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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 줘유 ㅣ 큰곰자리 5
이승호 지음, 김고은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7월
평점 :
충청남도 예산의 어느 시골 마을, '국민학교'에 입학 후 처음 맞은 여름방학 민재의 독후감 숙제를 위해 책 한 권을 손에 넣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예요.
지금으로부터 한 50년 전 쯤의 구수한 사투리가 더해져 마치 옛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준답니다.
방학 숙제로 독후감을 쓴 뒤 학급문고로 기증해야하지요.
하지만 집에는 동화책 한 권이 없어요. 같은 반 친구 해당이랑 봉구 집에 찾아가 물어보았지만 동화책은 어디에도 없어요.
엄마한테 동화책을 사 달라고 졸라보지만 아빠한테 미루고, 아빠는 바둑만 두고 계십니다.
속이 타 들어가는 민재는 밥은 안 먹고 동화책 타령만 계속합니다. ^^;
동화책 한 권이 집에 없어서 못내 서러워 눈물이 찔끔 나고, 급기야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 버르장머리 없다 혼쭐이 나기까지 합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울음을 터뜨리는 민재의 마음을 요즘 아이들은 알까요?
민재처럼 동화책 한 권이 아쉬웠던 유년시절을 생각하니 민재의 마음이 전 십분 이해가 되던걸요. ㅎㅎ
아버지가 채 선생네 책을 빌리러 가자고 합니다.
날씨는 후끈후끈 덥고 민재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힙니다.
숨이 탁탁 막히는 먼 길을 걸어서 민재는 드디어 '걸리버 여행기'를 손에 넣습니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민재는 동화책을 가슴에 꼭 품고 걸어갑니다.
가는 동안 먹지 못한 시원한 아이스케키와 원두막에서 먹은 달콤한 참외가 얼마나 달달했을까요? ㅎㅎ
민재는 집에 오자마자 책을 펼쳐 봅니다.
여름 방학 내내 읽고 또 읽더니 걸리버가 되어 온갖 상상 놀이를 푹 빠져 책과 함께 즐겁고 뛰어 놉니다.
소도 되고, 돼지도 되고, 닭도 되고, 개구리도 되어 원래 혼자 잘 노는 민재였지만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 줍니다.
방학 내내 책과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 노는 민재를 보니 공부 걱정 학원 걱정 없이 책 속에 허우적대며 즐겁게 노는 민재가 어찌나 부럽던지요.
50권 이상 책을 읽고 독서 기록장을 써야 하고, 문제 풀이를 통해 인증을 받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아이에게 민재는 저기 다른 세상 속 아이로 비춰지진 않을까 잠시 심난하기도 했네요.
권 수에 치중하지 않고 민재처럼 책에 푹 빠져 지낼 수 있는 여유와 즐거움을 찾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어른들이 그런 여유를 선물해줘야 할테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