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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불신 - 기부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이보인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터넷에서 막연하게 돌아다니던 기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한 방에 해결해 준 책이다. 아니 사실 기부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여전히 기부에 대해 풀리지 않은 많은 문제점을 남겨두고 있다. 다만, 근거 없이 떠돌던 소문의 실체를 명확한 데이터와 근거로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부에 대한 책이 한 권쯤은 있어야 했다. 최소한의 오해를 줄이고 기부 문화를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책에서 말하는 기준대로라면 나는 기부 단체를 불신해서 기부하지 않는 잠재적 기부자에 포함된다. 그래서 그나마 가장 투명하다고 알려진 (구체적으로 찾아본 건 아니다. 이마저 인터넷에 근거 없이 떠돌던 글을 참고했다.) 국경 없는 모 단체에 정기 후원 중이고 아내와 둥이도 각각 나름 믿을만하다고 여겨지는 종교 단체 기반의 기부 단체를 통해 기부를 하고 있지만 내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제목에 나와있는 것처럼 기부에 대한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은 불신으로 가득하다. 구체적으로 내 기부금이 어디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다.
이 책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부 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유니세프 한국 위원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내 사업을 기준으로 각 단체에서 공시하는 자료를 근거로 한다. 저자 역시 행복나눔재단에 있지만 기부단체 내부자 입장이 아닌 외부에서 기부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기부금에 대하여 파헤친다.
직관적으로 보자. TV나 유튜브, 각종 매체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기부자들은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소녀 가장 A에게 한 끼 식사와 학용품을 지원하고 싶어 월 2만 원의 정기 후원을 한다. 결론적으로 월 2만 원 중 약 6% 남짓한 돈만 A에게 간다. 그것도 명확하지 않다. 대략적으로 추정할 뿐이다. 나머지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간다.
국내 기부 단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부금을 '국내 사업'이라는 하나의 모금함으로 통합 관리한다는 거다. 기부하는 사람은 개별적인 사연을 보고 기부한 것이지만 기부금은 하나의 통장으로 들어와서 기부 단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업으로 배분된다.
물론 전문가들이 효율적으로 사업배분하는 게 문제는 아니다. 다만, 마치 소녀 가장 A의 통장에 직접 꽂아줄 것처럼 홍보하고는 엉뚱하게 성매매 여성 지원 사업비로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내 기부금이 쓰인다면 기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보 공개의 당위성이다. 기부 단체는 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정보 공개를 하지 않아도 매년 기부금은 성장하고 있고 정보 공개한다고 기부금이 늘어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기부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운영비가 드는데 기부자들은 이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학용품을 지원해 주기 위해 모금을 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학용품을 사러 가야 하고 포장하고 배달해야 한다. 인건비에 물류비에 사업 홍보비까지. 운영비는 필수적인데 이에 대한 기부자의 인식은 좋지 않다.
모금액의 15% 이상을 운영비로 쓸 수 없다는 식의 거짓(15%는 법적으로 사실이다. 다만 기부 단체들이 한 해 모금한 금액 중 이 15% 운영비를 넘길 수 없는 법에 해당하는 모금액은 전체의 5% 미만이다.)을 기부 단체는 애써 정정하려 하지 않는다.
기부는 정부 주도의 사회 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안하는 가장 큰 민간 복지 영역이다. 기부자는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를 한다. 현실적인 운영의 어려움으로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기부 단체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기부자의 자발적 기부로 운영되는 기부금은 최대한 내는 사람의 의도와 목적에 맞게 활용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최소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한 노력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