제 같은 아이가 해야 할 당연한 일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기. 집안일 같은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주기

7. 부가가치에 대하여. 원가에 이윤을 남기고 팔기 위한 노력이 부가가치다.

8. 시식 코너의 교훈 :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이 적다면 남에게 선택을 맡기게 된다.

9. 100만 원짜리 휴대폰에 배달비 0원과 0원짜리 휴대폰에 배달비 100만 원. 가격과 가치의 개념

10. 공간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해 보기

11. 가치를 정하는 기준은 주관적이다.

12. 명륜진사갈비는 고기 구입 원가가 저렴하다. 규모의 경제 교육

13. 공부는 보상의 대상이 아니다.

14.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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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특별한 놀이공원
양선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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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실화였구나. 그림책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어리 시절 앨범을 보다 발견한 사진에서 외조부께서 놀이공원을 만드셨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사진이 계기가 되어 이 그림책을 썼다고 했는데 인터넷 검색해 보니 정말 있는 공원이었다.



아이들은 보자마자 놀이공원을 가자고 졸랐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공원이 실제로 있는 공원이라고 했더니 이런 건 실제로 가서 봐야 한다면서. 그림책 속에 나온 것처럼 지금도 동물들이 여전히 많이 찾아올 거라고 하면서. ​


그림책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 두 가지가 담겨있다.

하나는 고장 나거나 주인을 잃은 물건들을 모아서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여 조금씩 완성한 놀이공원이다. 둥이들은 매주 분리수거 날이면 아빠를 도와준다고 따라 나와서는 수거함에 있는 종이 박스와 플라스틱 통, 철사 등을 들고 온다.

집에 있는 고양이에게 놀이공원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매주 하나의 작품을 만들면서 전 주의 작품을 해체해서 분리수거하는 일은 당연히 내 몫 ㅋㅋ

이 책을 보더니 애들이 이거 보라고. 이 할아버지도 동물을 위해서 놀이공원을 만들지 않냐면서 자기들이 만드는 고양이 집이 바로 이것과 같은 거라고 신났다.

'니들이 만든 건 고철의 숲...... 그래도 1주일 후에 버리게 허락해 줘서 고마워 ^^'

다른 하나는 이 놀이공원이 바로 숲속의 동물을 위한 공간이라는 거다. 아이들은 다시 말한다. 이거 보라고. 우리들도 이 할아버지처럼 동물 (집에 있는 고양이)를 위한 집을 만드는 거라고. 진짜 이 그림책 아빠가 잘 가져왔다면서 신났다.

그렇지 않아도 야생 동물들에게 휴식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이었는데 이 책 보더니 자기들이 더 열심히 집을 만들어서 집 앞 놀이터에 설치해야겠다고 난리다. 아빠 관리사무소에 불려 간다. 애들아!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은 인근에 생긴 대기업 놀이공원 때문에 더 이상 마을 아이들과 숲속 동물들이 찾아오지 않는 곳이 되고 말았다.

이 부분에서 아이들이 슬퍼했다. 새로운 놀이공원은 놀기에는 더 좋을지 몰라도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단지 돈을 벌려고 만든 거라면서, 오히려 환경을 망치고 주변 야생 동물들의 사는 공간을 파괴하는 거라면서.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건지



모두가 할아버지 곁을 떠나도 강아지 한 마리는 끝까지 남았다. 평소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했던 첫째가 이거 보라고 했다.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둘째는 이 그림책에 고양이가 나왔으면 고양이도 남았을 거라며 반박했다. 포인트는 이게 아닌데

농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초등학교 앞 1천 여평의 부지에 재활용품을 이용해 어린이 놀이공원을 만들었던 김갑희 할아버지. 그 외조부의 이야기를 그림작가가 되어 한 권의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완성한 외손녀 양선 작가.

난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겨줄 수 있을지 여러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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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로 떠난 중남미 여행 - 나 홀로 1년, 도복만 들고 떠나다
페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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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여행기 책도 좋아한다. 대리 만족이라는 게 있잖아. 게다가 중남미라니


아주 많은 여행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이 책은 정말 특이하다. 보통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 홀로 떠나는 그림 여행 등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여행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주짓수 여행이라니. 게다가 저자는 운동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단지 취미로 주짓수를 하는 사람이 중남미를 그것도 도복 하나 딸랑 들고 (그만큼 짐을 가볍게) 도장 깨기(정확히는 세계 도장에서 운동 배우기) 여행을 하는 이야기라니


이거야말로 내가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할 신선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중남미 여행 자체가 인생의 버킷 리스트라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무려 1년 동안 중남미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화를 평소 블로그에 기록했고 그 기록을 묶어서 이 책을 출판했다.


여행의 묘미는 돌발 상황인듯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패키지 혹은 자유여행이라고 해도 빈틈없이 계획하고 여행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모든 상황을 100% 통제할 수도 없다.


게다가 여행지에서 겪은 예상치 못한 상황들은 당시에는 당혹스럽고 힘든 상황이라고 해도 지나고 보면 즐겁고 새로운 추억과 경험이 된다.


수많은 여행 고수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여행의 진수는 현지인과의 문화 교류다. 관광 명소보다 현지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험이 여행을 더욱 가치 있고 생생하게 한다.


이 책에서 매게로 하는 것이 바로 주짓수다. 운동이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몸으로 하는 대화니까. (라고 하지만 나 같은 극소심형은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헬스장에서도 누가 말 걸까봐 두렵다 ㅋㅋ)


사실 저자는 일반 직장인이고 운동은 취미로 한다고 하는데 본문에 있는 사진을 보니까 몸이 일반인이 아니다. 일반인이 복근에 대흉근이라니. 여행 중이 주짓수 대회에 나가서 금메달도 땄다. 그 과정에서 많이 다치기도 했지만 운동에 진심인 걸 보니 몸과 마음이 프로인 듯싶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숙소를 잡는 기준이 근처에 주짓수 도장이 있는 지라니. 정말 대단하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을 위해 홀로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저자의 실행력이 부럽기만 하다.


책이 사이즈가 아담하고 본문에 실려있는 사진이 크기가 좀 작아서 여행지의 풍경이 작게 보이는 게 아쉬웠다. 중남미 사진은 인터넷에 많이 있지만 중남미 국가의 주짓수 도장에서 운동하는 한국인의 사진은 흔치 않으니까 ^^


그렇다고 온통 주짓수 운동과 대련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남자 혼자 여행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어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내 반드시 은퇴 전에 남미 여행을 가고 말겠어. 주짓수는 무리고 취미를 살려 하루 6끼 먹는 컨셉으로다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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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불신 - 기부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이보인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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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터넷에서 막연하게 돌아다니던 기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한 방에 해결해 준 책이다. 아니 사실 기부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기부에 대해 풀리지 않은 많은 문제점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근거 없이 떠돌던 소문의 실체를 명확한 데이터와 근거로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부에 대한 책이 한 권쯤은 있어야 했다. 최소한의 오해를 줄이고 기부 문화를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책에서 말하는 기준대로라면 나는 기부 단체를 불신해서 기부하지 않는 잠재적 기부자에 포함된다. 그래서 그나마 가장 투명하다고 알려진 (구체적으로 찾아본 건 아니다. 이마저 인터넷에 근거 없이 떠돌던 글을 참고했다.) 국경 없는 모 단체에 정기 후원 중이고 아내와 둥이도 각각 나름 믿을만하다고 여겨지는 종교 단체 기반의 기부 단체를 통해 기부를 하고 있지만 내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기부에 대한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은 불신으로 가득하다. 구체적으로 내 기부금이 어디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다.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부 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유니세프 한국 위원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내 사업을 기준으로 각 단체에서 공시하는 자료를 근거로 한다. 저자 역시 행복나눔재단에 있지만 기부단체 내부자 입장이 아닌 외부에서 기부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기부금에 대하여 파헤친다.

직관적으로 보자. TV나 유튜브, 각종 매체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기부자들은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소녀 가장 A에게 한 끼 식사와 학용품을 지원하고 싶어 월 2만 원의 정기 후원을 한다. 결론적으로 월 2만 원 중 약 6% 남짓한 돈만 A에게 간다. 그것도 명확하지 않다. 대략적으로 추정할 뿐이다. 나머지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간다.

국내 기부 단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부금을 '국내 사업'이라는 하나의 모금함으로 통합 관리한다는 거다. 기부하는 사람은 개별적인 사연을 보고 기부한 것이지만 기부금은 하나의 통장으로 들어와서 기부 단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업으로 배분된다.

물론 전문가들이 효율적으로 사업배분하는 게 문제는 아니다. 다만, 마치 소녀 가장 A의 통장에 직접 꽂아줄 것처럼 홍보하고는 엉뚱하게 성매매 여성 지원 사업비로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내 기부금이 쓰인다면 기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보 공개의 당위성이다. 기부 단체는 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정보 공개를 하지 않아도 매년 기부금은 성장하고 있고 정보 공개한다고 기부금이 늘어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기부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운영비가 드는데 기부자들은 이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학용품을 지원해 주기 위해 모금을 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학용품을 사러 가야 하고 포장하고 배달해야 한다. 인건비에 물류비에 사업 홍보비까지. 운영비는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기부자의 인식은 좋지 않다.

모금액의 15% 이상을 운영비로 쓸 수 없다는 식의 거짓(15%는 법적으로 사실이다. 다만 기부 단체들이 한 해 모금한 금액 중 이 15% 운영비를 넘길 수 없는 법에 해당하는 모금액은 전체의 5% 미만이다.)을 기부 단체는 애써 정정하려 하지 않는다.

기부는 정부 주도의 사회 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안하는 가장 큰 민간 복지 영역이다. 기부자는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를 한다. 현실적인 운영의 어려움으로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기부 단체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기부자의 자발적 기부로 운영되는 기부금은 최대한 내는 사람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활용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최소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한 노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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