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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0
장경선 지음 / 다른 / 2023년 10월
평점 :


세계 정세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지금, 전쟁이라는 주제로 쓴 소설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실제 일어났던 전쟁에 얽힌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기에 실제 전쟁의 참상을 되새길 수 있었다.
《체트니크를 만든 아이》는 1992년부터 약 4년 간 내전을 겪은 '보스니아'를 배경으로 한 실화 기반 소설이다. 당시 보스니아에서는 서로 다른 민족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무장세력인 '체트니크'는 이슬람교도를 학살했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자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책 제목에 등장하기도 하는 '체트니크'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보스니아의 전쟁 역사를 알고 나니 대충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짐작이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타샤'는 엄마 '애나'와 단둘이서 살아가고 있다. 애나는 나타샤에게 아빠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고, 나타샤는 그런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빠의 부재는 나타샤에게 고독과 외로움을 안겨주었다. 어느 날 나타샤는 길고양이 '로타'를 집에 데려오게 되고 그로 인해 엄마와 대판 싸운다. 그 후 홧김에 같은 반 친구인 '알리오사'의 할머니 집으로 가출을 한다. 엄마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에서 나타샤는 엄마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출생에 대해 충격적인 진실을 듣게 된다.
보스니아에서 심각한 전쟁이 발생했을 당시, 약 4만 명의 여자들이 체트니크에게 끌려가는 일이 있었다. 애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체트니크들은 여자들을 잔혹하게 학대했으며 무슬림의 씨를 말리고 체트니크의 아이들을 만들자는 명목 아래 그녀들을 강간하고 임신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게 됐다. 나타샤 또한 그 일의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애나는 나타샤를 사랑하면서도 늘 마음을 온전히 주지 못했다. 나타샤는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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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트니크들은 우리 무슬림의 씨를 말리기 위해 무슬림 여자들을 성폭행한 후 아기를 낳게 했다. 그렇게 태어난 내 또래 아이들이 보스니아에 많이 살고 있다. 그러니 누가 그런 아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당사자인 본인조차 체트니크의 자식인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간혹 누가 체트니크의 아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우리는 슬그머니 가서 그 애를 확인하고 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체트니크의 아이는 학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체트니크가 만든 아이》 p.32,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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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치욕스러운 일을 당해야만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 안타깝고 마음 아팠다. 일반적으로 아이는 사랑의 결과물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체트니크에 의해서 강제로 얻게 된 아이라면 어떨까.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해 태어난 자신의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애나의 감정, 그리고 아빠의 빈자리로 인해 공허감을 느끼고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나타샤의 입장 모두 이해가 됐다.
타국의 전쟁 소설이라 당연히 작가도 그 나라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국 작가님이셨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가 지나온 아픔을 잘 알고 계시고 또 널리 알리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도 다른 나라가 겪고 있는 고통에 무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시야를 넓혀 세상을 넓게 보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